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다고 제 별명이 ‘한 사장’이 됐습니다. 친구들이 파리에 언제 가느냐고 놀려요.”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서 한기주(17·광주 동성고)가 한국의 기둥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완인 한기주는 지난 4일 타이베이 신추안 구장에서 열린 호주전에서 7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3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한국의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당초 한국 코칭스태프는 호주와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엔트리 18명 중 절반 이상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에 스카우트된 선수들이었기 때문. 경기 시작 전 타격 연습에서도 호주 타자들은 힘있는 스윙으로 홈런을 펑펑 쏘아대 한국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한기주는 2학년생답지 않은 노련한 투구로 호주 타선을 꽁꽁 묶었다. 매회 삼진을 잡아냈고 2회와 4회엔 각각 삼진 3개로 간단히 틀어막았다. 시속 140㎞대 중반까지 나오는 빠른 볼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으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경기 후 호주의 도널드 카일 감독은 “스피드와 제구력이 뛰어난 대단한 투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기주는 지난달 22일 봉황기 결승서 광주일고와 재경기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팀에 25년 만에 우승컵을 안겨주며 최우수 선수로 뽑혔던 유망주. 당시 한기주는 두 차례의 결승전에서 13과 3분의 1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등 그 대회에서 혼자 4승을 챙기며 31이닝 무실점의 경이적인 성적을 남겼다. 광주 수창초등학교와 동성중을 거친 한기주는 “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랜디 존슨과 같은 강속구 투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