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대학 후배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만난지는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첫인상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말을 참 잘 들어주는 모습에 반해
만난 지 무려 3일만에 사귀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매일 만나다시피 하며 일상을 공유해나갔습니다.
만나는 동안 이런 저런 일로 참 다투기도 많이 했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좋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1년 전 1주년 되는 날 프로포즈를 하여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 후로 차근차근 스드메, 전세집도 구하며 이것 저것 준비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달 전, 과거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여자친구와 크게 다투게 되었고
다투는 와중에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 저를 소개해준 후배를 포함한 남자들끼리 갔던 동남아 여행에서
클럽에서 외국인 여자와 원나잇을 했다는 고백을 하였습니다.
저를 소개해준 후배가 원래 유흥을 무척 즐기는 유부남이고, 함께 어울리는 후배들 역시 여자를 많이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는데
여행 가서 아무 일 없었다는 그동안의 제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여자친구가 무척이나 충격받았습니다.
사회적인 남자여자 이슈와 관련된 얘기를 하다 보면 금세 목소리가 커지고 다투곤 했었는데 역시나 찔리는게 있어서 그랬다면서
실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눈으로 저를 경멸하며 바라보다 차를 뛰쳐나가던 그때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며칠에 걸쳐 헤어지려다 붙잡고 손목을 그으려던 것도 말리고 직장도 결근하며 폭풍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진 이상 결혼은 할텐데, 평생 의심은 못버리겠다는 여자친구와 가까스로 화해하고 결혼준비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며칠째 여자친구가 고열이 계속되어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는데, 선명한 두 줄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하자 정상임신으로 판명되었으나 아직 5~6주밖에 되지 않아 장담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둘 다 어느 정도 합의 하에 임신을 하게 되면 아이를 낳기로 하고 관계를 갖던 와중이었기에 양가 부모님들께도 바로 알리고
결혼식을 앞당기며 모든 스케줄을 조정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만에 드레스와 예복과 한복을 맞추는 등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나가며 직장생활을 병행하던 도중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자친구가 하혈을 한 것입니다.
낮에도 피가 나고 저녁에도 피를 쏟아 응급실에 가고 나자 산부인과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하였고
다행히 병가를 쓰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 직장이라 병가를 내고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 2주 넘게 집에서 누워만 있어야 하다보니 몸도 쳐지고 제일 첫째로는
밤마다 제가 클럽에서 원나잇하는 꿈을 꾼다는 것입니다.
그때 헤어졌어야 했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죽고싶어하는 여자친구의 말을 들으며
별다른 위로를 할 자격도 방법도 모르는 채 너무나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원망속에 사는 것까지는 괜찮으나 여자친구가 잘못되거나, 뱃속의 아이가 잘못되는 것만은 막고 싶은데
이제는 제가 곁에 있는 것도 화가 난다고 하네요.
제가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이 상황을 낫게 할 수 있을까요.
과거로 시간을 돌리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