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시작해서 결국은 00책을 불가피하게 사야는 상황에 처한지라 어려운 사정을 알지만 불초소자 염치없이 사정드린다고 편지를 보내면 며칠 후 등기 우편이 오고 그기엔 어김없이 우체국 소액환이란 게 들어 있었지.
내가 이러는 걸 광식이가 본 거야. 광식인 신세계를 본 거마냥 편지를 쓰댔어.
그넘은 통이 컸어. 이게 일년에 두서너 번 보내야 약빨이 받는데 식이는 거의 한달에 한 번 꼴로 편지를 쓰는 거야. 책으로 시작해 전자계산기(문과는 필요 없는 거야)를 거쳐 심지어는 우리때 폐지된 교련시간 방독면까지 사얀다면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이 시키 학교서 돈도 별로 안쓰면서 왜 저럴까 싶었는데 그때 이씨××이 경양식집서 미팅한 긴 머리 내 파트너를 만나고 있었던 거였어. 개×키~.
암튼, 하루는 술 먹고 자정 넘어 자취방엘 갔는데, 광식이가 그 시간까지 자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고 있는 거야. 딱 보니 편지야. 산청 산골 촌놈이, 가난한 자취생이 앳띈 도시녀와 연애란 걸 하니 늘 돈이 궁했던 거지.
책에다 계산기 심지어는 방독면까지 써먹었는데 마땅한 구실이 없었던 거지. 소재가 바닥이 난 거였어. 미×넘아 고마디비자라고 했지만 광식인 심각한 얼굴로 편지지를 응시했었어.
다음 날 첫 수업인지라 난 일찍 일어났어. 세수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 책상위에 편지지가 보이는 거야. 광식이가 쓴 거였지. 읽고는 광식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지. 대단한 넘~
한 구절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나
부모님 전상서로 시작해 안부를 묻고, 염치없이 또 펜을 들었다면서 결론이
수학시간 부교재가 필요한데(이 시키 이과 갔으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편지 보냈을 거야) 사인값 10,000원 코사인값 10,000원 탄젠트값 25,000원 합이 45,000원이 필요한데 어려우시면 사인,코사인 값은 안 보내도 되니 탄젠트값 25,000원은 꼭 좀 보내달라는 거였어.
햐아~~ 이×발×~. 난 멍청이였어. 고작 책값 몇푼으로 부모님께 사기치려 한 난 하수 중에 하수였던 거지.
광식이가 그 편지를 보냈는지는 확인 안해봤어. 돈이 왔다해서 내게 쓸 놈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 광식이가 졸업 후 00은행에 단박에 취직을 했고, 내 파트너였던 그 가시내와 결혼을 했고, 자식을 셋이 나 쑥쑥 낳았고, 틈만나면 부모님 여행시켜주는 효자가 되었다는 거야.
작년 봄, 광식이 아버님 부고장을 받고 산청엘 갔었어. 나를 보더니 서럽게 울더군, 나도 막 눈물이 쏟아졌어.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때 난 부모님 두 분 다 여읜 상태였고 광식이도 이제 막 고아가 된 거였지.
돌이켜보면 부모님들은 다 알고 계셨을 거야. 그럼에도 이해를 하셨겠지. 가난한 살림에 자식 객지 보내놓고 마음 편할 부모님이 어디 있겠어. 하여 편지가 오면 이시키 사기친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저기 돈을 융통해 우체국으로 가셨을 테고 소액환으로 바꿔 보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