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반기, 모든 군인들을 공포로 몰아갔던 실종플루.. 저 짤에 계신 분보다야 덜 빡치겠지만, 저도 신종플루 덕분에 말년에 신나는 경험을 했습니다.
2009년에 군생활을 겪어보신 분들은 다 아실겁니다. 매일매일 손소독제로 소독하고 체온 제고 마스크 쓰고 다니고... 저희 부대에서도 그렇게 하면서 열나는 애들이 발생하면 족족 병원으로 보내서 일주일간 격리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사망자도 발생하면서 내려오는 공문은 좀좀 강도가 높아져서, 같은 생활관 사람들까지 구 막사에 일주일간 격리를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열이난 병사는 병원에서 열 내릴때까지 격리하고 열이 다 내리면 그때부터 일주일간 격리를 시켰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는 휴가 복귀하는 병사들은 복귀하자마자 무조건 일주일간 격리를 시켰습니다. 밖에서 옮아올 수도 있다구요.(저희 부대는 휴가를 자르지는 않았습니다. 외박만 잘랐죠.)
격리된 병사들은 경계나 불침번, 당직 모두 빠지게되어서 남은 병사들이 아주 고역을 치렀습니다. 쿨타임이 반으로 줄었달까요? 사정이 가장 안좋았을때는 당직병을 설 분대장이 두명밖에 없었습니다. 당직을 퐁당퐁당... 그 둘중 하나가 저였는데, 일주일에 네번 밤을 새니 신세계가 보이더군요. 나중에는 저도 열이 나고 그랬는데 저마저 떠나면 남은 한명 어쩌나 싶어서 보고 안하고 남겼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내리기도 했구요.
아무튼 그런 노력의 성과가 있었는지 부대 안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서, 격리되는 병사들은 거의 휴가 복귀한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저도 다 끝내고 말년 휴가를 나왔습니다. 복귀하고 이틀만 격리당해 있으면 바로 전역이라 신난 마음에 집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휴가를 나간 사이에 부대에서 간부들이 회의를 했나봅니다. 말년 다녀온 병사들이 와서 하는거 없이 이삼일간 밥만 축내다가 나가는게 싫었는지, 밖에서 신종플루 걸려와서 격리되어있던 병사들에게 옮길 수 있다 생각한건지 그래서 대책을 수립했습니다.
그 대책이란...... 말년 나가는 병사들에게 전역증까지 줘서 내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년 휴가를 나가긴 나가는데 복귀하지말고 그대로 전역을 해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전역일이 되기 전까지 절대로 사고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지면 결국 전역을 10일 땡겨주는 셈이었죠.
그 조치를 처음으로 실행한게 제가 떠나고 며칠뒤 말년을 나간 제 동기들이었습니다. 저보다 일주일 늦게 입대한 동기들이었는데........
전역을......
저보다 먼저했습니다. 휴가증과 전역증을 같이 받고 집으로 갔다더군요...
저요? 저는 전역증을 받지 못했으니... 아아~~~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그 얘기를 격리 들어와서 들었습니다. 울고 싶더군요. ㅠㅠ
네줄 요약
-신종플루 때문에 휴가 복귀한 병사들 일주일간 격리
-말년 병장들은 격리만 하다 전역 시키느니 아예 전역증까지 줘서 내보내기로 결정.
-내가 나간 다음 휴가를 나간 내 동기들부터 시행.
-나보다 일주일 늦게 입대한 동기들이 나보다 먼저 전역. 우와~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