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대때부터 수학 하나 좀 잘한다는 이유로 전교에서 날고 기는 친구들(지금은 다 박사, 의사, 변호사가 된...)과 함께 학원을 다녔습니다. 저도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반에서 3~4등하는 이도저도 아닌 그저그런 학생이었습니다. 수학은 그래도 남들보다 잘해서 학교추천으로 과학고에 갈 수 있었지만 최소 전교 석차 미달로 추천받지 못했지요..
무튼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경쟁에서 낙오됫다는 스스로의 타이틀을 달고 그당시에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학습된 무기력+우울증을 달고 산거 같습니다.(잠도 엄청 많았고 어차피 해도 난 안돼라는 생각으로 '적당히' 하는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대학을 나오고 '나쁘지 않은' 회사를 다녔지만 무기력증 때문인지 모든일이 귀찮고 하기 싫었습니다. 정말 하기 싫은일 하는거 티내고 겨우겨우 4년간 버티고 버티다 도저히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사업할거라는 도피처를 찾고 퇴사를 감행하였지요.
하지만.. 회사생활도 잘 못하는 사람이 사업을 시작이나 하겠나요ㅎㅎ 주식책 좀 읽고 퇴직금 중 일부 날리고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돈 안드는 국비지원 교육을 받고 수개월간 100통이 넘는 서류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가 결혼도 해야하고 해서 작은 규모의 컨설팅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하나요. 스타트업 치고는 높은 연봉으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다녔습니다. 대표님이 조울증이 있어서 가끔 막대할때가 있지만 저는 항상 제 스스로를 갉아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내가 못해서 그렇지, 내가 실력이 없어서 그런건데 당연해.. 라는 못된 습관..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회사 규모도 조금은 커졌지만 관련 업종에 있었던것도 아니었고 처음하는 일들에 적응도 느려서 이제는 사실 눈치보면서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언제 잘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이제는 정말 너무나 힘이 듭니다.. 20년이 넘게 패배자, 낙오자의 생활.. 그리고 그 타이틀을 벗어나기 위해 난 어차피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괜찮아.. 리는 자기 합리화.. 그래서 항상 도전을 피하고 힘든일을 마다하는 일상과 회사생활.. 되풀이해서 찾아오는 낮은 자존감...
이제는 책을 읽어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을 보아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네요.. 이제는 이직을 해도 적응못하고 나올 게 뻔히 보여서 이직도 못하겠고요..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나왔지만 내세울 실력은 1도 없는...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겠고 이렇게 글로나마 풀고 싶은데 이제는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안풀리네요.. 작년에 몇개월간 먹어서 효과를 본 우울증 약을 다시 손대고 싶지는 않고...
어떻게 해야할까요 서른넷 결혼도 한 유부남이 이런 고민글을 올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