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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열전] 혜월스님 이야기
게시물ID : religion_17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우스2
추천 : 0
조회수 : 17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20 21:50:41
'개간선사' 혜월스님 - 무소유-天眞으로 일관 가는 곳마다 불모지 개간
 
 
근대 불교의 고승인 혜월(慧月)의 본관은 평산(平山) 신씨(申氏)이고, 1862년(철종 13년) 6월 19일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신평리에서 태어났다.
 
법호는 혜월, 법명이 혜명(慧明)이다. 가난했던 집안 사정으로 인해 12살인 1873년(고종 10년) 덕숭산(德崇山) 정혜사(定慧寺)로 출가하여, 친척이었던 혜안(慧安) 스님을 은사로 삼았다.
혜월은 3년동안 행자생활을 한 다음, 열다섯살이 되던 1876년 비로소 사미계를 받고 혜명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는 관음(觀音) 정진에 몰두하면서 19살이 되던 1880년까지 정혜사에서 공부하였다.
 
그 해 은사인 혜안이 환속하면서 혜월을 서산(瑞山) 천장사(天藏寺)에서 선풍(禪風)을 선양하고 있던 당대의 선지식 경허(鏡虛)선사에게 맡겼다.
 
그는 21세 때부터 경허에게 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23세 되던 1884년에는 경허(鏡虛)로부터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1158∼1210)의 '수심결'(修心訣)을 배웠다.
 
이때 '수심결' 서두에 인용한 중국 선종의 하나인 임제종(臨濟宗)의 개조 임제(臨濟) 의현(義玄)(?∼867)의 법어인 "네 눈앞에 항상 뚜렷하여, 홀로 밝고 형상없는 그것이라야, 비로소 법을 말하고 법을 듣느니라"라는 대목에서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라는 큰 의문이 일어났다.
 
 이 무렵 경허가 한 "알겠느냐? 어느 물건이 설법하고 청법하느냐? 형상이 없되 뚜렷한 그 한 물건을 일러라"라는 법문을 듣고는 더욱 의문이 깊어만 갔다.
이로부터 앞이 캄캄했고 의심 덩어리가 가슴에 뭉쳤다. 밥을 먹을 때나 밭에서 일할 때나 잠잘 때까지도 이 한 생각으로 일념으로 정진한지 1주일이 되던 날, 짚신 한 켤레를 다 삼아놓고 마지막으로 신골짚신을 틀에 넣어 두드려 모양새를 고르기 위해 '탁'하고 망치로 치는 순간, 그토록 노심초사하던 '한 물건'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
 
 이에 혜월은 기뻐하며 경허에게 자기가 깨달은 경지를 낱낱이 이야기 했고, 경허선사는 그에게 화두와 공안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아무런 걸림없이 대답해 경허를 감탄케 했다.

마침내 그가 29세 되던 1890년 봄 경허가 그의 깨달음을 인가하고, 혜월이라는 법호와 함께 "일체 법을 요달해 알면(了知一切法)/자성 또한 소유가 없다네(自性無所有)/이와 같이 법의 성품을 깨치면(如是解法性)/곧 노사나 부처를 보리라(卽見盧舍那)/세상의 생멸법 쉬어 도리어 생사 초월한 도리 부르짖으니(休世諦倒提唱無生印)/청산 다리 한 관문으로 서로 우물쭈물하도다(靑山脚一關以相塗糊)"라는 전법게를 내렸고, 이로써 그는 경허의 법맥을 이어 받았다.

혜월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정혜사에서 깨달음 후의 보임(保任) 공부에 더욱 정진했다. 48세 되던 1908년부터 혜월은 영남지방으로 옮겨 선산 도리사(桃李寺), 팔공산 파계사(把溪寺) 미타암(彌陀庵), 통도사, 양산 천성산(千聖山) 미타암과 원효암, 통도사 극락암, 범어사 등지에 머무르면서 후학을 지도하였다. 이때 혜월은 가는 곳마다 수행정진에 몰두했고, 여가가 나면 항상 김 매고 나무하며 부지런히 일하였으며, 틈 나면 부지런히 경내를 청소하고 짚신 삼고, 새끼를 꼬았다. 그는 평생동안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의 생활을 준수하였고, 가는 곳마다 불모지를 개간하여 논밭을 일구는 일에 열심이어서 '개간(開墾) 선사' 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항상 손에서 괭이를 놓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만공(滿空)의 사찰중창 불사, 용성(龍城)의 역경(譯經)과 포교, 혜월의 불모지 개간사업을 높이 받들어 이들 세 고승을 당대의 3대 걸승(傑僧)이라고 일컬었다. 혜월이 파계사 미타암에 있을 때는 함께 살던 열 살 남짓한 동자승을 '큰 스님'이라 부르고 아침 저녁으로 문안까지 올리며 자연 그대로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천진불(天眞佛)로 존대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그리고 까치와 까마귀 등 산새들이 날아와 혜월의 몸에 앉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소를 사랑했는데, 묶인 소를 보면 곧 풀어주곤 했을 정도로 짐승들에게도 자비심을 표했다.

52세 되던 1913년 7월 스승인 경허선사가 지난해 봄에 갑산 도하동에서 입적했다는 사형 수월(水月)의 소식을 듣고, 혜월은 덕숭산에 있던 만공(滿空)에 연락해 그와 함께 스승의 자취를 찾아 갑산까지 가서 스승의 시신을 다비하고 경허가 남긴 임종게 등의 유품을 가지고 돌아왔다.
한편 혜월은 무소유(無所有)와 천진(天眞)으로 생애를 일관하여 가는 곳마다 많은 일화를 남겼다. 1921년 61세의 혜월은 부산 금정산(金井山) 선암사(仙巖寺) 주지를 맡았다. 이때에도 그는 산지를 개간해 논을 만들려고, 문전옥답 다섯 마지기를 팔아 그 돈으로 일꾼들을 고용해 밭을 일구었다. 이때 일꾼들이 그의 설법에 정신이 팔려 일이 진척되지 않아 겨우 자갈밭 세 마지기를 개간했을 뿐이었다. 이에 제자들이 혜월에게 "다섯마지기를 팔아 겨우 세마지기를 만들면 무엇합니까"라고 불평하자, 그는 "다섯마지기는 그대로 있고, 자갈밭 세마지기가 더 생겼으니 좋지 않으냐"고 대답했다.

또 혜월이 내원사에 있을 때 대중들과 함께 몇 해에 걸쳐 황무지 2,000여평을 개간하여 훌륭한 논으로 만들었다. 이를 욕심내는 마을 사람의 요청에 따라 그 가운데 세마지기의 논을 팔게 되었다. 교활한 마을 사람이 혜월의 천진한 마음을 속였기에 겨우 두마지기 값만 받고 팔고 돌아오자, 역시 제자들이 그를 힐책하였다. 이때도 그는 "논 세마지기는 그대로 있고, 여기 두마지기 논값이 있으니, 논이 다섯마지기로 불어버렸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도 많으냐! 욕심없는 승려의 장사는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혜월의 자갈밭 개간과 논 값에 얽힌 일화는 그의 세간적인 소유의 계산을 넘어선 대승적 계산법과 천진성을 보여준다.
1924년 11월 15일 일제강점기하에 조선불교의 선맥을 계승하여 선의 대중화와 선 본연의 수행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선학원(禪學院·서울 안국동 소재)에서 제 3회 선우공제회(禪友共濟會) 정기총회가 열렸을 때 63세의 혜월은 법주로 위촉되었다. 당시 선우공제회는 통상회원 203인과 특별회원 162인의 선승들이 회원이었는데, 선풍(禪風) 진작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혜월은 스스로의 생활은 아주 검소하고 순박하여 소지품이라고는 발우 한 벌에 약간의 옷가지와 작은 이불 하나 뿐이었으며, 밤에 잠잘 때는 결코 요를 깔지 않고 맨바닥에 잠깐 눈 붙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불쌍하거나 사정이 딱한 사람을 보면 가지고 있던 재물을 남김없이 보시했다. 항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꾸밈없이 행동하며, 근면탈속의 탐욕이 끊어진 격외(格外)의 자유를 누린 근래의 희유한 승려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1935년 3월 7일과 8일 선학원의 바뀐 이름인 조선불교선리참구원(朝鮮佛敎禪理參究院)이 조선불교 수좌대회를 개최할 때, 조선불교 선종의 종정(宗正)으로 74세의 혜월과 만공(滿空), 한암(漢岩) 세 사람이 추대되었다. 세수로 보나 경허선사로부터 법을 이은 순서로 보나 혜월이 세 사람중 첫째로 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혜월은 조선의 선종을 대표하는 종정으로 추대된 뒤에도 자신의 기관지염 치료를 위해 직접 솔방울을 주우러 다니며 정진하다 1937년 6월 16일 부산 선암사 밑 바위 아래의 소나무 가지를 잡은 채 서서 열반하였다.
 
이때 그의 나이는 세수 76세, 법랍 62세였다.
 
만년에 부산 선암사 아래에 안양암(安養庵)을 짓고 수행하던 혜월은 입적하기 전 제자 운봉(雲峰)에게 "일체의 변하는 법은(一切有爲法)/본래 진실한 실체가 없네(本無眞實相)/그 모습을 보고 무상한 뜻을 알면(於相義無相)/그것을 일러 견성이라 하네(卽名爲見性)"라는 임종게를 남겼다.

혜월은 '무주상 보시의 자비도인'이요, 무소유의 '무심도인(無心道人)'이며, 천진무구했던 '천진불(天眞佛)'로서 한 세상 살다간 스님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 탁<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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