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애들이 하는 얘기를 엿들었다. 한 녀석이 자기는 투표를 안할꺼라고. 한들 무슨 소용있겠냐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진심이었을까. 진심이었다면 이 학교 선생이 학생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린 진공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의 기본조건과 틀은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결정된다.
예를들어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이 지금처럼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고, 다양한 평가와 방법을 통해 전인적 인재를 키우는 방식이었다면 학생들의 하루일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학교 끝나면 학원 혹은 야간자습을 하면서 문제집을 푸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함께 모여 토론하는 그런 공부를 했을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삶은 그 사회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다. 사회시스템은 개인의 삶의 기본적 틀을 제공한다. 그 틀 속에서 우린 우리의 운명을 통제한다. 따라서 사회시스템이 모순적이고, 기득권지향적일 경우 개인의 삶은 왜곡되고 무너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시스템이 공정하고, 상식과 원칙에 기반한다면 개인의 삶에 있어 왜곡은 적어질 것이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게 될 것이다.
투표는 대한민국 이라는 사회의 시스템을 운영할 운영자를 뽑는 것이다. 그가 시스템을 공정하고, 개념있게 운영한다면 다음 선거때 다시 그를 뽑고, 그렇지 못하다면 투표를 통해 그를 해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이처럼 투표는 내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다. 내가 투표를 한다해도 비합리적인 인물이 당선될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투표를 했을 때 정치가를 욕할 자격이 생긴다. 투표는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시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는 이 철학이 담긴 행위가 바로 투표다. 따라서 투표를 안하는 것은 주인된 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주인의 권리를 포기한 자가 시민이 고용한 정치가가 못한다고 욕할수 있을까? 종업원을 욕할수 있는 것은 주인이다. 주인의 권리를 포기한 자에게 종업원을 욕할 자격은 없다.
결론을 말하겠다. 투표는 내 삶의 기본적 틀을 결정하는 사회시스템을 운영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 속에는 시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다. 투표를 한다는것은 주인된 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내 삶의 기본적 틀을 형성하는 행위다. 투표를 거부하는 것은 주인의 자격을 버리는 것이고 동시에 내 삶에 대한 책임도 저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