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가 M자라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그놈 무겁네 하던 나조차도 이모 이거! 이거! 하는 요망한 손짓에 칠만원 조금넘는 괴상한 변신로봇을 냉큼 질러줄 정도니 다른이들의 반응은 상상이 갈 것이다.
그러나 이 애정을 위협하는 존재가 작년 태어났다. 동생. 나한테는 조카2호. 11개월 여아.
괴랄하게 소리지르는 조카1호와는 달리 2호기는 매우 온순해서 똥싸도 한번 울지는 않고 시크하게 배로만 기었다. 흔하지않은 웃음 한번 보려고 우리는 별 애교를 다 떨었으나 2호는 웃을듯말듯하며 우리를 영특하게 조련하였다.
1호기는 처음에 지 동생을 보고 작고 못난 것이 지 경쟁상대는 되지 않을 듯했는지 우유를 주려하고 안아보려 하기도 하는 등 나름의 방식대로 이뻐하였다.
그러나 2호가 머리를 가누고 앉고 배밀이를 하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1호는 동생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는데, 2호가 제 오빠가 갖고노는 모든 것을 탐내었기 때문이다.
반짝이고 분홍분홍한 것이 아니라, 오빠가 토마스를 갖고 놀면 토마스에 손을 뻗었고 토미카를 갖고 놀면 토미카를 갖고 싶어 기어왔으며 변신로봇을 갖고 놀면 그것을 입에 넣고 싶어했고 책을 보면 어느새 옆에 기어와 있었다.
놀이를 빙자하여 내가 1호의 로봇으로 얻어맞고 있었는데, 2호가 기어오자 1호는 즉시 로봇을 감추고 2호를 덜렁 들어(질질 끌고) 지 엄마한테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일견 2호의 태도였는데,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듯이 울지도 않고 다시 기어오는 것이다. 가분수들끼리 아옹다옹하는 것이 웃겼고 2호의 꿈틀꿈틀 포복전진에 감탄하기도 하였다.
2호의 백일사진이나 돌사진에는 1호기가 머리 들이밀고 나란히 사이좋게 웃는 것이 좋아보이나, 2호가 제대로 걸을 줄 알게되면 전쟁이 날 것임을 나는 안다. 지 오빠가 소리지르거나 질질 끌어도 놀라지도 않고 마주 소리지르는 폼이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