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랑 이년동안 사귀면서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 적이 없었어요. 제 눈에는 너무 잘생겼고 착하고 멋있고 여유있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권태기가 시작되서 콩깍지가 벗겨지니 원래 본 얼굴이 보이기 시작하고ㅋㅋ 착한것도 그냥 바보같고 무능력한것처럼 여유있는것도 그냥 게으른것처럼 느껴져요. 남친이 지금 이년째 백수거든요. 그래서 데이트 비용의 90프로는 제가 다 내고 있어요...옷이나 화장품 이런건 거의 제가 사주고요. 그래도 저를 지극정성으로 보필(?)하며 잘해주고 제가 직장을 다니고 월급이 나쁘진 않아서 그럭저럭 버텼는데 나이가 삼십이 넘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저러고 있는걸 보니 이젠 저도 지쳤는지 다른 사람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썸을 타거나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어떤 한 사람이 막 너무 멋있다 이런것도 아닌데요. 그냥 아 이 사람은 이런 멋있는 면이 있구나.. 이 사람은 눈이 예뻤네.. 수트 핏이 좋았구나 하면서 주의를 둘러보게 되는 그런거요. 예전엔 주변에서 약간의 호의라도 보이는 듯 하면(꼬시는 그런게 아니었어도) 남자친구 얘기 하면서 철벽을 쳤었고 거기에 대해서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뭐지 이 돌아이다 싶게 ㅋㅋㅋ) 요즘은 호의적인 태도나 자상한 말들에 괜히 울렁? 설렘까진 아닌거 같고.. 아직 안죽었구나 싶은? 그런 마음들이 들어요. 근데 이런 마음을 가지는 거 자체가 되게 혼자 죄책감도 느껴지고 미안하기도 하고 헤어져야되는게 맞는건가 싶습니다. 친구는 권태기에 느껴질 수 있는 감정이라고 권태기가 지나면 괜찮아질거다 하던데 저는 이런 마음을 가지면서 남친을 계속 만나도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