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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게문학] 나는 노랑이입니다. - (2) 안녕,엄마
게시물ID : animal_1776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락
추천 : 10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10 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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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70310_005118316.jpg


나는 노랑이입니다. - (1) 이별 << 보러가기



  큰 형과 작은 형이 납치당하고 나서, 나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큰 형과 작은 형이 있을 때에도 엄마의 사랑은 보통 내 차지 였지만 이제는 둘 뿐이었으니까요. 엄마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내 차례도 오는걸까?’

  그래서 엄마한테 이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엄마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젖을 뗐으니, 아마 너도 내 곁을 떠나게 될 거란다.”

  나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젖을 계속 먹으면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엄마, 형들은 잘 있을까?”

  괜한 얘기를 했습니다. 엄마의 표정이 더 안좋아졌습니다. 머쓱해진 나는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오도독 오도독. 밥은 정말 맛이 없습니다. 정말이지 평생을 이걸 먹고 살아야 된다면 그것처럼 슬픈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날 먹었던 참치 맛의 1/1000 정도로 맛이 없습니다.

 엄마 말대로라면, 내가 납치되는 날에도 엄마는 참치를 먹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잠시 엄마를 부러워 했다가 반대의 경우도 떠올려 보니 생각보다 끔찍했습니다. 만약에 내가 가는 곳이 매일 참치를 먹게 해줄 수 있다면… 지나친 망상일 테지요. 그렇지만 생각하는 것 만으로 내 심장은 거침없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참치는 그럴만한 위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작은 형이 했던 대로, 나는 의자를 한번에 뛰어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나 큰 형처럼 한번에 책상까지 뛰어오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제 내킬 때 인간을 괴롭혀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참으로 멍청한 존재 입니다. 형들이나 엄마가 자꾸 책상 위에 놓여진 물건을 떨어트려도 계속 거기에 뭘 올려다 놓습니다. 저렇게 멍청해서야 잘 살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의자로 도약을 성공한 날, 나는 너무나 기뻐서 의자 위에서 방방 뛰었습니다. 그러다가 미끌어져서 머리를 처박게 되었습니다.

  우당탕탕 -

  집사가 나를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나는 그 표정이 어떤 표정인지 짐작할 수 없었습니다. 대단하다! 거나 멋진 점프였어! 라는 표정이었으면 좋겠지만 뭐하는거지… 라는 표정이라면 좀 부끄러워 질 것 같습니다. 첫번째의 낙하 이후로, 나는 한번도 어디선가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나는 의외로 타고난 점프의 장인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달려다니는 것 외에, 위로도 이동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나의 활동 범위는 훨씬 넓어졌습니다. 아직까지 냉장고 위에는 무서워서 올라가지 못하지만, 거기 말고도 올라갈 곳은 많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곳을 탐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집사가 집밖을 나가기 전에만 앉아있는 곳입니다. 얼굴에 자꾸 뭔가를 바르고, 칠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두번의 점프로 위까지 올라가니 수많은 작은 유리병들이 있었습니다.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리병입니다. 이것들이 도대체 다 무엇일까요. 하나를 오른발로 건드려 보았더니 움직입니다. 나는 머릿속에 이 내용을 기억해 두었습니다. 이제 인간을 괴롭히고 싶으면 여기에 올라와야 될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이 든 김에 일단 나는 하나를 넘어트려서 바닥으로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툭 -

  성공적으로 유리병은 방바닥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내 힘으로도 충분히 이 작은 유리병들을 넘어트릴 수 있는 것입니다. 멀리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가야. 어디있니? 뭐하고 있어?”

  대답을 할까 하다가 그만둡니다. 엄마랑 술래잡기를 시작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술래잡기를 하면 이제 잘 안잡힐 자신이 있습니다. 형들과 술래잡기를 하면 항상 제가 집니다. 당연한 결과이지요. 저는 위로 올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숨을 곳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형들은 책상이고 옷장이고 어디든 올라가버립니다. 나는 바닥에서 올려다 보지만 당연히 형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내가 술래가 되면 그날은 하루종일 애먼 곳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유리병 뒤를 보다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처음 보는 고양이가 거기 서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나의 모든 사고는 정지되고 말았습니다. 적당히 놀라면 비명이라도 지르거나 할텐데 이처럼 심하게 놀라게 되면 호흡이 정지됩니다. 나는 처음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온몸에 털이 모두 일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팔 다리에 힘이 빠져 온몸을 부들부들 떨게 되었습니다. 나는 여태까지 이 녀석을 왜 한번도 보지 못했을까요?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습니다. 마침 그녀석도 싸울 생각은 없었는지, 나와 거리를 조금씩 두기 시작했습니다. 책상 끄트머리까지 달려간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의자로 점프해서 내려왔습니다. 순식간에 바닥에 내려온 나는 엄마를 향해 울부짖으며 달려갔습니다.





  “그건 거울이란다.”

  “거울? 그게 뭔데?”

  “그걸 보면 네 모습을 볼 수가 있어. 그래서 인간들은 매일 자기 얼굴을 보기 위해서 거울을 본단다.”

  “다른 사람한테 봐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자기 얼굴을 봐서 뭐하는데?”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확인하거나, 털이 고르게 나있는지 확인하는 거겠지.”

  내가 이 집에 다른 고양이가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엄마는 그럴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미리 거울에 대한 것을 알려주었으면 이렇게 죽을만큼 놀라진 않았을텐데 말이죠. 엄마는 내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또 핥아주었습니다. 거울이란 것의 정체를 알게 된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를 들여다 보기 위해서 다시 한번 거울 앞으로 갔습니다.

  나는 거울을 보고 놀라지 않으려 했지만 내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수상한 녀석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말을 떠올리고, 계속해서 스스로를 안심시켜 보니 확실히 그 안에 있는 것은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형들보다 훨씬 잘생긴 얼굴이라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또 다시 그날이 왔습니다. 우리 가족을 이산가족으로 만들어버리는 날 말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늘은 두 명의 인간중에 한명만 왔습니다. 물론 예의 그 철창 달린 바구니는 든 채였습니다. 엄마와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기 때문에 얌전히 엄마 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엄마. 나 이제 다른 곳으로 가는 거지?”

  엄마는 숨 죽여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 잘 있어. 기회가 되면 언젠가 만날거야.”

  나는 엄마를 위로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앞다리가 나를 붙잡았습니다. 나는 발버둥쳐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얌전히 붙잡혔습니다. 내가 바구니에 들어가고 사방이 어둠속으로 변해습니다. 기분나쁜 냄새가 이리저리 뒤엉켜 바구니 안에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 때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악 -

  처음 듣는 엄마의 위협소리였습니다. 엄마는 출입문에 서서 온 몸을 꼿꼿이 세우고 나를 들고 있는 인간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집사가 엄마를 붙잡으려 갔습니다. 그 순간 나는 보았습니다. 엄마는 한번도 집사를 공격한 적이 없었지만, 그 때만큼은 집사에게 뛰어올라 팔을 사정없이 할퀴었습니다. 실로 놀라운 점프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내 밥 주는 인간이 빗자루를 손에 쥐고 엄마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엄마가 걱정되어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목이 찢어져라 엄마를 불렀습니다.

  “엄마! - 엄마! -“

  나를 들고 있던 그 인간은 서둘로 집을 빠져나왔습니다. 철컥 하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닫혔습니다. 그 소리는 정말로 엄마와 나를 영원히 가르고 말았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엄마의 이름을 소리높여 외쳤습니다.

  내가 어디있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납치범은 부르르 소리가 나는 이상한 곳으로 나를 집어넣고 문을 철컥하고 닫았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움직였지만, 살아있는 것 특유의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불안함에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큰 목소리로 울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울었더니 목소리가 이상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나는 이내 절망에 빠졌습니다.

  살아있지 않은채로 움직이는 그것이 멈추고,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나는 또다시 겁에 질려 목청껏 울어보았지만, 목이 쉬어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새액새액하는 기분나쁜 공기소리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어느 건물로 들어간 후, 계단을 몇개 내려가자 커다란 철문이 두 개 나란히 붙어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납치범은 조그마한 버튼을 눌렀습니다.

  띠로리로리 -

  어색한 멜로디가 들리고, 안에서 다른 인간이 나왔습니다. 납치범은 나를 내려놓고 철창을 열어주었습니다. 그곳에 처음보는 인간 둘과 납치범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났습니다. 나는 코를 벌렁이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습니다.

  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내가 먹던 밥과 사뭇 다른 맛이 났습니다. 더 달콤했고,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일단 한개를 오독오독 씹어먹은 이후에는 와구와구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가 원래 이런가요? 집에 오자 마자 한바퀴 쑥 둘러보더니 바로 사료부터 먹네요.]

  [원래 고양이들은 입양오면 바로 어디론가 깊숙이 숨는데요, 가끔 개냥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가 보더라고요.]

  배불리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여기가 어디인지, 과연 저 인간들은 나를 어떻게 할 작정인지, 이제 우리 가족은 정말로 완전히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만 것인지. 걱정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일단 나는 한 숨 자고 뒷 일을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흐릿하게 납치범이 종이 한장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은 다른 인간은 그것을 유심히 보다가 펜으로 뭔가를 적는 모습까지 보고서 나는 곯아 떨어졌습니다.

  [이제 입양계약서에 사인을 하셨으니, 정식적으로 이 아이를 맡아서 키우시는거예요. 두 분이 다 계셔서 다행이예요. 한분만 뵙고 아이를 맡기면 왠지 불안해서요.]

  [그렇죠. 같이 사는 사람 중에 한명이라도 애를 싫어하면 안되니까요.]

  [실제로 그런 이유로 파양되는 경우도 몇 번 있었거든요. 그래도 남편 분도 애를 이뻐하시는 것 같고, 고양이 용품도 다 새것처럼 보이네요.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내 아들인데요. 잘 키워야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잘 키워주실거라 믿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참, 이 케이지는 제가 선물로 드리고 갈게요.]

  *케이지 - 동물용 이동 가방

  [안그래도 병원 데려갈 때나 어떻게 할 지 걱정됐는데. 이것저것 신경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네, 모르는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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