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작성자가 지난 16년도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 게시하였던 글을 조금 다듬은 글입니다.
수필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으며, 구어체가 불편하시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얼렁뚱땅 콩이와 같이 살게 된게 14년 2월, 그 때 콩이가 약 한달정도 된 것 같았으니 보리 이야기를 하려면 콩이가 한살 반쯤 되었던 15년도 7월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그때 나는 매일같이 야근과 철야를 반복해서 콩이 얼굴을 보는것은 퇴근하고 돌어온 새벽에나 가능했지만, 밤에는 이 시커먼 고양이의 빛나는 눈알밖에 안보여서 우리집에 고양이가 있는건지 드래곤볼 두 개가 떠다니는지 전혀 식별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꿀같은 여름휴가를 즐기기위해 15년도 7월에 폭풍같은 일거리를 뒤로하고 친구들과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났고, 신나게 놀고 저녁에 술먹고 고기먹고 섯다치고있는데 엄마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콩이 사진이겠거니 하고 열어본 카톡메세지에는 모르는 고양이가 있었다. 믈론 사진의 배경은 내 베개였다. 엄마 또 사고쳤구나!
전화를 걸자마자 엄마는 '나 아니야!! ♡♡(동생)가 데려온거야!! 근데 이뿌지?' 하고 이미 7강 풀옵 콩깍지를 장착한듯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어수선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더니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 우리집에 처음 왔던 콩이 몸집보다 훨씬 작은 고양이가, 내 손바닥만한 고양이가 꺄악꺄악 소리를 내며 콩이 밥그릇에 코를 박고 성묘용 사료를 와드득 와드득 씹어먹고있고, 그 놈 먹으라고 물에 불려둔 사료는 콩이가 찹찹 먹고있었다. 동생한테 얜 뭐냐고 하니까 친구네집에 풀어키우는 고양이가 있는데 새끼를 낳았다길래 한 마리 데려가겠다고 해서 데려온거란다. 이놈새끼... 사료값과 용품값은 다 내가 대는데 왜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데려오는거지?
원래 둘째가 들어오면 첫째가 엄청 싫어하거나 경계한다던데, 콩이는 워낙에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작은 고양이를 경계하긴했지만 일단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작은 고양이가 눈 앞에 있으니 신기한 모양인지 작은 고양이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가서 냄새를 맡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작은 고양이가 책상 뒤로 뾰로롱 숨는데 엄마는 물론 나까지 단번에 풀강 콩깍지를 장착할 수 밖에 없는 사랑스러움에 동생을 향한 눈초리를 거두어줄 수 밖에 없었다. 이름은 콩이 동생이니까 쌀이로 하려 했는데, 엄마가 보리색이라고 보리로 하자고 해서 보리가 되었다. 엄마는 콩이때도 그러더니 이름을 참 대충짓고 예쁘게 짓는다. 힘세고 빠른 작명. 만일 내게 묻는다면 얘는 보리.
내가 다니는 동물병원 고양이들은 친해지는데 3년 넘게 걸렸다는데, 우리집은 다행히 3개월정도 지나니 둘이 꼭 붙어자기 시작했다. 콩이가 암컷인데다 발정기 때문인지 보리를 꼭 제 새끼처럼 돌봐줘서 손도 많이 가지 않고 똥꼬발랄하게 컸다. (현재는 둘 다 중성화가 되어있다.) 콩이와는 전혀 다르게 보리는 애교도 많고 꾹꾹이도 잘하고 이름부르면 꼬박꼬박 대답하고 말이 많아서 시끄럽다. 이래서 다들 두마리 키우나보다. 다만 아쉬운건 보리는 아직도 콩이를 엄마처럼 여기는데, 보리가 좀 크고 나니 콩이가 보리를 독립(!)시키려는지 부쩍 보리한테 하악질을 하거나 짜증을 낸다는 것...
세줄요약
1. 나 여행간사이 동생놈이 성령으로 고양이 잉태함
2. 콩이랑 잘지냄 죽고못삼
3. 갑작스런 부양가족 증가로 지갑은 개털리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