그 후배 여자 아이와는 집이 같은 방향이라 집에 같이 가기도 하고 밥도 자주 같이 먹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습니다.
이 후배 여자 아이는 그리 예쁜 얼굴도 아니고, 애교가 많은것도 아니고, 특별한 매력이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늘 같이 수업듣고, 같이 밥 먹고, 같이 집에 가고 그러다 보니 정이 든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름 방학 하기전에 고백을 했었고, 서로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귀고 나서 한동안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와서 저녁까지 함께 공부하고, 주말이면 서로 상대편을 위해서 도시락을 싸서 근처 공원으로 사진 찍으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제가 여친에게 물었습니다. 왜 나의 고백을 받아주었나고....
그때 여친이 제게 한 대답은... "비밀" 이었습니다. 대충 짐작가는게 있었지만 비밀이라 하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자랑하려는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저희 아버지께서는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셔서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옷이나 신발을 살때도 조금 비싸긴 해도 디자인이 예쁜것을 사고, 친구들과 밥 먹을때도 가끔씩 내가 쏘곤 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된장남 처럼 행동한 것은 아니고, 그냥 좀... 우리집이 다른 친구들 보다 조금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밥을 사라고 하면 그때 밥을 사고, 옷 같은 경우는,,, 다들 이쁜것 사고 싶어 하지 않나요?
암튼.... 그렇게 제 주위 친구들은 저희 집이 조금 여유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걸로 인해 잘난척을 해본적은 없구요, 그냥 그런것 있잖아요~ 나보다 다른것 없지만 단지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친구...
이야기가 딴 곳으로 갔네요. 암튼 그렇게 여친과 사귀고 난 뒤 한달쯤 지났을까... 여친이 제게 물었습니다. 오빠는 무슨 차 살거냐고.....
사실 학생이라서 아직은 차를 살 생각도 없고, 차를 산다 하더라도 졸업을 하고서 내 돈을 벌어서 사야지 부모님께서 힘들게 일하셔서 버시는 돈으로 차를 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친이 물어보길래, 그냥 예전부터 타고 싶었던 차(그냥 타고만 싶었던...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차)를 아무 생각없이 말했습니다.
차를 언제 살거냐고 물어본게 아니라. 분명히 무슨 차 살거냐고 물어보길래 대답한거 였습니다.
내가 사고 싶은 차를 이야기 하자 내 여친은 나보다 더 좋아하더군요.
그때 갑자기 여친이 나를 선택한 이유인 "비밀"이 떠 올랐습니다.
여친이 나를 선택한 이유인 "비밀"이 혹시 내가 가진 경제적인 능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가진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나를 대할까?
내 여친이 과연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아닌 내가 가진 경제적인 능력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래서 그 다음날 부터 저는 한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밥을 먹으면 서로 더치페이를 했었습니다. 내가 낸다고 해도 여친이 부담되기 싫다면서 꼭 자기가 먹은것은 계산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열번에 두번 정도 내가 지갑을 안가져 왔다면서 여친에게 몇번 얻어 먹곤 했습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여친은 흔쾌히 밥을 잘 사주었지요.
그러다가 어느날 저녁에 자기전에 여친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버지께서 술을 많이 드시고 오셨는데 회사가 부도 났다고 한다. 당분간은 집안일 때문에 얼굴 보기 힘들것 같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이틀동안 꺼 놓았습니다.
이틀 뒤 다시 여친에게 연락을 하니 이틀동안 연락이 안되서 많이 걱정 했다면서 괜찮냐며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께서 부도가 나셔서 집이 이사를 가느라 연락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집안일 때문에 이제는 개강하기 전까지 알바를 좀 해야 할것 같은데 같이 해 줄수 있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같이 알바하자 면서 얼굴을 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여친을 보러 나갔더니, 밥은 제대로 챙겨 먹냐면서 몸 보신 하라고 삼계탕 집에 데리고 가서 삼계탕을 사 줬습니다. 여친이 사 주는 삼계탕을 먹으며, 여친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나중에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고, 예전 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잘 해 줄거라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같이 알바를 구하러 갔고, 학교 앞 고기집에서 같이 알바를 했습니다. 같이 알바를 하면서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이 여자라면 내가 평생을 사랑하며 같이 살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마음은 따뜻해 졌습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갔고, 월급 하루 전날, 나는 월급날이 되면 여친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하고, 잘 참고 견뎌줘서 고맙다고,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고 말하면서 여친 손에 예쁜 반지를 끼워 주려고 반지를 사러 갔습니다.
막 반지를 사고 나오는데 여친에게서 전화가 와서 기쁜 마음에 얼굴을 보러 갔습니다. 멀리서 여친을 보며 반가운 마음에 뛰어갔는데 여친 얼굴이 별로 안 좋아 보였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무슨일이 있냐고 물어 봤는데 쉽게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친이 별로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길래 나는 주머니 속에 넣어놓은 반지 케이스를 만지작 거리면서 지금 여친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고 반지를 줄까 하다가 여친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아서 잠시 상황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친에게서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오빠~ 우리 헤어지자~"
,,,,,
한동안 나는 아무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여친은 내게 그냥 미안하다고 말 할 뿐 이었습니다.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이번에도 역시 "비밀" 이랍니다.
그러면서 알바는 내일 한달 마지막으로 그만 둘거라면서, 내일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가능하면 학교에서도 얼굴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게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한채, 그렇게 그녀는 떠나가버렸습니다.
"바보~~~"
하루만,,,,, 하루만 더 참으면 되는데.....
내가 바보 같았습니다. 여자친구를 그렇게 시험하는게 아니었습니다.
여친이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솔직히 여친은 곱게 자라서 알바 같은것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나 때문에 처음 알바를 해 본건데, 그것이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예전처럼 같이 놀러가지도 못하고, 맛있는것 먹으러 가지도 못하고, 그래서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그녀에게 미안합니다. 그녀를 시험한 나 자신이 바보 같습니다.
그렇다고 뒤 돌아서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내가 일부러 그런거라고, 너를 시험한 거라고 말할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기에 나를 떠난 그녀를 탓 할수는 없습니다.
사랑은 현실이라는 말.... 그녀에게는 깊게 와 닿았나 봅니다.
그녀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단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녀를 시험해서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게 그녀와 헤어지고 개강을 하고, 학교에서 그녀를 보았지만 그녀는 나를 보며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나처럼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여자는 한 남자를 사랑할때에는 그 남자가 가진 조건보다는 그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미처 몰랐던 나는 오늘도 먼 발치에서 그녀를 바라 볼 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