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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정리하다 찾은 제 수필ㅋㅋ
게시물ID : readers_177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RI!
추천 : 1
조회수 : 2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20 20:14:24


"나는 A가 싫어"

 

 

난 고등학교때 논술을 준비했었다.

논술을 배우기 위해 우연히 들어간 논술 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선생이 A 바로 너였다.

 

원래 나는 A의 학생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우연이게도, 그날 내가 학원에 지각하는 바람에 나를 맡아줄 선생이 없게되서

그래서 A, 너가 맡게된거잖아.

 

A는 모 일류 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논술 학원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A를 칭찬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학원에서 제일 성실한 A. 우리 학원이 낳은 보물. A는 다재다능도 하지!

이딴 소리를 직접 들은것도 있고 남의 입을 통해서 들은것도 있고.

어쨌든, 나는 A의 학생이 되었다.

 

겨울방학 동안 A는 아주 거칠게 굴었다.

"남들에게 뒤쳐져선 안돼! 1등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논술 준비하지마!"

"대학 갈 수 있는 숨겨둔 보루라도 있는것처럼 행동하냐? 너네는 지금도 늦었어"

"너네 성적으로 어디라도 갈 수 있을것 같아!"

"이 학원에서, 나에게 배우는 이유가 뭐야!"

A는 항상 옳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박은 하나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항상 옳은 말을 했지만, 그만큼 아픈 말만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략에 채찍과 당근이 있었다면. 그는 채찍 밖에 들고있지 않았다.

채찍을 휘두르는 알파는 아무렴 뛰어나고 올바랐다. 그런 그의 채찍 또한 옳고 곧게- 그리고 나를 매섭게 내리쳤다.

내가 그런 알파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었던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 너를 위한 말이야!

그래. 그 모든 말이 다 나에게 향한 채찍질이었지. 하나도 빠짐없이 나를 후려쳤지.

 

나는 마조히스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채찍질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독후감이나 감상문 그리고 내 삶에 관한 과제들을 내주었다. 나는 지루하고 이해하기도 힘든 논술 문제를 푸는 것 보다. 이런 글을 쓰는게 더 좋았다. 그래서 나름 그 과제들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런 호감은 알파의 채찍질에 아주 가볍게 찢어졌다.

 

오늘의 글감은 청소년에게 민감한 그것! 사춘기다.

에엑! 사춘기에 대해 써오라구요?

 

난 지금도 사춘기를 겪고있는거 같은데 뭔.. 씨발스런 소리야

하지만 까라면 까야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얼버무려서 썼다.

왜 내 삶을 알게된지 얼마도 안된 너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 과제는 나 뿐만이 아니라 내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 -약 6명-에게 주어졌다.

아이들의 사춘기는 글 하나하나에 담겨 ....... 게시되었다.

씨발스럽지만 우리는 클럽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곳에 글을 쳐 올리라고 요구한 알파 때문에 알리고 싶지도 않은 서로의 사생활이 게시되었다.

아주 재밌는 글들이 많았다. 나는 다른 아이의 글을 읽으며 비웃었다.

 

어머 이런 삶밖에 안살아왔니? 이런게 사춘기라고 할 수 있니? 이런거 힘들었다고 할 수 있니?

 

그리고 많은 것이 싫어졌다.

이딴 알량한 글 하나에 우월감이나 느끼고 앉은 나도 싫었고, 그 알량한 글을 나도 써서 게시했다는 사실도 싫었다. 그리고 제일 싫었던건 이딴 환경을 조성한 A가 제일 싫었다.

알파는 피드백을 개개인에게 문자로 보냈다.

 

A는 무신경한 사람같았다.

피드백을 개개인에게 해주었다는건, 나름 우리를 배려한 조치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알파는 무신경하고 남을 생각할 줄 모르는 자랑쟁이었다.

알파는 어느날 채찍을 휘두르다가 문득

"사춘기 글도 그랬어! 너무나도 평범한 글이었지! 다를거 하나없는 다 똑같은 글!"

하고 일갈했다.

그 말은 마치- -- -

"너희들의 삶도 그래! 너무나도 평범한 삶이었지! 다를거 하나없는 다 똑같은 삶!"

 

"잘쓰는 애들은 어떤 글을 썼는줄 알아? 죽음에 대해 고민한다던가 뭐 그런 철학적인 고민을 했었다고!"

그 말을 마치 --

"죽음에 대한 고민같은거도 안해봤냐 이 머저리 같은것들아 그러니까 너네가 덜떨어진 삶을 살았다는게 아냐?"

 

니네가 19년을 그딴식으로 안일하게 살아와서 글도 씨발스럽게 못쓰는거야!

 

A는 내가 살아왔던 내 인생을 아주 가볍게 무시하고 뭉게고 짖밟았다.

그래. 글은 좆같은 인생을 살아온 좇또 우울하고 씹창같은 썅년놈들이 잘 쓰는거구나.

나는 알파가 싫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다.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는 그 조또 우울하고 씹창같은 썅년놈이 바로 A 자신이었다는거.

A는 선생의 가면을 쓴 좆나 잘난 20대 새디스트 자랑쟁이일 뿐이었다.

 

난 A가 싫다. 예나 지금이나 어쨌든 싫다.

선생이 싫어지니 학원이 싫어졌다. 글도 싫어졌다. 논술도 쓰기 싫었다.

글이나 써가면 돌아오는거라곤 A의 후려침밖에 없으니 학원을 빠지고 싶었다.

학원을 그만두고 싶었다.

일요일에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입시는 다가오고 내 마음은 결정이 되질 않으니 답답했다.



하고 글은 끊겨 있었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고.. 그리고 그 당시의 감정이 잘 느껴져서 한번 올려봐요 ^%^!

이 글을 쓴 과거의 저에게 충분한 이해와 공감의 말을 해주고싶네요..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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