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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게문학] 나는 노랑이입니다. - (1) 이별
게시물ID : animal_1776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락
추천 : 10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09 17: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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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고양이입니다. 위로는 형이 둘 있고 엄마랑 같이 삽니다. 아빠는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언젠가 아빠는 어디있냐고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엄마는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사료를 주는 인간 한 명도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 인간은 참으로 부지런해서, 우리 식구들의 먹이를 주고, 화장실을 치워줍니다. 이 인간을 ‘집사’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집사는 아침 일찍 어딘가로 사라져 해가 떨어져 어둑어둑해지면 돌아옵니다. 나가기 전에 먹을 것을 주고 가지만, 해가 아직 떠 있을 때 다 떨어지고 맙니다. 물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아직 엄마의 젖을 먹기 때문입니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형들은 잠에 들어버립니다. 잠을 자야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몇 번인가 잠든 형들에게 놀아달라고 했다가 콧잔등을 세차게 얻어맞은 후에는 자고 있는 형들을 건드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밥이 완전히 떨어지기 직전까지 열심히 놀다가, 밥이 떨어지면 잠이 드는 그런 생활의 반복입니다.

  형들이 자면 나는 엄마에게로 갔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끌어안아주고 핥아주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 때만큼 행복했던 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맨날 맞기만 하지만 놀아줄 형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늘 칭얼거림을 받아주는 엄마가 있었으니까요.

  엄마는 혹시라도 집사가 돌아오지 않을까 늘 걱정했습니다. 만약에라도 인간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정확히 말하면 엄마)는 먹을 것을 찾아 바깥을 헤매야 될 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우리 가족 중에 집 밖을 벗어나본 경험이 있는 것은 엄마 뿐일 겁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내가 고양이와 인간을 구분하게 되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인간을 그냥 덩치 큰 고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인간과 우리 고양이는 다른 동물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평소처럼 놀고 있는 형들 사이에서 낑겨 잘못도 없이 얻어맞고서 엄마에게 일러바치려고 가는 도 중이었습니다. 두려움에 젖어있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처음 보는 인간이 두명이나 집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 인간은 창살이 달린 바구니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 인간이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자 마자 형들과 나는 약속이나 한 듯이 그 바구니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우리 고양이들은 몸에 꽉 끼는 환경을 찾도록 하는 본능이  피 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느끼기에 그것은 ‘안전하고 포근한’ 느낌입니다.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포근한 느낌이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집사가 가끔 박스를 가져왔었는데, 우리 가족에게 사이즈가 딱 맞는 박스는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번인가 나한테 정말로 딱 맞는 박스가 있었는데 형들에게 뺏겨 버렸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형들은 그 작은 박스에 몸을 구겨넣었지만 박스가 늘어날리가 없지요. 결국 박스는 터져버렸고 집사는 곧장 찢어진 박스를 치워버렸습니다. 저는 한번도 몸을 담가보지 못한 박스를 말입니다.

  나와 형들이 그 바구니 안에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동안에 집사와 처음보는 인간들 셋이서 뭔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

“…*&*!^*^#@?”

“!! !*&(*^*(@#”

  이런식입니다. 인간의 대화는 무척이나 복잡합니다. 우리처럼 몇 십개의 표현으로 살아갈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러니 내가 관심을 가질래야 가질수도 없지요. 너무 복잡하게 살아봤자 피곤할 뿐입니다. 나는 바구니에 들어가는 것에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묘하게 그 바구니에서는 우리 가족에세 나지 않는 다른 고양이의 냄새가 나고 있었습니다.

  바구니는 어떻게 해도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바구니의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창살이 입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창살을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큼직 큼직한 이빨이 아직 제대로 나지 않아서 그런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 엄마는 새로운 두 인간을 경계하고 숨어있었습니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볼 때에는 인간은 늘 먹을 것을 주고 마실 것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아주 쓸모있는 존재인데 말입니다. 바구니에 들어가는 방법을 도저히 찾지 못한 형들은 이내 흥미를 잃어버린듯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인간이 지이이익 소리를 내더니 바구니를 열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창살이 열린 겁니다. 어떻게 연 것일까요. 죽어도 나는 열 수 없었는데. 물끄러미 인간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데 다른 한 인간이 앞 발로 큰 형을 집어들고 그 바구니 안으로 넣어버렸습니다. 그리고서는 다시 지이이익 소리와 함께 처음 모습처럼 창살이 바구니의 입구를 막아버리게 되었습니다.

  큰 형은 창살쪽으로 머리를 가까이 대고 우리를 향해 도와달라고 울부짖었습니다. 큰 형의 검은 눈동자가 그렇게 커져있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저 먼곳 의자 밑에 숨어있던 엄마가 뛰쳐나와서 그 인간에게 맹렬히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집사가 그것을 막아버렸습니다. 집사는 엄마를 붙잡아 끌어안았고 엄마는 버둥버둥 대며 앙칼지게 울어댔지만 땅을 밟을 수 없었습니다. 작은 형과 나는 제 자리에 서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안해 하는 엄마를 따라 작은 형은 작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나도 일단 그 인간들을 따라가면서 울부짖었습니다. 대체 형을 어디로 데려가는걸까요.

  형을 데려간 인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사가 우리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 해 주었지만, 역시 우리 가족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엄마에게 형은 어디갔냐고, 그 인간들은 누구냐고 물어보았지만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작은 형은 한동안 나와 놀아주지 않고 밥만 먹었습니다. 그 후로 때때로 작은 형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과 빛이 몇 차례 자리를 바꾼 후, 엄마는 나와 작은 형을 불러놓고서는 얘기했습니다.

“큰 형은 이제 앞으로 다시 못보게 될거야.”

“어디갔는데?”

작은 형은 나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그 인간들이 형을 어디로 데려간거야?”

“인간들은 우리 전부를 모두 데리고 살 수 없단다. 아가야. 큰 형은 다른 곳으로 갔어. 다른 인간과 살게 될거야. 아마 둘째도 그렇고, 너도 그렇게 될거란다.”

  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큰 형을 다시는 볼 수 없다니요. 아직까지 나는 큰형을 한번도 때리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득의양양하게 큰 형을 때려주려고 했는데 앞으로 다시는 큰 형을 때릴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나한테 얻어맞고 엉엉 우는 큰 형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이상합니다. 큰 형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헤어진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우리가 떨어져야 해? 다시 만날 수 없어?”

  엄마는 말 없이 나를 껴안아 주었습니다. 엄마의 눈동자에서 우리가 그럴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나는 집사가 무척이나 미워졌습니다. 그래서 평소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복수이지요.

  첫번째 한 복수는 아무곳에나 실례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집사는 화를 내곤 했습니다. 언젠가 작은 형이 귀찮다면서 책상 아래에 똥을 눈 적이 있었는데 밥 주는 인간이 그걸 보고서는 작은 형을 끌고가서 오랫동안 큰 소리로 윽박질렀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는 그 윽박을 듣는 것은 고역이지만,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얘기를 하는 것도 인간의 고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이런 저런 모양의 전선이 가득 모여있는 컴퓨터 책상 아래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엉덩이에 힘을 주었습니다.

  뿌지직 - 뿌지직 -  

  두번째로 한 복수는 책상위의 물건들을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우리 고양이들은 높은 곳을 좋아합니다. 반면에 높은 곳에 올라와있는 다른 것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을 치워버리고 혼자만의 기분을 만끽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집사가 올려 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했다간 집사가 화를 내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고, 게다가 인간까지 화를 내게 할 수 있다니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나는 그것을 곧장 시행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 책상 위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작은 형도 아직은 한번에 책상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의자로 올라갔다가 책상으로 올라가곤 했습니다. 큰 형과 엄마는 한번에 책상으로 뛰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 힘찬 도약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허나 현실은 의자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두번째 복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복수는 한가지입니다. 요 발톱으로 인간의 얼굴에 오선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불이 꺼지고, 집사가 잠에 들기까지 기다렸습니다. 계획대로 집사가 잠에 들자, 몰래 얼굴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나는 아직 발톱을 숨길 수 없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그 것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실행’ 버튼만 누르면 될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에 뒤쪽에서 작은 형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마.”

  머리를 돌려보니 작은 형이 있었습니다. 나는 의아했습니다.

“왜? 이건 복수야 형.”

  나는 복수라는 단어에 힘을 주고 말했습니다.

“그랬다간 우리 가족 모두 쫒겨나버릴 수도 있어.”

  슬픈 엄마의 표정이 떠올라 나는 뒷걸음질을 시작했습니다. 집을 잃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엄마가 슬퍼하는 것 또한 슬픈 일입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분이 풀리지 않아 작은 형에게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작은 형은 겁쟁이야. 큰 형의 복수도 못하고.”

  그 말을 들은 작은 형은 갑자기 내게 달려들었습니다. 나는 형편없이 꼬구라져서 형이 때리는 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소란이 일자 집사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

  인간은 불을 켜더니 나와 작은 형을 앉혀 놓고 또 이해못할 소리를 한참 지껄였습니다. 나는 형을 노려보았고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작은 형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한참 후 불이 꺼지고 인간이 다시 자리에 눕자 나와 형의 신경전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게. 좀 가만히 있어.”

“형은 나보다 힘도 쎄고 머리도 좋은데 왜 복수를 안 해? 비겁해.”

  끝이 나지 않는 싸움이었습니다. 결국 엄마가 와서 꿀밤을 한대씩 먹이고 나서야 우리의 싸움은 멈추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작은 형에게 뭐라고 나긋나긋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형이니까 양보하라는 그런 얘기가 아닐까요. 나는 자리에 주저 앉아 큰 형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작은 형을 쥐어박을 수 없었지만, 큰 형은 작은 형을 쉽게 쥐어박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큰 형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벌써 큰 형을 잊어버린 것일까요.

  변함없이 작은 형과 레슬링 한판을 하고 있다가 집사에게 빗자루로 맞았습니다. 집사는 참으로 이상합니다. 형들과 내가 레슬링을 할 때 가만히 내버려 두기도 하고, 어쩔 때에는 핸드폰으로 우리의 모습을 찍기도 합니다. 나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수가 없으면 오늘처럼 집사가 빗자루를 든 괴물처럼 변합니다. 그리고서는 저와 작은 형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것이지요.

  같은 행동을 보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결과가 바뀌다니, 참으로 비이성적이기 짝이 없는 집사의 모습을 보니,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직후, 그 예감이 적중했음을 깨달았습니다.

  큰 형을 납치해간 두 명의 인간들이 또 다시 우리의 집에 쳐들어 온 것입니다. 창살달린 바구니도 그대로였습니다. 나는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 알아차리고 작은 형을 바라보았습니다. 큰 형과 마찬가지로, 작은 형의 눈동자는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작은 형은 이내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차가운 공기가 나오는 커다랗고 하얀 박스 위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인간들은 그것을 냉장고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아아. 그러나 그 곳은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을만큼 높지 않았습니다. 인간들의 장기인 ‘뒷 다리만으로 일어서기’를 한다면 앞다리로 쉽게 형을 낚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형은 그 위에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닥쳐온 일에 대한 두려움을 비명으로 토해냈습니다. 반면에 엄마는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게 입을 벌려 들릴 듯 말 듯 하게 울었습니다. 작은 형을 계속해서 불렀지만, 몸을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이 하는 일을 고양이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엄마는 깨달은 듯 했습니다.

  역시나 알아들을 수 없는 인간들의 대화가 몇번이고 반복되고, 바구니를 들고 온 인간이 드디어 작은 형을 붙잡았습니다. 나는 도저히 그 장면을 쳐다 볼 수 없었습니다. 인간들은 우리를 왜 떨어트리려 하는 것일까요. 왜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일까요. 결국 작은 형은 그렇게 우리와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두명의 침입자가 돌아가고 나서 이제 집 안에는 나와 엄마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장난을 받아줄 형이 없는 것입니다. 나는 엄마에게 가서 머리를 부볐습니다. 갑자기 집사가 우리를 끌어안으려고 했습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재빨리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그 인간이 드디어 우리를 먹으려고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엄마 혼자 집사의 품에 안긴 지 몇 분이 지나고, 집사는 참치가 들어있는 캔을 어느 곳으로부턴가 꺼내 놓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인간들이 큰 형을 잡아갔을 때에도 저 모양의 캔이 등장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참치 캔과 형들을 바꾸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참치 캔은 내가 먹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은 형과 엄마는 저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말 그대로 허겁지겁 삼켰습니다. 그만큼 맛있는 것일까요? 나는 아직 그 것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아무말 없이 참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얼마전부터 젖 이외의 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참치를 먹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나는 엄마에게 다가갔습니다. 엄마는 내가 다가오자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나는 한번 냄새를 맡아보고서는, 아주 조금씩 입에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움이 내 입속에 넘쳐 흘렀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있다니.’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서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형과 참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지 다시 고민해 보았습니다. 참치를 맛보지 못했을 때는 당연히 형이 좋았지만, 이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참치는 그 정도로 굉장한 맛이었습니다. 엄마의 젖보다, 내가 먹는 밥보다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형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저 맛있는 참치를 또 한번 먹어볼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엄마가 내 곁으로 와서 내 얼굴을 핥아주었습니다. 그 후로 나는 며칠동안 자나깨나 참치만을 생각했습니다. 작은 형과 큰 형은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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