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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허접역소설 - 도산성의 겨울(제7장 상화하택 中)
게시물ID : history_177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앗카링카앗
추천 : 1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16 12:36:59
 
장군. 우협의 경상좌병사 정기룡 장군으로부터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부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도원수 권율을 불렀다. 이때 조선군 본대는 도산성 인근의 학성산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왜성의 서쪽 성문에서 왜군 기병이 출진했다 하옵니다.”
 
기병이라.”
 
권율은 수성하는 와중에 출성하는 적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수하에게 질문했다.
 
그 수가 얼마나 된다고 하던가?”
 
기병이 400에서 500여 기라고 합니다.”
 
. 적의 속임수인가. 아니야. 전장에서 중요한 군마를 잃는 것은 계략이라 볼 수 없지.’
 
도원수를 고심을 거듭하다 이윽고 부관에게 명했다.
 
적은 서쪽 끝 태화강 보루의 병력을 구원하러 가는 것이다. 부관은 경상좌병사에게 군령을 전해라. 우협의 부총병 이방춘과 함께 적을 요격하라고. 사정이 안된다면 조선군 단독으로 왜군을 섬멸하라 이르라.”
 
. 도원수.”
 
부관이 군례를 올리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 앞에는 두 명의 총사령관 중 한 명인 제독 마귀가 도착해 있었다. 마귀 옆에 있던 통사가 부관에게 달려가 전후 사정을 물었다. 통역관의 말을 들은 마 제독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될 말이요. 도원수. 조선군은 각 협의 예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소이다. 그들에게 짐을 지워서는 안 될 것이요.”
 
통역을 들은 권율은 상기된 얼굴을 하고선 말을 하러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제독은 다시 말을 이었다.
 
적의 버러지 같은 기마대는 이들만으로도 충분하오.”
 
마귀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선 큰소리로 외쳤다.
 
달자들을 출격시켜라!”
 
달자들을 출격시키시랍신다.”
 
부장들의 복명복창이 이어지고, 제독 마귀 뒤의 본대에서 한 무리의 기병이 쏜살같이 빠져나와 도산성 서쪽을 향해 달려나갔다. 이를 바라보던 권율의 표정이 어그러졌다.
 
---
 
성 밖의 적의 궁병들은 갑자기 오타의 기마대를 보자 놀라서 물러섰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그와 기마무사들은 한 곳을 집중하여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어서 빨리 말을 몰아라. 시시도에게 간다.”
 
본성을 무사히 빠져나온 자신감으로 아사노 요시나가가 달리는 기마대에 명령했다. 함께 달리고 있던 오타 가즈요시는 젊은 아사노와는 달리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오타의 구원군은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평지를 달리고 있었다. 시시도 모토즈쿠가 방비하고 있던 태화강 상류의 방어 보루까지 절반 정도를 간 거리였다. 그때. 후위에서 별안간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 .
 
. 히이잉
 
으악.”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후미에서 비명이 들렸다. 화살을 맞은 말과 기병들이 쓰러지는 단말마였다. 놀란 기사들이 뒤를 돌아보려 하자 오타가 외쳤다.
 
뒤돌아 보지 마라! 적의 경기병이다. 전군 최고속도로!”
 
제길. 궁기병이 나타나다니.’
 
중년의 무장은 말고삐를 부여잡고는 등자로 말의 옆구리를 세게 찼다. 원거리 공격수단이 없는 그들에겐 뾰족한 수가 없었다. 속도를 올려 시시도의 방어진지에 도달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었다. 그러나 오타 가즈요시의 기대가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히햐!”
 
오타의 좌측에서 괴상한 목소리를 들려왔다. 그가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적이 자신들과 마주 보며 달리고 있었다. 적의 궁기병들은 아군의 군마보다 체구가 훨씬 큰 말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누비옷 위에 가죽을 덧댄 갑옷과 털모자를 쓴 비교적 가벼운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명군이 아니다. 호인들이야.’
 
오타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좌편의 적이 궁대(안장에 활을 매어둔곳)에서 검은 활을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등에 메고 있던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활에 쟁였다.
 
. . .”
 
으악.”
 
그의 옆에 있던 기마무사 다수가 낙마했다. 일부 군사들이 그들에게 대응하려 말을 바삐 몰았으나, 호인들은 이미 그들을 앞질러 가버렸다.
 
오타공. 앞을 보시오.”
 
그의 우편에서 달리고 있던 아사노가 크게 소리쳤다. 군감이 고개를 들어 전면을 바라보니 적이 몸을 돌려 뒤를 보고 활을 겨누고 있었다. 등 뒤로 쏘는 배사였다. 이는 마상 궁술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 .
 
으악.”
 
조금 전의 상황이 다시 반복됐다. 세 번의 집적으로 인해 총 기병의 수는 반수가 줄어 있었다. 전방의 적은 후사 후 순식간의 반전하여 아군에게 돌격하고 있었다. 호인들은 달리는 말 위에서 몸을 앞으로 숙여 화살을 재었다.
 
이제 다 끝났어. 전멸이야.’
 
오타는 고개를 돌렸다.
 
-----
 
좋구먼. 좋아. 하하.”
 
도산성과 마주한 학성산 언덕에 제독 마귀와 도원수 권율 등의 조·명연합군 본대의 수뇌부가 모여있었다. 그들의 한쪽에서는 경리 양호의 명으로 마 제독이 데려온 인부들이 진지 공사를 한창 하는 중이였다.
 
보시오. 도원수. 달자들이 달라붙을 때마다 적의 기병이 추풍낙엽처럼 쓰려지는구려. 하하.”
 
마귀는 자신이 고용한 용병들이 만들어낸 기병전을 관전하며 파안대소를 했다. 권율은 그런 그의 비위를 맞추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역시 호인들은 다르구먼. 두 배가 넘는 적을 저리 쉽게 요리하다니. 게다가 조선의 흑각궁을 쥐여주니 천하무적이로다. . 고놈들. 은자가 좀 들기 했지만,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군.”
 
마귀는 감탄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곤 도원수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뱉기 시작했다.
 
저리 잘 싸우는데, 조선 조정은 어찌하여 건주위의 원병을 받아 드리지 않는 게요?”
 
제독. 야인 특히 여진족들을 전쟁에 투입하여 그들의 발호를 부추기는 것은 장차 양국에 큰 화근거리를 키우게 될 것이오.”
 
달자는 여진족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조선 초 세종대왕이 46진 정책을 펼칠 때부터 조선의 주적 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화전 양면전략을 구사하여 조선의 군사력이 강할 때는 귀순하고 힘이 약할 때에는 노략질을 반복하였다. 이에 조정은 기병 위주의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하는 여진족을 막기 위해 기마군을 육성하였다.
세월이 흘러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여진족은 부모의 나라운운하며 조선에 파병하겠다고 떼를 썼다. 그러나 그들이 노린 것은 출병 후 조선에서 받을 물질적 대가와 동북아시아에서의 입지 강화에 그 목적이 있었다. 이때. 여진의 중심은 건주여진의 누르하치였다.
40여 년 후. 권율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도원수가 제독의 말을 반박하자, 마귀는 언짢은 표정을 짓더니 좌우의 수하들에게 손짓했다.
 
잠시 후.
 
. .”
 
본대가 끌고 온 철신포(실탄을 발사하지 않고 신호용 소리만 나는 대포)에서 여진족 기병대가 있는 쪽을 향하여 우레와 같은 소리가 났다. 그 신호의 의미를 아는 도원수 권율은 마귀에게 따져 물었다.
 
장군. 어찌하여 용병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리시는 겁니까? 왜군 기병들을 전부 섬멸할 호기이지 않습니까?”
 
도원수가 하도 달자들을 못 믿어 하기에 내 그리하였소이다. 그럼. 나는 막사로 가서 차나 한잔 해야겠소.”
 
마 제독은 권율에게 쏟아 부치고는 수하들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도원수는 뒤돌아 가는 그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적의 수를 반이나 줄여놓았으니, 나머지 적병은 태화강 보루를 습격한 명군에게 맡기겠다는 거군. . 되놈들의 욕심이란 끝이 없구나.’
 
같은 시각. 태화강 상류의 모래톱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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