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찾고 있소.
혹여 이런 모자를 본적 있으시오?
어제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고
망원시장의 한 정육점 앞에서
고기와 뼈와 홍등을 바라보며
싱싱한 죽음이라는 서로 상반된 두 단어의 생소한 친근함과
육신의 덧없음을 생각하고 있었던
그 때
그가 내 앞에 나타났지
그 때는 몰랐지
평범한 펠트 페도라인줄 알았지
그가 내 시야 밖으로 사라질 즘에야 깨달았다네
생전 처음보는 꿀맵시 멋쟁이 모자라는 것을...
깃털만 꽂으면
로빈훗이 될것만 같은
세모꼴의 모자
스튜어디스 유니폼의 모자처럼
착 달라붙는 핏을 가진
작은 세모꼴의 모자
의적 로빈훗처럼
살찌고 부패한 돼지 귀족같은
내 마음을 훔쳐갔다네
돼지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던 그 때
빼앗긴 내 돼지마음
돼지고기 보며 흘린 내 침처럼
떠나간 내 정신줄
아무래도 좋아...
너를 갖. 고. 싶. 다. 로빈훗 ☆
너는 나만의 로빈훗
모자를 찾고 있소.
혹여 이런 모자를 본적 있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