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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면 생각나는 부모님.
게시물ID : humordata_17880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ahh
추천 : 17
조회수 : 1928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8/12/17 12:26:33
부모님 두 분, 한 겨울에 다 돌아 가셨어.
아버님 땐 몰랐는데, 몇년 후 어머님까지 돌아가시자 눈물이 많아지더라...
 
부모님이 사셨던 시골집 둘러보면서 눈물 쾅~
운전하다 갑자기 눈물 쾅~
시도때도 없이 울컥해지면 그냥 쏟아졌어, 눈물이...
 
난 막내야,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구, 막내가 눈물 많은 이유는 형제,자매 중 부모님과 가장 짧게 살아서라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였어.
농 잘하는 친구가 그러더라. 로또 어떤 넘이 되는 지 아냐고.
모두들 그 넘 입술 빤히 쳐다봤지.
 
그 넘 농에 의하면
옥황상제가 티켓을 준데, 누구에게? 저승서 일 정말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용도는? 소원 들어 주는 티켓이라는 거야.
저승서 열심히 일 해 구한 티켓으로 부모님들은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이승의 자식들에게 로또를 안겨준다는 거지.
 
술이 불콰해진 우리는 온갖 말들을 쏟아 냈어.
 
"그럼 우리 아버지는 저승서 뭐하고 계시노?"
"자식은 개뿔, 술 좋아 하셨던 울 아버지는 아마 그 티켓으로 소주 사드실꺼야"
"뭐 저승서까지 일하셔, 로또 필요 없으니 고생만 하셨던 울 부모님 그냥 저승에선 편하게 계셨음 좋겠어"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봤어. 술을 좀 많이 마셨거던.
 
울아버지는 한량이셨어, 일보다는 동네 사람들과 모여 술마시며 얘기하는 걸 좋아하셨지. 아마 티켓 구하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보고 아버진 속으로 비웃었을 거야. 쓰잘데기 없는 일 한다고. 어머니는 또 어떻고, 한량인 아버지와 산 업으로 평생을 고생하셨는데 그기서까지 일하실라구~.
 
그렇게 기분 좋게 친구들과 술 마시고 칼바람 맞으며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라.
 
만약 내가 죽어 저승 가 옥황상제로부터 소원들어 주는 그 티켓을 얻는다면, 나는 그걸 어디에 쓸까?
분명한 건, 날 위해 쓰지는 않았을 거야. 나 역시 자식들을 위해 썼겠지.
그럼 자식들에게 뭘 해주라 했을까?
 
울 아들내미, 어렵게 사는 딸내미 로또 당첨되게 해달라 했을까?
아니더라는 게지. 로또는 아니더라는 거지.
울 자식들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지 않았을까?
시집간 딸내미 풍족하지 않아도, 비록 물질이 조금 부족해도 남편, 자식들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지 않았을까?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살게 해달라지 않았을까?
 
날은 추웠고
술 기운이 설설 올라왔어.
 
내가 부자는 아니어도 지금 건강하고, 마누라와 찌지고 뽂으며 살지만 때론 애틋하고~
자식들 크게 공부는 못해도 건강하며 밝고~
추운 날, 찾아갈 따듯한 집이 있는 것도, 술 기운을 빌어 얼굴 비빌 가족이 있는 것도
하여 이런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실은 저승에서도 자식 걱정하는 부모님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또 울컥해지더니 대책 없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한 겨울,  바람 쌩쌩 부는 추운 겨울엔 유독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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