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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뭐가 잘못된걸까요?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까요?
게시물ID : gomin_176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egi
추천 : 1
조회수 : 54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7/05 12:18:40
푸념글이고 소위 말하는 '배설글'입니다
보셔도 되고, 안보셔도 됩니다. 악플도 좋고 선플도 좋습니다

저는 지방에 사는 21살 여대생 입니다
저희집은 참 가난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다 중졸이셨고, 중졸의 학력으로 갈 수 있는 곳은 그 당시 공장뿐이었습니다.제가 태어났을 적 아버지는 박스 만드는 공장을 어머니는 미싱공장을 다니셨습니다. 
한참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을 사용하기 시작하던 때라 아버지는 곧잘 잘리셨고, 저를 낳아 한참 조리를 하시던 어머니, 그리고 2살 터울 위의 언니까지. 그렇게 저희가족은 빚더미와 가난 속에서 살림을 꾸려 나갔습니다. 분유값을 줄이기 위해 한번 탈때 넣어야 하는 적정량의 반을 넣어서 저에게 먹이셨고, 그 추운날 보일러 한번 연탄 한번 떼지 않고 제가 초등학교 다닐때까지 단칸방에서 네식구가 모여 살았습니다.

제가 열다섯, 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기억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어린시절 기억나는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셔서 라면을 끓여드시고 계셨습니다. 늘 일어나면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시던 곳은 차갑게 식어있고 부엌 한구석에는 아버지가 먹고 남기고 가신 라면이 담긴 그릇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겠습니다만, 저희 아버지는 유독 부담감이 크셨었나 봅니다. 고단한 가난이 계속 되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은 늘 그렇듯 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싸움의 주제는 늘 부족한 생활비, 돈이었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작아보이셨습니다.이러한 문제 때문에 아버지는 정신적으로 병이 생기셨습니다. 자살시도도 여러번 하셨었습니다.
그렇게 열다섯의 5월 13일,저는 싸늘한 아버지의 시신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마 다 아실거에요. 가정의 상처는 시퍼런 칼날이 되어 한창 예민할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어린 나의 가슴에 못질을 했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진 않고 싶습니다. 돈때문에 울고, 돈때문에 상처받고. 꽤나 우울한 학창시절 동안 언니란 사람의 잦은 폭언과 폭행이 이어지며 수차례 자살시도를 반복했습니다. 사람의 목숨이란 꽤나 끈질기더군요.

고3 수능이 끝나고나서부터 지옥은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부터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그것 떄문에 약 1억가량의 사채와 빚을 지셨던 겁니다. 빚쟁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독촉장이 날아오고, 저에게도 수십통의 협박전화와 문자가 왔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시 저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공장에서 버는 돈 족족 엄마의 빚을 갚는데 써야했습니다. 사실 어머니께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셨고, 거의 강탈해가다시피 가져가셨습니다. 무척 철없는 소리입니다만, 어머니가 너무 싫고 부끄러웠습니다. 돈이 없고 가난한 것보다, 친구에게 사기를 쳐가면서까지 돈을 빌리고 모른척 하신 어머니가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과연 내 어머니가 맞는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신건지 너무 무서웠습니다.


돈이 없다라는 건 정말 원초적인 고통이더군요. 왜 어느 가정조사서에 보면 이렇게 써져있죠.'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니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라고.....근데 이건 정말 웃긴 이야기입니다. 가난은 정말 미치도록 사람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돈이 없어 몇일을 굶고, 전기세를 낼 돈이 없어 전깃불이 끊기고, 한겨울 옷을 몇겹씩을 껴서 입고 자고...돈이 없어 내가 원하던 대학을 포기하고(서울의 모 대학을 붙었습니다만, 어머니껜 아직도 말을 안했습니다)집 근처의 학교를 갔습니다. 대학교 친구들이 묻더군요, 넌 왜 밥 안먹어?/응, 나 요새 다이어트 중이라서. 웃기죠. 그때가 제일 살이 많이 빠져있었던 땐데.

언젠가 어머니의 가방에서 발견한 몇 장의 종이.지방법원에서 날아온건데, 아마 그 사기당한 친구분이 고소를 하셨나봅니다. 어머니는 공식적인 범인이 되어 있었고, 몇백만원 단위의 벌금과 기한 내에 갚지 않을시 하루 일정시간단위로 노역장이라는 걸 가게 된다고 쓰여있더군요. 노역장....현대판 노예인가요? 씁쓸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부쩍 혼자서 술 마시는 시간이 늘었고, 세상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열정도, 의지도 잃어 갔습니다.

여러분은 가난이 왜 무서운지 아세요?가난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요. 현대사회가 철저한 자본주의로 움직인다는 건 여러분들도 잘 아실겁니다. 말 그대로 돈이면 뭐든 살 수 있는 지금의 사회죠. 반대로 말하면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습니다. 대학 친구들이 부모님 잘 만나 소위 말하는 '스펙쌓기'를 할때 저는 1학년 일년동안 쉴새 없이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물론 지금도 돈을 벌고 있습니다만). 시급 몇천원에 고개를 조아리고 죄송하다 굽실대고......현대판 신데렐라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제 인생에 문득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고등학교 때 밤을 새가며 코피를 흘려가며 공부를 하였나...............그때부터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철저히 바보로 만드는 대한민국 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숨쉬는 제가 너무 싫었습니다.

저는 아직 철없는 21살임에 분명합니다.
하는 것도 없으면서, 그저 내 생각만 하는 철부지면서 잘못을 모두 남탓으로만 돌리고 있습니다.
무식하고 아는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여러분께 묻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뭐가 잘못된 걸까요? 어떻게 해결해가야 저는 성공한 인생은 아니더라도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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