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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아는 사람이 자꾸 만나자고 할 때
게시물ID : gomin_17748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WVkY
추천 : 0
조회수 : 1864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9/10/25 14: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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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뭔가 제가 어디다 말할 곳도 없고해서 답답한 마음에 여기에라도 털어 놓습니다.
저는 지금 30대 중반, 나름 산전수전 겪으며 씩씩하게 살고있는 미국 이민자입니다.

몇년 전인가, 제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을 받으며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용주(?)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장사를 하는 분인데, 
장소는 그 분 자취하는 집. 
저보다 너댓살 위인 그 언니는 뭔가 순수? 순진? 해보이고 사람 좋아하고, 여성스럽고 그런 분이셨습니다.

제품 사진 찍고, 뽀샵 떠서 올리고 뭐, 그런 일이었어요.
그래픽 디자인 전공자인 저에겐 뭐 별로 어려울 것도 없어서, 그 돈 받고 해도 뭐, 괜찮았어요.
제품 사진 찍고 뽀샵뜨고, 일한 시간 대충 계산해서 돈받고. 그런식으로 일을 했어요.
처음엔 주 2, 3회 하루 3세간 정도 했었는데,
개인 사업이고, 장사가 미친듯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뭐, 
부르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일하는 시간도 줄었고,
나중엔 필요할 때에만 불러서 한, 두시간 일시키고 보내고.
그 동네가 주차 지옥이라 30분씩 뺑뺑 돌아가며 주차하고, 
그 날 필요한 제품 뽀샵 한 한시간 떠주고, 돈받고 집에 가고...
그렇게 기름 값도 안나오는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그리고 일한 기간이 늘고 친해지고 그러면서, 점점 시키는 일의 가지 수는 늘어갔어요.
나중에 정신차려 보니, 
제가 다른 회사랑 전화하고 있고, 제품 부치고 있고, 포장하고 있고, 컴플레인 들어온거 답장하고 있더라구요.
물론 시급은 그대로였죠.
하지만 그 때 까지는 별 불만은 없었어요.
제가 시키는 대로 별 말 없이 하니까 시켰던 거겠죠.

그런데 어느 날 어디서 이상하게 찍은;; 제품사진을 가지고 오더니
사실은 내가 이거 너한테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전문 사진작가한테 몇백불 주고 제품 프로필 찍어온건데 이따위더라.
그냥 니가 다시 찍어라. 그러더라구요. 
보기보다 돈이 쪼들리진 않았던 모양이었어요.

그러다 그 분이 물건 떼러 해외 간다며, 
그 동안 니가 알아서 제품 사진 작업해서 올리고, 팔리면 보내고 있어라. 그러더라구요.
그제야, 드디어,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분께 힘든 부분 얘기도 하고, 다른 일 할 사람 없으면 돈을 올려주던가 하는게 좋겠다...
그런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사실 시급 인상이 아니라, 일을 그만 두고 싶었지만, 뭔가 왠지 미안했어요.
그 분은 영어도 잘 못하고, 뽀샵도 못하고, 뭔가... 나 없으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됐었어요, 그때는.
언니는, 그건 안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닌가...? 아예 대답을 안했었나? 암튼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갔어요.

그리고 그 날부터 갑자기 자기 "아는 동생"얘기가 시작되었어요.
어디어디있는 엄청 유명한 디자인학교 나온 동생인데,
얘는 나랑 너무 일하고 싶어하는데, 니가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못오게 했어.
얘는 진짜 유명한 학교 다녀서 실력도 장난 아니고,
이런데서 일할 급도 아니지만, 그냥 나랑 같이 있는게 좋아서 일하고 싶대.
몇 번 듣다가 제가 조심스레,
언니, 나 진짜 괜찮으니까 그 동생한테 일 한번 시켜보지 그래?
라고 돌려서 얘기 해 봤지만, 계속,
아냐, 걘 집도 좀 사는 애라서, 너처럼 막 돈 필요하고 그런애 아니야.
그게 뭔소린진 모르겠으나;; 암튼 전 계속 일을 못그만두고,
그 분 필요 할 때마다 불려다니며, 하우스 도비마냥 그렇게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당하고 있었어요.

그 때 까진, 오전에만 사회복지사로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언니네서 알바를 했던건데,
그러던 어느 날,
면접 본 회사에서 연락이왔어요, 출근하라고.
그 기쁜 전화를 언니네서 일하던 와중에 받았는데,
언니가 그러더라구요. 난 너 풀타임 직업 갖는거 싫다고.-_-

그 즈음에 제 지인분께서 운영하시던 화장품 사이트를 저에게 넘기시고,
니가 운영 다 해라, 제품값만 나 주고 돈 다 너 가져라 난 이제 못하겠다, 그러셨어요.
이때다 싶었어요.
언니, 정말 너무 잘됐지? 나도 일 생기고, 언닌 그 동생이랑 일하고, 그 동생은 알바 생기고!
그렇게 일년 좀 안돼서 그 일을 그만 뒀었드랬죠.

그 직후, 그 언니가 갑자기 저희 집에서 보자고해서, 집에 왔었어요.
뭔가 자기가 파는 물건 막 선물이라고 가지고 와서 주고.
뭔가 되게 길게 얘기 했던거같은데, 막판엔 다시 와서 일해라. 그거였어요.
니가 잘하잖아.
하지만 전,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임을 알고있었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사실 전 그 언니에게 불만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말도 하지 않은 불만을 알아서 알아주는 고용주는 세상에 없다는 건 알고있었어요.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 언닌 저에게 나쁜 기억은 아니예요.
입장 차이는 당연히 있었던 갑과 을의 관계? 
나랑 가치관에 차이가 좀 있는 사람,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어요.

.
.
.

그런데 
얼마 전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만나자고, 너 꼭 한번 만나서 얘기 하고 싶었다고, 그러더라구요.
5년 만에.

내키지 않는 마음도 아주 조금 있었지만, 약속을 잡고 만나게 됐어요.
그 언니는 제가 너무 보고싶었다고, 나 너무 좋아했었다고, 그러더라구요. 사실 감동적이었어요.
전 그 분이 보고싶었던 적도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 언니는 사업이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막 한 달에 몇천불씩 줘가며 마케팅 회사랑 계약도 맺었다.
직원도 여러명이고 그렇다고, 근황 얘기를 해줬어요.

그러고는 저에게 너무 서운했대요.
어린 사람이 먼저 연락 해야 하는거 아니냐,
어떻게 한 번을 먼저 연락을 안 할 수가 있냐,
넌 나 보고싶지도 않았냐,
난 내가 우울하고 힘들었던 시기에 니가 있어서 힘이 많이 됐었다.

그런데 이상한 얘기도 많이 했어요.
넌 그런데 나랑 일할 때도 무뚝뚝하고 시크했던거 같다.
전 정말 음.. 열심히 일하는 편이거든요?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일을 시켰으면서...
그러면서 지금 직원들 수다떤다는 욕은 또 왜그렇게 하는지;
일은 열심히 하되 수다는 적당히, 자기가 즐거울 만큼만 떨라는건가...

그리고 지금 계약 맺은 마케팅 회사가 엄청 유명하고 좋은 회사라고 그러더니,
사진도 그래픽도 다 마음에 안들어서 결국 제가 작업했던 그 옛날 사진들 보내주고 요롷게 해주세요. 그랬대요.
이 정도면 본인이 그 때 얼마나 싼값에 얼마나 고급(^^) 인력을 수시로 불러서 굴렸었는지 깨달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ㅇㅇ야, 그 때 우리가 나름 일을 잘했던거더라?
우리가 작업했던게 그게 수준 낮은게 아니었어!
...... 왜 "우리"지? 나 혼자 한건데??
그리고 난 수준 낮은거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항상, 아 이 언니 운이 좋구만, 이 고퀄작업을 거저먹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때가 좋았다네요...
삐뚤어지고 싶지 않은데......... 아, 좋았겠지 -_- 좋으셨겠지. 싶었어요.
얼마나 편했겠어. 싸고, 빠르고, 열심히 하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난 힘든 시기였는데, 그런데도 정말 성의있게 일 해 줬는데. 
자기는 기백불씩 줘가며 시험삼아 사진 몇 장 찍어오고는, 
내가 시간당 $1 올려달란 말도 씹던, 그 때가,
좋았겠죠, 본인은.
그 때 내가 만들어준 로고 스탬프를 아직도 쓰고 있으면서,
그 때 내가 만든 이미지를 아직도 프로필 사진으로 하고도,
그걸 "우리"의 행복했던 과거로, 성과로 기억한다는게, 씁쓸했어요.

그리고는 내 지금 연봉이 얼만지, 남친이랑 결혼은 했는지,
왜 안하는지, 등등등 사적인 얘기들을 계속 물어봤어요.

원래도 좀 어색했던 자리인데, 점점 불편해졌어요.
그 언니 남사친을 불렀어요. 
저보다 일곱살인가? 여덟살인가? 위였는데,
초면이고 나이도 한 참 위인 아저씨를 옆에 앉히고,
이번엔 저와 제 남친의 성-_-생활에 대한 얘기를 꼬치꼬치 캐 묻기 시작했어요.
뭘 입고 하냐, 뭘 끼고 하냐, 난 그러는데?
애부터 낳아라, 오늘부턴 뭘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해라.
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애매한 끄덕끄덕 도리도리만 하고 있었고,
불쾌하고 어이없는 Q&A가 이어졌어요.

시간은 늦어졌고 전 그 남사친분이 일어날 때를 기회삼아 자리를 파했어요.
이래저래해서 이제 가야한다고.

그 때 시간이 꽤 늦었음에도, 언니는 서운해 하는 것 같았어요.
다음에는 차 놓고와. 다음엔 아예 택시타고 와서 끝까지 가자.
제가 운전해야 한다고해서 술은 자기 혼자 마셨거든요.
그리고 다음에는 너 남친도 데리고 와.
그래서 음.. 내 남친 과묵해서 와도 재미없다고, 뭘 남친까지 부르냐고 했더니 화를 내더라구요;
내가 지금 재밌자고 걔 보자는 거냐,
내가 밥 한번 사겠다는데, 내가 보고싶다는데, 어쩌고... 포기를 안하더라구요.

그렇게 헤어졌는데요,
솔직히 저는 그 언니와는 굳이 자주 만나서 그럴; 사이는 아닌것 같은데,
언니는 생각이 달라보였어요.
너 내 주변인들 다 소개시켜 줄게!
이제 너한테 내 친구들 다보여줄거야!

그 언니의 현재 생활 패턴은 
개인사업하시면서, 매일 밤 다른 개인사업하시는 분들과 어울려서 한인타운 술집을 전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아니거든요.
전 지금 발달장애아 돕고있는 사회 복지사로 일하고 있고,
필요하면 주말이고, 오후고, 다니면서 강의도 하고,
그렇게 매일 누군가와 술먹고 다닐 수 있는 스케줄도 아니고,
그리고 중요한게 전... 언제부턴가 술을 안마셔요. 아예.

술 안마신다고 언니한테도 얘기 했는데,
이젠 나랑 마시면 돼, 그러더라구요.

.
.
.

어떻게 하죠?
잘하면 당장 이번 주말에 만나잘 기세예요.
제가 카톡하겠다고 했는데.. 뭐라고 해야하죠?
되게 싫은 사람은 아니지만, 유쾌한 자리는 아닐 것 같은...

그게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아주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볼 것처럼,
이제부터, 이제는, 앞으로, 이런 얘기를 엄청 많이 했었거든요.
(참고로, 제가 그 언니와 일 할 때는 정말 일만 했어요.
따로 만나서 술먹은 적도 없고, 뭐 어딜 같이 간 적도 없고.)

그리고 그 언니는 정말 순수한 호감인걸로 보였어요.
내가 그렇게 그리웠-_-다는데, 앞으로 자주 보고 싶다는데, 응 난 아니니까 꺼져, 이럴 수도 없고,
기본적으론 선한 사람 같은데, 상처주고 싶지 않아요.
단순히 내가 전화 받을때, "언니!!!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보고싶었어!!"
이러지 않고, "여보세요?" 이랬다고 서운하다는 사람이예요.
(실제로 한 말)
그냥 애둘러 스케줄 안된다고 빼도 서운해 할 것 같아요.

그냥 나 솔직히 언니 불편해, 라고 하고 안보면 저야 그만이지만,
악의없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할건 또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게 지성으로 해결 될 문제는 아니지만,
집단 지성은 제 개인 지성보단 낫지 않을까 싶어요.
뭔가 자연스럽게, 얜 나랑 어울려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구나,
얘랑은 자주 못보겠는데? 안타깝
이 정도에서 해결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별것도 아닌 얘기, 이렇게 긴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출처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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