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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못하는 사람으로써의 삶은..
게시물ID : gomin_17701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NhY
추천 : 2
조회수 : 81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9/05/30 22:29:00
휴학중인 23살 여자에요. 
카페에 앉아서 책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숨쉬기 힘들어지고 불안해지고 눈물이 막 터져나왔어요.머리가 너무 아파요. 

아까 알바 면접보고 왔거든요. 마트 캐셔인데, 사장님이 2층으로 된 통유리 사무실에 앉아서 씨씨티비를 보다가 알바하는 애들한테 유리를 탕탕 치면서 "그렇게 하는거 아니다~ 아니면 전화해서 "계산 땡겨!"하고 소리치는 모습... 보기만 해도 노이로제 걸릴것 같았어요. 겨우 구한 알바인데.. 벌써부터 불안하고 미칠것 같더라구요.. 실수해서 사장님이 계속 소리치고 결국 자를까봐.. 다른 알바 많다지만 면접봐도 연락오는 데가 잘 없네요. 
괜찮은 알바는 전부 왕복 세시간 거리에 있고..

면접 볼때도 항상 30분 전에 가있고 이력서도 정성스레 적었어요.그런데도 알바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네요. 

제가 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왜이렇게 불안하고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운지 생각해봤어요. 이유는 두 가지인것 같더라구요. 

우리 엄마랑 할머니는 항상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라. 남의 돈받고 일하는 만큼 빨리빨리 열심히 내 가게라고 생각하고 일해라."라구요. 어릴때부터 지겹게 들었어요.그리고 알바 하라고 얘기하는 건 "다 경험이야. 많이 해봐야돼"라고요.
알아요.. 저도.. 지겹도록 들은얘기고..경험 좋아요.. 근데
일 제대로 못하면 못난 사람인가요?나도 다 아는 얘기야. 이해 못하는거 아닌데.. 저는 진짜 죽을 맛이에요.

저 알바 해본게 8가지 9가지 돼요... 1년 넘게 쉰적없고 고깃집 서빙알바 베이커리 피씨방 청소부.. 진짜 여러가지 해봤는데 길어봤자 6개월이였어요. 다들 제가 일이랑 안맞는대요.그래서 잘린 경험도 서너번이고요. 제 생각엔 제가 일머리가 없거나 손이 느리거나 해서 그런것 같아요. 

저는 설렁설렁 일한적이 없어요. 사장님이 이거 고치라고 하면 이거 고칠려고 미친듯이 하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면 더 부지런하고 성실해야지 더 노력해야지 하고 사장님 안계실때 마감 후에 한시간 정도 더 한적도 꽤 있어요. 몇 번 잘리고 나서야 한 식당에 취직했을때는 역시 일을 많이해본 티가 나네.라고 그러더라구요. 거기선 잘리고 싶지 않아서 빨리빨리 하려고 이악물고 했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사장님들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나봐요. 
열심히가 중요한게 아니라 잘하는게 중요한 거니까.
제가 일했던 베이커리에 매니저님이 그랬어요.
넌 열심히 안하는게 아니다. 내가 너를 몇달동안 봤는데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애쓴거 안다. 니가 못해서가 아니라 
대체적으로 알바..같은 것이랑 안맞는 거라고 그랬어요.
어찌됐든 전 일 못하는 사람이에요. 맞아요.

근데 진짜 힘든건요.
엄마나 할머니가 "니가 그렇게 행동이 굼뜨고 일 못하는데 누가 너를 써주겠냐. 한심하다."라고 말하는 거에요.
알바는 그렇다 쳐도.. 제가 직장다니면서 제가 하는 일에서도 일못한다고 그러면 누가 써줄까 싶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내가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싶은 마음에 그냥 죽어야 되나 싶었던 적도 많아요.

오랜만에 집에 내려갔을 때 엄마랑 그것 때문에 엄청 싸웠어요. 그래서 엄마 앞에서 울면서 "제일 걱정되는 건 나다. 나 진짜 죽고 싶다고.. 그냥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엄청 울고 불고 그랬어요. 엄마는 적반하장으로 너 잘났다고 쏘아붙이고.. 그 뒤에 화해했는데 

2주전에 집에 내려갔는데.. 그날 가족들 다 있는 자리였는데 엄마가 또 똑같은 얘기를.. 숙모한테 하는거에요.. 가족 친척들 앞에서..그러니까 할머니까지 거들어서 망신을 줬어요.
"얘는 샤워하는데도 10분 걸리는 애다. 행동이 느릿느릿하다. 도대체 누가 얘를 써주냐 한심해죽겠다."
저는 처음에는 웃으면서 참다가.. 도저히 숙모앞에서 고개도 못들겠고.. 눈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지면서 그자리를 뛰쳐나왔어요.아무도 날 찾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버스타고 자취하던 곳으로 올라왔어요. 역까지 지하철로 한시간정도 걸리는 구간이였는데 소매에 얼굴묻고 그 한시간 내내 눈물로 소매 적시면서 왔어요. 
엄마랑 할머니는 그 뒤에 제게 사과를 했지만.. 그때 이래서 이래서 미안했다 됐지?라더라구요.
다 너 걱정되서 하는 소리였다고.
속이 썩어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자기들 마음 편하려고 사과하고 안받아들이면 지금 싸우자는 거냐며..
조금있으면 사촌동생 돌잔치라 내려오라는데 절대 안내려갈거에요.. 연락은 하지만 거리를 두기로 했어요 

이 얘기를 왜하냐면.. 엄마랑 할머니 말이 맞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은연중에 저를 삼키고.. "그래 내가 진짜 일못하는 인간이야. 난 쓸모없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힐까봐서요.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서 글이 두서가 없어요..전 외동인데다 편부모 가정이라 제 편에 서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너무 외롭기도 하고 슬퍼서요..그냥 눈물만 줄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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