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6일... 대학생이던 저는 수업이 끝나자 말자 허겁지겁 벡스코로 향했습니다. 국장도 못 하는 와중에 봉하마을도 갈 처지가 안됐던 저는 분향소라도 가지 못하면 평생 그분을 떠나 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에 휩쌓였습니다. 2940원 남아있던 마이비 카드를 찍고 탄 지하철 안에는 깊은 침울과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이 벡스코역에 도착하자 많은 인파가 실의에 찬 모습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속에 저도 있었습니다. 도착한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분향소에는 상복도 갖추지 못한 채 달려온 수많은 부산 시민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한참을 기다려서야 고인의 영정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눠주는 국화를 받아 들고 나서야, 이 상황이 실감이 되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단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데 울컥, 하고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이십평생 살면서 이전까지 누군가를 떠나 보낸 적이 없던 저는 처음 그렇게 누군가를 떠나 보낸다는 슬픔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자 연신 옆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제 시야가 뿌옇게 변해있었습니다. 모르는 사이 눈에서 땀이라도 흘렀나 봅니다. 흐려진 시야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아주머니와, 아이와,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그 날, 그 곳에서, 그리고 전국에서 우리와 같은 마음이었던 국민은 다짐했을 겁니다. 바보 같이 국민만을 생각하다, 자신의 몸도 보살피지 못하고 떠난 바보 대통령을 잊지 말자. 그리고 2012년 3월 3일. 우리들의 바보,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3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날에. 지금 여러분들은 제주도의 자연에, 바위에, 락커칠을 하면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벌써 그 날을 잊으신 겁니까.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자주국방을 외치며 힘쓰셨던 그의 마지막 결실을 어째서 여러분들은 자신의 손으로 깨 부시려는 겁니까.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사람이 죽는 때는 심장이 멈춘 때가 아니라, 모두에게서 잊혀졌을 때라고. 여러분들은 살인자 입니다. 그날 함께 울었던 그 기억을 잊고, 그분을 잊고, 그 분의 결실 마져 지우려는 당신들은 살인자 입니다. 부디 그분의 꿈을 지켜주세요. 해군기지를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