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노래처럼 벚꽃이 휘날리는 화창한 봄날.
잘 튀겨지지 않은 팝콘들이 걸려있는 것 같은 목련들 사이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다.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보니 낯익은 여학생이 서있다.
왜 그러시죠? 눈을 마주치니 오래 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어색하게 웃으며 종이를 건네어준다.
종이 끄트머리에 OO교회라 적혀있는 것을 보고,
왼 손목에 착용하고 있는 염주가 슬쩍 보이게 팔을 걷었다.
여학생은 피곤한 듯 어깨를 주무르며 옆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그리곤 내 대답도 듣기 전에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버린다.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학생.
이 화창한 봄날, 발 아프게 돌아다니며 한 사람이라도 전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차마
불교신자입니다 라고 말을 못했다.
그렇게 난 약 30분간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 길고 긴 이야기를 들으며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