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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시물ID : humorstory_178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일랏
추천 : 8
조회수 : 31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1/08 13:21:32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이렇게 내 여자친구와의 일을 글로 풀어내려고 하니 쑥쓰러움이 앞선다.

하지만 좋은 추억을 되살려보고자 이렇게 글을 써보게 되었다.



옛날 옛적에 나도 대학생인 시절이 있었다.

1학년이 됐는데 그때는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도 이름있는 대학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할수없이 학교앞에서 자취를 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 친구 한명이 나와 같은 대학에 붙었는데 그 녀석은 어찌된일인지 기숙사에 합격했다.

그래 할수없이 나는 혼자 낯선 서울땅에서 지금 하숙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

벌써 몇군데를 둘러보았는가...열곳은 넘은것 같다...하나같이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내게 서울이라는 곳은 이때까지 처음이었고 내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던 말은 서울에선 눈뜨고도 코베어 간다는 말이었다...

대여섯군데를 둘러보고 허무인듯 체념인듯 발이 끌리는 대로 또 어느 하숙집에 들렀다.

그곳은 2층짜리 양옥집이었고, 그 당시 건물로는 신축건물이었다.

딩동- 벨이 울리자 '누구세요' 라는 목소리가 인터폰 사이로 울려퍼졌다.

나는 흠칫 놀랐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흠흠...저 하숙하신다고 해서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채 시골촌놈은 그 집을 향해 들어갔다.

당시 우리집은 참 어렵게 살았다. 그 당시 우리집은 농사를 지었는데 그 때 경제정책이 농가에 불리하게 돌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내가 봐도 그때 난 참 추리했다. 꾀죄죄했다고 표현해야 하나 아니면 촌스러웠다고 표현해야 하나.

그 당시 찍어논 내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헐렁한 스웨터에 청바지, 그리고 흰색 운동화 대게 이런 차림이었다.

그날 내 차림은 거기에 입학선물로 엄마가 사준 검은색 오리털 파카 하나가 더 얹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문이 열리자 날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날 맞이했다.

"아 어서오세요....지금 저희 부모님이 안계세요. 잠시 앉아 계세요"

"아..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서둘러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도그럴것이 그녀가 너무 이뻐서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주방으로 가는 그녀를 곁눈질로 살짝 눈여겨 보았다.

170은 될듯한 키에 슬림한 체형...긴 생머리...한눈에 봐도 미인이라는것을 알고 내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자..이거 한잔 드세요"

그녀는 주스한잔을 쟁반에 받쳐 내게 내밀었다.

"네...잘 먹겠습니다.."

"아..그리고 부모님은 곧 들어오실 거예요"

그녀가 내민 주스를 수줍게 받아들고 나는 주스를 음미했다. 지금 이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졌다. 도저히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킬 수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녀가 날 보는 시선을 감당할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녀는 반대편 소파에 앉아서 책을 집어들었다.

바보 같았지만 그때까지 난 여자에 대한 환상같은게 존재했다. 초등학교 이후로 남자들 세계에서만 자라왔기 때문에 여자라는 것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마저 갖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튼 그녀가 다른 일에 몰두하자 나는 다시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소심한 눈을 하고선 그녀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창가에 쏟아지는 햇볕을 받으며 그녀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 얼굴은 마치 르느와르의 한폭의 예술작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책에 시선을 떼고 그녀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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