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자구요.
하루 하루 힘들게 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성인 자폐 내지는 명칭을 찾기 힘든
일종의 정신병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일단 제가 가진 증상은
(1)
타인과 있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함. 힘들고 피곤하고..귀찮고
만나는 사람 수가 많을수록 더 힘들어요.
근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즐기는 편입니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우울해짐.
(2)
직장생활 불가능. 정시에 맞춰 출근하고 퇴근하고 끊임없이 옆에 사람이 있고
정치질도 해야하고 최고 많이 버틴게 6개월이네요.
지금은 그냥 개인일하고 있는데 근근하게 생활비만 버는 중입니다.
근데 죽어도 회사생활은 하기 싫어요.
(3)
경미한 공황장애.
아침에는 기분이 좋은데 저녁이 되면 갑자기 세상이 멸망될 것 같은 느낌..??
엄청 불안한 건 아닌데 상당히 불안해지고 우울한 느낌이 들어요.
이게 뭔가 원인이 있는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 이유가 없어요.
아무 이유 없이 불안하고 우울해짐.
또 잠 자고 아침이 되면 괜찮아짐.
(4)
한 가지 분야만 파고드는 증상.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동적으로(?) 사회인으로서 여러가지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게 저한텐 너무 압도적으로 느껴진다고나 할까...
한 두가지만 해야 마음이 놓이고 해야할 일이 너무 많으면
쉽게 잊어버리고.. 꼭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해도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5)
친한 친구 몇 명 빼고는 인맥 만들기의 불가능..
사람들이랑 여럿이 있으면 대화를 듣고 있을 때 분명히 한국어임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니까 언어적으로 혹은 문법적으로는 분석할 수 있고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결과적으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랄까 이런게 없어요.
분명히 마음 한 구석에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게 표현이 안되고
또 그렇게 강렬하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때로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물?인 듯한 느낌도 들고요.
(6)
항상 세상이 새롭게 보여요.
심각한 예로 나무? 나무도 볼 때마다 너무 새로워요.
볼 때마다 너무 이쁘고 이런게 있었나? 싶고 신비롭게 보여요.
이건 그냥 예를 든거구요, 그냥 세상 모든 것이 마치 태어나서 처음...본 것 까지는
아니라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게 좋은 것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뭔가 사람으로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이미 알고있는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바로 처리해서 넘어가고 모르는 정보에 집중해서
연산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남들 눈에는 새로운 정보 습득이 느려보이고
실제로도 그래요.
사람도 새로워 보이는게 문제?
부모님도 아 저분들이 내 부모님인가? 갑자기 엄청게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7)
상기한 문제들로 인해서
직장생활, 연애 결혼 등의 당연히 사람이 해야할 것들이 저에게는
에베레스트 산처럼 엄청나게 어렵게 느껴져요. 물론 굳이 해야한다면 하겠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기 때문에 제가 피하고 있어요.
나이 30대인데도 계속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나을까요?
관건은 이런 증상들이 있든 없든 고통을 느끼느냐 하는 것인데
저는 확실히 일상생활에 지장있을 정도로 괴롭다는 게 문제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