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한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마전까진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났었는데 이젠 그게 무슨 느낌이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야짤을 볼때마다 가까스로 참아냈던 욕구가 한계에 이르렀던 그 시점에 나는 픽시브 디바야짤을 보게되었고 나도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냥 날 죽여라 씨바!!!! 너네 대체 나한테 왜그러냐!!"
물을 마시기 위해 거실로 나왔던 아버지가 내 고함을 듣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와 무슨일인지 물어보려던 찰나에 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아버지는 내 방에 있는 레이 아스카 피규어를 한번. 오토마타 장패드를 한번. 두번째 모니터에 니아 바탕화면을 한번 책장 한구석에 진열되어있는 심심한 칠드런을 비롯한 만화책들을 한번 보고는 마지막으로 내가 보고있던 픽시브 디바야짤에서 잠깐 시선이 멈추더니 방문을 조용히 닫고 나가셨다.
- 크흠
방문밖에서 들리는 헛기침 소리에서 연민이 느껴졌다. 다음날 아버지는 유래없이 정중하게 노크를 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누워있던 나에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그... 성당에... 아가씨가 하나 있는데... 청년부라도 하면서 한번... 만나볼 생각 있냐..."
난 돌아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조용히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좀... 잘게요..."
아버지는
"그래. 그. 여기 빨간 긴머리가 예쁘네 응. 인형 예쁘다. 자라."
조용히 닫히는 방문소리는 어제보다 더 큰 연민으로 다가왔다. 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그 어느때보다 우울한 기분으로 읽던 책을 다시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