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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버스 또가스빌런
게시물ID : humordata_17774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V20잉여
추천 : 9
조회수 : 35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8/10/20 07: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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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한 자리 남은 좌석 버스 겨우 예매하고


집가면 치킨 시켜먹어야지 했다.


뿌링클이냐 마살라냐를 고민하던 차에


시간 맞춰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니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자리랑 버스표를 번갈아보고 있으니


앉아있던 사람이 흔들리는 눈으로 얘기한다.


자기 자리에 이상한 아저씨가 앉아있다,


비켜달라고해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비켜주질 않는다고 했다.


말 걸기 너무 무섭다며 미안하단다.

표 바꾸자고 하고 가봤다.

그 드넓은 좌석버스 의자가 비좁아보이는 체구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더러운 옷


혼자 크리스마스를 즐겼는지 눈같은 비듬이 내린 머리는


방금 감았나 싶을 정도로 촉촉히 떡진 채 얼굴을 덮었다.

제 자린데요.

하니 물끄러미 올려보고 비어있는 창가석으로 옮겨간다.


아니 올려봤다기 보단 초점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눈이었다.


최대한 복도쪽에 붙어 앉으니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마션 도입부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버스가 출발하고 히터가 가동되자


말도 안되는 냄새가 내게 불어왔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던 이정하 작가도


아마 이런 냄새의 파도라면 필사적으로 방파제를 쌓으리라.

초등학교때 사물함에서 햄스터를 키우던 친구가


방학식날 데려가는걸 까먹고 개학식날 사물함을 연 적이 있었다.


그 냄새가 떠올랐다.


병신같은 뇌는 부정적인 감각을 떠올리는데 특화 되어있는것 같다.

조용히 가방에 손을 넣어 감각만으로 향수를 찾아,


손끝에 향수를 뿌리고 코 밑에 가만 문질렀다.

보드카를 들고 바에 외로이 있는 수트 입은 남성 같다는 평가의


그 향수라면 날 이 악취로부터 지켜주리라 생각했다.

얼마 간은 그랬다. 


저쪽 남성분이 드리는 겁니다. 라며


바텐더에게 보드카를 건내받은 것 같던 그 향기는


얼마 못 가 강제로 합석한 남성의 악취와 어울어졌고


결국 수트남도 존나 취해서 토하고 그 토사물에 구른 것 같은


형용할 수 없는 냄새로 뒤바꼈다.

버스에 비상용 망치가 창문만 깨는것 뿐 아니라


내 머리를 내려쳐서 기절하는 용도로도 아주 좋을 것 같을 즈음


그 남자는 잠들었고,


이젠 비강으로 4/4박자의 캐스터네츠질을 해대면서


입으로 똥을 싸기 시작했다.


이건 무조건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런 냄새가 날리 없었다.

망치의 용도를 창문이냐 나냐 저새끼냐를 다시 한 번 고민할 즈음


버스는 도착했고 나는 치킨은 개뿔 불꽃같은 샤워 후 잠들었다.

트라우마 생길 것 같다.


출처 https://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st=subject&sk=%B0%A1%BD%BA&searchday=1month&pg=0&number=82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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