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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페미니즘을 위한 변론
게시물ID : comics_178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국간장4
추천 : 6
조회수 : 947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8/11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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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게시판에 올려야 할 지 몰라서... 일단 이 이슈로 가장 핫한 만화게시판에 올려봐요. 

부디 페미니즘과 메갈리아가 동급으로 취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메갈리아 = 페미니즘 프레임에 반박하는 글 중 가장 잘 정리된 글 하나만 가져와봤습니다. 

부디 한번씩만 읽어보시고 페미니즘 자체에 실망하진 말아주세요. 


----------------------------------------------------[펌글 시작]


1.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요?
식상하지만,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 다는 견해 (네이버 사전)' 입니다. 말 그대로, 성별이 다르다고 해서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생각 전부를 페미니즘이라고 하죠. 따라서, 웬만한 피지알러 여러분들은 모두페미니즘에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굳게 믿고 있구요.

아, 그럼 왜 이퀄리즘, 휴머니즘 같은 용어를 안쓰고 페미니즘이란 용어를 쓰냐구요? 왜냐하면, 페미니즘이 처음 학문적인 형태로 세상에 나오게 된 시기인 1800년대에는, 여성에겐 기본적인 참정권조차 없었고 전쟁이 일어났다치면 여성을 전리품 취급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기였습니다. 여성의 권리가 남성에 비해 한참 못미쳤기 때문에, 여성을 중심으로 젠더 평등성에 대한 연구와 운동이 진행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이름이 페미니즘으로 붙여져서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것이지, 대놓고 여성을 위한다거나,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는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대에 와서 페미니즘의 범위는 이보다 넓어졌기때문에, '페미니즘'이란 용어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이후에 좀 더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그럼 페미니즘은 어떻게 발전해왔나요?
 
페미니즘의 기초를 정립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은 잉글랜드의 작가이자 철학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입니다. 그는 그의 저서 <여성 권리의 옹호 (1792년)>에서 기존 철학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여성에 대한 편견에 대해 공격하며,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무지하고 억압받는 상태에서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합니다. 하지만 울스턴크래프트의 사상은 남성을 여성이 따라잡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여성도 남성처럼 될 수 있다'라는 사고방식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성평등 담론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모든 페미니즘의 모태격이 되는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후 울스턴크래프트의 사상에 힘입어, 1800년대 중후반부터 유럽, 북미 등지에서 본격적 여성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분파의페미니즘이 등장하며, 각자 조금씩 다른 이론에 근거하여 여성운동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이에 대해서 조금씩 살펴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리버럴 (Liberal) 페미니즘, 혹은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울스턴크래프트의 사상과 가장 비슷한, 그렇기에 가장 먼저 일어난 페미니즘입니다. 제도적, 학술적, 직업적 부분에서의 성 평등을 주장하며, 사회적 관념때문에 여성이 남성의 하위계층에 놓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법과 제도의 개정, 참정권 쟁취 등의 방법으로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법과 제도가 미치지 않는 사회적 관념, 통념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고, 또 가장 타협적이라고 다른 페미니즘에 의해 공격받기도 합니다.
막시즘 (Marxism) 페미니즘은, 맑스주의에 입각하여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의 관계로 보고, 가사노동을 통해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가사노동에도 보수를 지급하거나, 가사분담을 통해서 남녀 상호간의 통념 차이를 개선하고 성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위 두 사상으로 대변되는 페미니즘 운동을 페미니즘 제 1의 물결이라고 흔히 칭합니다. 주로 제도와 법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여성은 사회통념상으로 남성에 비한 약자이자 종속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타파하고자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페미니즘 운동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래디컬 (Radical) 페미니즘, 혹은 급진 페미니즘은 리버럴 페미니즘의 타협성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가부장제라는 남성 중심적인 관습이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버럴 페미니즘의 영향력으로 인해 법과 제도에 존재하는 여성 차별적인 문제점을 고쳐나갔지만, 이가 여성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적 통념까지 바꿔주진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한 사상입니다. 가부장제의 중심을 이루는 남성을 적으로 간주하며, 이를 통해 관습적, 사회 통념적으로 뿌리박힌 여성의 억압을 구해내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남성성은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페미니즘입니다. 설명만 들어도 굉장히 공격적이라는것이 느껴질 것입니다. 래디컬 페미니즘과 비슷한 분파로 여성에게 남성과는 다른 신비성이 있으며, 그로 인한 여성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스피리추얼 (spiritual) 페미니즘,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달도 남성에 의한 억압기제로 간주하며 이를 반대하는 에코 (eco)페미니즘이 존재합니다.다만, 래디컬 페미니즘과 그 유사분파들은 페미니즘 학계의 발전과 더불어 보편적 인륜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평등사상이 아닌 여성우월주의 사상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게 됩니다. 참고로, 래디컬 페미니즘의 기본사상은 막시즘 페미니즘과 비슷하다고 보실수 있지만,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막시즘 페미니즘도 공격합니다. 마르크스가 남자(...)라는 이유에서요 크크.
래디컬 페미니즘이 페미니즘의 제 2의 물결을 주도해왔지만, 물론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여성을 사회적 계급으로 간주하고, 여성이라는 계급을 제외한 다른 억압받는 계급에 대한 문제는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성 소수자, 사회적 약자계층, 흑인까지. 래디컬 페미니즘의 발악기에는 이들에 대한 무시에서 더 나아가서 공격까지 이루어졌으니, 이는 곳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에 대한 고찰과 성찰로 페미니즘의 제 3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다음에 설명하고자 하는 바로 다음, 현대 페미니즘의 트렌드입니다.
 
3. 현대 페미니즘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현대 페미니즘에 가장 큰 영향력을 준 학자를 들라하면 단연 시몬느 드 보부아르와 주디스 버틀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1908년~1986년)는 사람들이 성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기존의 관념을을 타파하면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라는 실존주의에 입각한 사상을 페미니즘에 도입했습니다. 즉, 원래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성이 중요한게 아니라, 성장해 나가면서 만들어지는 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사회 구조가 여성에겐 여성다움을, 남성에겐 남성다움을 강요하기 때문에 이에 맞추어진 인간으로 성장해나간다는 겁니다.
주디스 버틀러(1955년~)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개념을 더 확장시킨, 역대 페미니즘 학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면서 포용력있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주디스 버틀러는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사상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까지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의 페미니즘또한 레즈비언, 인터섹슈얼, 크로스드레서, 드랙퀸 (여장 남성동성애자)를 '여성'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통합시키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주디스 버틀러는, 성담론을 이원화 구조에 포함시키려는 주장을 맹렬히 공격했습니다. 젠더는 서로 강제될 수 없으며, 그것을 강제하는 것은 서양 철학의 고질병인 이원화 구조를 되풀이하는것으로밖엔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으로 현대의 페미니즘은 여성만이 아닌 성소수자와, 이원화 프레임에서 고통받는 남성들까지 구해내는, 포용력 있는 학문으로 발전하기에 이릅니다.
어때요 학문적으로는 공격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인자하고 포용력있는 주장 아닌가요?
 
4. 메갈리아, 워마드는 그렇다면 페미니즘 학계의 주장과 부합하나요?
3을 제대로 이해하셨겠다면 바로 답이 나오시겠죠. 네. 절~대 아닙니다.메갈리아와 워마드의 주장은 대부분 래디컬 페미니즘의 모습을 띱니다. 성소수자, 민주화운동 희생자, 사회적 약자(위안부 강제동원 할머니, 성평등을 지지하던 여중생) 까지 물리적, 언어적으로 폭행한 사실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패착 또한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또한, 메갈리아와 워마드의 행보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가장 악한 면만 배워오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가부장제로 군림하는 남성들만 공격하고 있는것이 아닌, 그 아래에서 고통받는 남성과 여성들까지도 함께 공격한다는 점입니다.
뭐 더 말해서 무엇하겠냐만, 메갈리아의 주장은 이미 철지난 페미니즘이며, 그조차도 학계에서는 흑역사 취급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5. 자주 물어오는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가. 한국의 현재 페미니스트들은 그렇다면 어떤 분파가 주류이며, 그들은 어떤 식으로 젠더 평등을 성취하고자 하나요?
사실 세계적인 페미니즘의 역사에 비하면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는 매우 짧은편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페미니즘이 처음 태동하기 시작한 1800년대 중후반에 한국의 상황은...... 굳이 말씀 안드려도 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도 일제강점기, 6.25전쟁, 분단, 민주화운동 등 많은 역사적 굴곡들이 있었기에, 젠더 평등에 대해 신경쓸 여력도 없을 정도였다는건 다들 이해하고 계시겠지요.
그렇기때문에, 현재 기득권에 진출해있고 의사결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페미니스트들은  마치 1800중후반 유럽과 북미에서 페미니즘이 처음 태동했을때와 비슷하게, 리버럴 페미니스트들입니다. 한국 여성 기득권의 가장 대표적인 집단인 여성가족부가 리버럴 페미니즘의 대표주자구요. 앞에서도 설명드렸다시피 리버럴 페미니즘은 제도적 접근을 통해 젠더 평등을 성취하고자 합니다.민주화운동 이후는, 막시즘 페미니스트들이 슬슬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가지기 시작하고, 지금도 그 단계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애초에 마르크스라는 이름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키던 곳이 민주화 이전의 대한민국이었다보니, 충분히 그럴만 하죠 크크.하지만, 현재 기득권이 아닌 운동권의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완전히 득세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워낙 그들의 메시지가 강력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혹할만한 근거들을 포함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실제로 래디컬 페미니즘은 20세기 후반 학계에서도 처절히 실패했다고 평가받지만, 어쨌든 그 목소리의 크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열심히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나. 잠깐, 왜 양성평등이란 말 대신 젠더평등이란 말을 쓰시나요?
양성평등이란 말 자체가 이미 성은 남성과 여성 둘 밖에 없다는 전제를 포함하는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젠더 라는 용어 자체는 남성, 여성뿐만이 아닌 인터섹슈얼, 크로스드레서, LGBT같은 모든 성적 소수자들을 포괄하는 용어이기도 하기 때문이구요.
앞서서 말슴드렸다시피, 현대 페미니즘 학계의 노력은 성을 남성, 여성이라는 이원화 구조에서 탈피시키고 성 평등에 대한 담론을 모든 젠더로까지 확장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현대 성평등 학계는 성을 이원화 구도에 끼워맞추는것도 폭력이라고 간주합니다. 이는 인터섹슈얼, LGBT 등의 모든 성 소수자들을 포용할 수 있는 개념이며, 보편적 인륜에도 부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은 지지를 보내고싶은 주장입니다.
 
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난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음... 이는 페미니즘 학계 사이에서도 굉장히 많이 토론되고 있는 주제이며, 페미니즘이 풀어나가야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답이 있을 순 없으므로 제 생각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본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은 1) 래디컬 페미니즘의 뿌직뿌직으로인한 반발심리 와 2) 남성 기득권층의 방어기제에 의한 흑색선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래디컬 페미니즘은 보편적 인륜에 대한 무시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을 일삼아왔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긴 어려웠습니다. 또 이에 맞서 남성 기득권은 이런 래디컬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전부인양 광고하며 페미니즘의 이미지를 더 깎아먹는데 도움을 주었죠. '페미나치, Feminazi'라는 용어를 창시한 사람이 바로 미국의 극보수주의 논객이었던 러시림보(Rush Limbaugh)였던 것을 감안하면, 솔직히 남성 기득권의 견제가 페미니즘의 부정적 인식에 기여를 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라. 페미니즘이란 용어 자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이젠 페미니즘이란 이름보단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것이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페미니즘 학계의 발전과 우리 사회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졌기때문에, 1800년대 사용하던 이름을 그대로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평등주의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갈리테리아니즘 (Egalitarianism, 평등주의)이라는 좋은 용어가 있습니다.

6. 글을 마치며
페미니즘의 포용력 있는 주장과 학문적 발전은, 사실 메갈리아와 같은 반사회적 집단에 의해 폄하되기에는 너무 아깝고 가치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기회에,페미니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그 배경에 깔린 사상적 근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길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며, 댓글로 어떤 질문이나 의견 교류도 전 대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http://www.pgr21.com/pb/pb.php?id=freedom&no=66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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