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는데 잠은 안오고 몇번 뒤척거리다가
좀비처럼 스윽 일어나서 tv를 켜보니 수요미식회에서 "만두"편을 하고 있네요...
마침 오늘 중국식 만두를 먹고온 생각이 나서 뻘글 하나 투척합니다..
요즘은 남는 게 시간뿐이라
자차를 안 몰고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는 버릇이 생겼어요...
오늘도 제법 먼 거리를 마실차 걸어가고 있던 중에...
조금 위화감을 느끼는 간판을 보게 되었어요...
간판부터 뭔가 기묘한 분위기...
대놓고 그냥 "물만두집".....
게다가 여긴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의 뒷골목도 아니고...
정말 그냥 여긴 대놓고 주택가인데...
김밥지옥같은 분식집도 아니고....
물만두.....물만두....물만두.......
그냥 물만두....
아 글쎄 난 모르겠고 그냥 여기 물만두 팜!!!!
잽따윈 필요없다는 듯 대놓고 명치끝을 후벼파는 스트레이트라니....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은
여긴 모아니면 도겠구나....하는 생각이었어요....
물만두 5천원/가정식 백반 6천원이라고 매직으로 휘갈겨 쓴 종이 한장을 한번 보고
가게 안을 한번 들여다본 후 그냥 들어갔습니다....
낮 한시경 벌써부터 시작된 막걸리와 소주 패기..
동네 할아버님들이 한상 드시고 계시네요...
일단 자리에 앉았는데...
이 가게...
메뉴판은 커녕 뭘 파는지 흔하게 벽에 붙어있는 음식 이름 하나가 없네요.......
홀 겸 오픈 주방......
주인 할머니: (눈으로 말함....뭐줄까...)
김요:음...어.....저....백반하나주세요.....
주인할머니:(흔들리는 동공으로 말함...백반에 줄 반찬이 없는데.....) 백반이요??
김요:음...어....저 그럼 그냥 빨리되는 물만두 주세요.....
주인할머니:(안도의 눈빛으로) 물만두 드실래요??
김요:음...어...네 배고파서 들어온 거라서요,..그냥 물만두 주셔도 되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배고파서 들어온 거라고 말한게 잘못이었구먼....
그리고 잠시 후 ....
강제로 주문당한 물만두가 나왔어요.....
그런데....보는 순간....바로 느낌이 옵니다...
헉 혼모노다...이건 제대로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한입 베어물었는데...
이건 뭐 따질것도 없이 그야말로 집만두입니다...
시판용 소로는 낼수 없는 그냥 집만두....
어릴적 명절에 큰집가서 먹던 그냥 집만두....
그렇게
정신없이 한개 두개 먹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간장찍어 먹어요......
김요님이(가) 샘표 양조간장 1.8리터 한병과 오뚜기 사과식초 900ml을(를) 획득하셨습니다...
천장에서 간장통과 식초통을 그냥 테이블에 올려주시더니...
냉장고에서 빨간뚜껑의 무언가를 또 꺼내십니다...
주인할머니:고추기름 먹어요.....
그리고 ....이거 계란 삶은건데 드세요....
아 우리 엄마세요??? 마치 본가에 온 듯한 이 느낌......
이 가게는 뭔가 준비도 안했는데 한방씩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시네요
경기 시작하자마자 명치 끝에 묵직하게 스트레이트가 꽂혀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할머니 뭔가를 연신 냉장고에서 꺼내십니다....
주인할머니: 밥 먹어요....
주인할머니:이거 김치 먹어봐요....
주인할머니:이거 깻잎인데...간장하고 된장으로 양념한거에요 먹어봐요...
주인할머니: 이거 가지 볶은건데 먹어봐요...
주인할머니: 이거 무말랭인데 먹어봐요...
주인할머니: 이거 갈치튀긴건데 먹어봐요....
주인할머니:밥 먹고 저기 밥통에서 더 퍼서 먹어요....
뭔가 한입 베어물면 다른게 나오고
우걱우걱 감사합니다 하면 뭔가 또 나오고....
어우 못 먹긴요 없어서 못 먹습....하면 뭔가 또 나오고....
이미 물만두의 경이로운 맛 따윈
연신 들어오는 중국풍의 반찬들로
기억의 저멀리 사라져가는 마법이.......
주인 할머니: 포도 좀 먹어봐요....
배가 살짝 고프긴 했었는데
이렇게 폭풍흡입하게 될 줄이야....
중국식 만두부터 느꼈지만 주인할머니는 중국 분이셨어요....
완벽하게 중국식 입맛인 저는 간만에 울부짖으며 폭풍흡입을 하였습니다...
배를 둥둥거리며 물을 한잔 마시며 생각해 봅니다...
음 혹시 중추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타지에서 일하느라 본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중국 동포로 생각하고 계신건가.....
괜스레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만져본후
만원짜리 한장을 내밀며 잘 먹었다는 배꼽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거스름돈을 받아쥐고 다시한번 잘먹었습니다 말씀드리고 나왔어요....
그런데.....
거스름돈 2천원?????????????????????????????????????????
물만두= 5천원
가정식백반=6천원.....
내가 주문한건 물만두.....
만원을 내고 거스름돈으로 2천을 받음.....
당연히 너무 맛있게 잘 먹었기에 8천원을 받으신게 많이 받으셨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계산을 해야 8천원이라는 가격이 나오는 걸까 의문점이 계속 들었어요..
참으로 기묘하다....
물만두 5천원/삶은계란 두개 1천원/반찬 1천원/갈치튀김 2개 1천원인가.....0_0
이게 뭐야 ㅠㅠ
아무래도 조만간 재방문해서 다른 메뉴를 먹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집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딱 하나의 후기가 있더라구요....
물만두 외에도
중국식 비빔 국수와 물국수를 파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문하면
주인할머니가 저 마법의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시고
찬장에서 소면 스윽 꺼내서
레시피 따윈 없다...내 인생이 레시피다 중얼거리며 뚝딱뚝딱 만들어 주실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