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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과학의 끝없는 논쟁, 그리고 도킨스
게시물ID : phil_9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롱선장
추천 : 2
조회수 : 98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7/07 14:46:45
빅뱅 대 빛이 있으라
진화론 대 창조론
자연주의 대 지적설계론

갈릴레오와 같은 과학자가 활동하던 르네상스 이후로 이어져온 과학계와 종교계의 갈등은 최근까지도 이런 모습으로 이어진 모양입니다. 그때는 거북이 위에 코끼리 위에 평면적인 지구가 앉아있느냐, 둥근 지구가 막 움직이느냐의 차이, 즉 천문학적인 논란이 주제였습니다만, 지금은 생물학의 논란이 더 커진듯 합니다.

최근 아이들에게 과외로 생물학을 가르치며 가장 자주 받던 질문은 '신은 있나요?,' '신이 우릴 만든게 아닌가요?' 였습니다. 교회에서 가르친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의구심에 그런 질문을 하는 아이, 과학으로 신의 존재 혹은 부재가 증명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질문하는 아이, 그저 종교와 과학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들어가 선생님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은 아이, 등등 질문은 같지만 의도는 각양각색입니다. 그러나 제 답은 언제나 하나였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몰라, 알게뭐야.' 

과학은 실험과 증명의 학문입니다. 실험할 수 없는 일이라면 어떤 주장이든 가설일 뿐이지요. 저도 모르는 문제를 학생들에게 대강 찍어서 이것이 맞다고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가 확답을 할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해 당연히 모른다고 하곤 합니다.

자연주의 학자들과 지적설계론의 갈등을 생각하면 저는 제일 먼저 리처드 돌킨스(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저자)가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꾸준히, 열심히도 종교계와 논쟁을 벌여왔고, 몇년전부터는 그렇게 '근면하게'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양측에 질려 그 후로 관심을 끊은 기억이 납니다. 저는 종교계와 싸워 온 리쳐드 돌킨스가 그런점에서 과학자로서는 그릇된 태도를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과학으로서는 증명할 방법이 없거든요. 닫힌 공간에서 방대한 양의 유기질 용액에 열, 전기를 수억년간 변칙적으로 가해서 생물을 만들어내보지 않는 한에는요. 물론 그렇게 해서 지적설계론을 부정해낸다 하더라도 종교계가 어떤 논리로 이론을 되살려낼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일찌기 신학자들이 진화론이 창조론을 압도하기 시작하자 새로이 지적설계론이란 이론을 진화시켰듯이요. 과학자는 머리손발 다 써서 실험하여 완벽하게 증명해야하는 입장이고 신학자는 머리 한번 굴려서 그럴듯한 이론을 만들어내고 믿어라 하는 입장입니다. 둘이 서로가 틀렸다 증명하려고 경쟁하면 누가 손해일까요.

그러나 과학자라면 종교와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뿐이지 도킨스가 잘못되었다는것은 아닙니다. 최근까지도 아이들의 과학교육과정에 기독교 이론이 반영된 학교들이 있고 종교를 과학이라고 가르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사실 돌킨스는 과학자라기보단 훌륭한 교육자, 대중문학가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보다는 대중에 대한 과학교육과 종교계와의 논쟁이 앞서고, 실험을 통한 증명보다는 논리를 통한 주장이 그의 책의 내용이였으니까요. 혹여나 그의 '생물에 관한 철학서적'에 감명을 받은 과학도들이 실험의 학문인 생물학과 이론의 학문인 철학과 혼동하여 끝없는 논쟁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보는 과학과 종교는 분야가 전혀 다릅니다. 그러므로 서로 싸울 이유도 없고 둘을 섞을 이유도 없습니다. 섞으면 유사과학이나 사이비종교가 되어 버릴겁니다.종교와 과학간의 갈등은 사람들이 어거지로 과학이론을 끼워맞추듯 도용하여 종교이론을 증명하려고 해서, 혹은 그 역으로 인해서 생기는것 같습니다. (신학이건 과학이건 학문의 이론을 자신의 이득과 편의를 위해 대충 끼워 맞추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신이 있거나 없거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것을 이해하는게 과학이고 사람이 알 수 없는 분야에 대한 마음가짐이 종교입니다. 애초에 '신'을 사람이 오감으로 인식조차 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존재로 정의를 해놨는데 인식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과학으로 그걸 풀어보려하면 답이 나올리가 없지요.

줄자로 흐르는 물의 부피를 잴 수 있나요? 먼 훗날 어떻게든 기발한 방법으로 잴 수 있게된다고 칩시다. 근데 그러느니 그냥 지금 있는 빠께쓰로 담아서 재고 줄자는 다른 더 유용한 용도로 쓰고 말지요.

의문은 해소 못하고 모르는것만 더 늘리고 가는 단상이였습니다. 앞으로는 가르치는 아이들이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여느때의 '몰라, 알게뭐야'에 한마디 더 덛붙일 것 같습니다.
'근데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좀 물어보게.'




p.s. 제 오류에 대한 지적, 비판, 그리고 도서 추천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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