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글이 많이 길지만... 한 분이라도 조언 주셨으면 좋겠어요
게시물ID : gomin_178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쩌면좋을까
추천 : 2
조회수 : 64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7/11 04:00:25

20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2살 많은 남친과 1년 남짓 장거리 연애하고 있어요

마음은 먹먹하고 아픈데 이젠 딱히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남자친구는 일 때문에 피곤하다고 해서... 
오늘은 맘 먹고 어딘가에 이야기 하고 싶어서 큰 맘 먹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어요 

굉장히 긴 글이 되어버릴 것 같지만 남자분이든 여자분이든 한가하신 분 읽어주세요 
저 같은 경우는 없는지 소견을 좀 듣고 싶어요. 특히 제 남자친구 같은 남자분들 안 계시는지...


남자친구는 굉장히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로 부터 지금까지 줄곧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외아들이고 다른 형제는 없어요. 그래서인지 성격이나 사고방식이 개인주의가 강한 편이예요. 
피곤하거나 시끄러운 걸 제일 못 참고, 퇴근 후나 휴일에는 사람들 만나기보다 
집에서 혼자 온라인 게임하거나 TV보는 걸 더 좋아하고..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도 몇 되지 않고, 가끔은 저장조차 해두지 않은 번호도 있어요 
저를 만나기 전에 솔로생활을 3년정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오지랖 넓거나 잔정이 많은 성격은 절대 아니라서, 사람 맺고 끊는 건 냉정하게 잘 해요. 
미련, 아쉬움, 외로움, 찝찝함, 갈등, 고민, 이런 건 다 남자친구 인생사전엔 없는 단어 같아요. 
그만큼 감정보다는 이성을 더 중요시하고, 한 번 아닌 건 앞으로도 계속 아닌 거예요. 

남 앞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드러내거나 표현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저 같은 경우는 타인을 만나면 초반부터 막장인 티가 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먼저 호의를 갖고 대하는데 익숙해요. 어느정도는 제 자신을 오픈 시켜놓고 대화를 시도하면서 
상대방을 알아나가는 반면에, 제 남자친구는 그냥 혼자 팔짱끼고 묵묵히 지켜봐요. 
상대가 먼저 다가오면 대충 상대해주면서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관찰해요. 
저는 타인과 친해지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제 자신을 먼저 노출하고 상대에게 맞춰주려는 편이지만,
남자친구는 절대 자기 자신을 먼저 노출하는 일이 없어요. 먼저 다가가는 일도 없구요. 

처음 만날 땐 이런 남자친구가 굉장히 의아했어요. 너무 계산적이고, 차가워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나름 남자친구 방식에도 장점이 있더라구요. 저는 제 방식대로 단점이 있었구요. 
실제로도 남자친구의 이성적이고 차가워보이는 그런 가치관들이
너무 감성적이고 뜨겁게만 살려고 하는 제 자신을 조율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능력도 안되면서 오지랖만 넓어서 사람 사이에서 휘둘리고, 
쓴 소리 할 줄 몰라서 겉으로는 아닌 척 하고 혼자서는 끙끙 앓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남자친구의 조언이 힘이 많이 됐어요. 
왜 항상 타인과 네 자신의 관계에서 널 동등한 위치에 놓지 못 하고 스스로 자꾸 낮추려고 드냐고, 
그러니까 해야할 말도 똑바로 못 하고, 네가 상대방에게 아무 말도 하질 않았으니 상대는
네가 아픈지 좋은지도 모르고 네가 싫어하는 행동을 자꾸 들이대는 거 아니겠냐고. 
네 입장에선 이만큼 참아줬는데 또 때리는 상대방이 밉고 나빠보이겠지만, 
상대방 입장에선 네가 아프다는 말 조차 제대로 하질 않았으니 
네가 다 맞아줄 것 처럼 사근사근 웃다가 어느 날 뜬금없이 화내는 꼴 밖에 안된다고.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도, 내 맘 같을 수도 없잖아요. 
전 타인이 내게 악의가 있지 않다고 느껴지지 않는 한에는,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이 내게 안 맞는다고 해도 
그 사람 입장에서 왜 그런 행동과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헤아려보려는 편이거든요.
나에게도 어떤 단점이 분명 있었을 테고, 나 역시 실수를 하거나 상처줄 때가 있었을 테니..
그냥 그렇게 서로 양보하고 보듬으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자는 생각으로 넘어가려는 편이예요. 
그런데 살다보니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결국 난 나일 수 밖에 없고, 
내가 상대방을 헤아리고 이해하려는 만큼 상대방도 내게 마음 써주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돌이켜보니 정말 나는 상대방의 좋은 점 외에는 어떻게 말하고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이해한답시고 그 상황을 회피하고, 한계점이 오면 혼자 터트리고, 
입장 바꿔 생각한답시고 자책하다가도 어느 날은 또 견디기 힘들어 울분을 토하고... 
그런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어있었어요. 
그걸 제가 깨우칠 수 있도록 곁에서 조언해준 게 남자친구였구요.  

오빠의 이성적인 면과 제 감성적인 면이 적절히 조합되면 참 좋겠단 생각이 불현듯 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내 단점들을 그냥 잘못됐다고 꼬집기 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하나씩 차근차근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도록 알려준 것도 고마웠고, 
다들 서로 견제하고 상처 받지 않으려고 눈치보고 몸 사리기 바쁜데
나는 상대가 아직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아도 줄 생각을 먼저 한다고, 
자기는 벌써 잃어버린 옛날 모습을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지니고 있다는게 기특하다고 감동해준 것도 고마웠어요. 
자기가 조언해준대로 내가 바뀌지 않아도, 조급해하거나 답답해하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놓아둔다는 그 느낌.. 
아직 버리지 못한 어린 날의 트라우마들까지도 잘못됐다, 버려야 한다, 하고 질책하거나 
꼬집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여준 오빠 덕분에 저도 많이 변했어요. 
이를 악 물고 뭔가 고쳐야겠다고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뭔가 나를 인정받았다는 그 느낌 하나 만으로도 치유가 되더라구요. 

그런 연유로 마음을 열고 만나게 된 것이 오늘까지 왔어요. 
남들 다 하는 소소한 연애경험조차 별로 없는 오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어요. 
오빠는 어릴 때 부터 아버지, 할머니하고만 자랐지만 반대로 저는 아버지가 안 계셔요.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 각자 재혼하시면서 저를 한 번씩 맡아기르셨던 탓에 이사도 한참 많이 다녔어요.
새아버지, 새어머니, 아빠만 다른 동생에 피도 하나 안 섞인 형제들... 가족도 참 많았네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탈출한 뒤로 지금은 근 10여년동안 어머니와 살고 있어요. 
어느 자식이 자기 부모님 존경스럽지 않겠냐만은, 
제 어머니는 정말 절 무한한 사랑으로 키워주신 분이예요. 
저도 제가 정말 일생에 둘도 없을 만큼 아끼는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을 대할 땐 
자연스레 내가 어머니에게 받아온 대로 대하려고 하구요. 
그래서인지 어디선가 모르게 그런 자신감이 솟았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한테는 내 사랑이 꼭 필요할 거라고... 이 남자한테 뭐든 다 아낌없이 쏟아붓고 싶다고. 

남자친구는 늘 자기 삶에서 그다지 못 잊을 아픔이나 큰 상처는 없었다고 이야기 했어요.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일하면서 검정고시 치고.. 남들 대학갈 때 여지껏 쉬지 않고 일했으면서도 
남들처럼 그냥 남의 돈 버는 일이 힘들 뿐 딱히 본인 인생사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고 있진 않다고.. 
주제넘은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정말 아픔이 없다기보다 무감각해져버린 건 아닐까 싶어요. 
아프고 슬프고 힘들고 화나고 그런 감정들을 느끼기가 버거워서 
외면하고 눌러담는 일이 더 익숙해져버린 것 같아요. 
왜 너무 일에 치이고 시달리다 보면, 이젠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을 때 있잖아요. 
본인 스스로 잠깐이라도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이겨내기도 혼자 느끼는 것도 싫고 힘들어서
그냥 꾹꾹 내 것이 아닌 척,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척 눌러담는게 습관이 되버리는 거. 
아닌 인간관계는 단칼에 잘라버리고, 맞는 것만 추스리고, 
그렇게 단조롭게 살다보면 성가신 감정들 따위 없으니 편하기야 하겠지만... 
오늘은 편해도 내일에 대한 애틋한 희망이나 설레임도 없고
성격상 어딜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질 않으려 하니 이렇다 할 사건사고도 없고. 
그냥 집-회사-집-회사만 하는 거예요, 기계처럼.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고, 술도 좋아하질 않으니 여가시간엔 혼자 TV보고 게임만 하고. 
가족들도 같이 모여서 저녁이라도 먹으며 조곤조곤 대화하거나 함께 뭘 하자고 의견내는 집도 아니고.. 
다 개인플레이래요. 밥도 각자 먹고 싶을 때 따로 먹고.. 생일날 가족들이랑 외식이라도 안 하냐고 했더니,
뭐하러 그 귀찮은 짓을 하냐고 하더라구요. 생일이니까 더더욱 집에 편하게 있어야지. 
아무튼... 제가 곁에서 느낀 오빠는 그랬어요. 
그렇다고 본인이 그런 생활에 대해서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혼자 있는게 어릴 때 부터 익숙해져있고, 익숙하니 그게 편하다 싶은 정도일 뿐이지.. 
정말 이루고 싶은 큰 꿈이 있어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저 사람 마음 가득 따뜻함으로 메워주고 싶다, 그런 욕심으로 그런 마음으로 여기까지 지내왔네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요..  
만날 때 부터 이미 장거리였던 탓에 자주 못 보는 거야 상관없었고, 지금도 상관없어요. 
자주 보면 한 달에 두 번, 못 볼 땐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요. 전화통화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저는 자주 못 보니 아쉬워서라도 애정표현을 자주 하는데 오빠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언제 무얼 하다 오빠가 생각났는지, 
전에 오빠가 뭐 필요하다 그래서 그거 사왔어, 그냥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
처음엔 메일을 자주 썼는데 돌아오는 답장은 커녕 메일함에 수신확인되었다는 메세지 말고 반응이 없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민망하더라구요. 어느 연인이든 처음엔 연락도 많이 하고 화르륵 불 타잖아요. 
오빠가 일하느라 바빠서 그 시기를 저 보다 빨리 벗어난 것 같아요. 
전 아직 할 말이 많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오빠는 일에 지쳐있고 퇴근 후 통화해도 쉬고 싶어하고, 
휴일에는 오랫만에 늦잠도 자고 게임도 하고 혼자 놀고 싶어하고. 
그럴 땐 그냥 군말없이 전화 끊었어요. 혼자 있는게 더 익숙할 테니까 너무 나만 봐달라고 
급작스럽게 칭얼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실컷 놀고 나면 자기 전에라도 연락하겠지, 
내 생각나면 문자라도 한 통 오겠지. 그러고 기다렸어요. 
근데 기다려도 연락이 안 오는 날이 점점 더 많아지더라구요.  
전화가 오더라도 그냥 통보 수준이예요. 뭐해, 나 이제 잘 거야, 너도 잘 자.
서운한 마음에 뭐라 말을 하고 싶어도 일하고 와서 힘든 사람한테 애 처럼 칭얼대고 싶지도 않고, 
다른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도 전 짬짬히 연락 먼저 하거든요. 
밥 먹기 전에 잠깐 몇 초 짬내서 문자 한 통이라도 하는 거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아침에 모닝콜 해주면 회사 가는 버스 안에서라도 출근 잘 하고 있다고 문자 한 통 해준다던지,
제 남자친구는 그런 소소한 관심 같은 거 없어요. 
가끔 일하다 담배 한 대 피러 나왔다고 전화 걸어주면 그게 그렇게 눈물나게 고마워요. 
요즘은 제가 무슨 이야기라도 꺼내지 않으면 대화거리가 없어서 그냥 끊게 되요. 
집, 회사만 왔다갔다 하는 일상이니 뭐라 할말이 없대요. 

남자친구는 말을 굉장히 잘 해요. 어떠한 논제거리가 생겼을 때, 
꼭 어디를 공략해야 상대가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질 지를 아는 사람 같아요. 
자기 잘못이나 상대방 감정을 서스럼없이 받아들이기 보다 받아치는 걸 더 잘 해요. 
반 년 전쯤 전화로 이야기 하다 서러운 마음에 엉엉 울었더니, 남자친구가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늘 관리자 직책에 있다보니 상대방 입장을 일일이 헤아려줄 수 없는 경우가 많대요. 
일 할 때는 밑에 사람들이 꽁알대는 거 다 인정하고 들어주다보면
일이 제대로 진행이 될 수도 없고 관리자로서의 임무에도 지장을 많이 받는다고... 
그래서 상대방이 불평하거나 투정하면 입장 바꿔서 이해가 될 일도, 
묵묵히 들어주기 보다 다시는 반박할 수 없도록 되받아쳐서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편인데
이게 대화습관으로 굳어져버려서 여자친구인 저한테도 그래버릴 때가 있는 것 같다고요.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소소한 관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남자친구한테는 그게 이해 안되고 많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술이라도 마시는 사람이면 오랫만에 만날 때라도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우리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것도 안되고... 맨정신에 그냥 묻자니 민망하기도 하고. 
제가 원래 진지한 대화 하는 걸 민망해하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근데 뭔가 남자친구 앞에서 하자면 다 민망하고 성가신 일이 되어버려요. 
이만큼 만나보니 남자친구 성격 모르는 것도 아니라서, 이젠 제 스스로 제 감정이 성가실 정도예요.
원래 좋은 걸 즉각즉각 꼭 표현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애틋한 감정이 들어도 
밥 잘 먹었냐,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문자 한 통 보내고 말아요.  

비싼 선물 바란 적도 없고, 맨날 나처럼 전화해서 시시콜콜 떠들어주길 바란 것도 아니고, 
긴 통화 못 하더라도 아침에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자기 전에 문자라도 한 통씩 해줬음 하던 바램도
싹 접은 지 오래예요. 사랑한단 말 자주 안 해도 좋고, 보고 싶단 말 역시 마찬가지예요. 
나름 열심히 준비한 선물 갖다줘도 고맙다는 말 없이 '응 괜찮네'하고 넘기는 것도 이해해요. 
밤새 한 사람만 생각하면서 쓴 편지, 답장 안 해도 좋아요. 포기했어요. 
이젠 쓰래도 그 사람 시선으론 다 유치하고 이해 안되는 이야기 뿐일 것 같아서 무서워서 못 쓰겠어요. 

그냥 제가 바라는 건. 한 번이라도 져줬으면 좋겠어요. 
영 이해안되고 짜증나도 내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한번쯤 못 이긴 척 져줬음 좋겠어요. 
제가 칭얼댈 때 만이라도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들어주면 좋을텐데.. 
열 번 서운한 거 혼자 삭히려고 애쓰고, 피곤하다니까 쉬게 해주려고 참아보고, 
그래도 안되니까 한 번 이야기 하는 건데.. 어쩔 수 없이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라서 
용납이 안되더라도 한 번쯤은 대화할 때 만큼이라도 입장 바꿔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내 마음 느껴줄 수 있는 거 잖아요. 

혼자 다다닥 짜증내고 신경질적인 여자친구 되고 싶지 않아서 말 조심 하려고 항상 애써요. 
이게 서운했는데, 입장 바꿔서 오빠는 이러이러 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다, 
근데 혼자 애써도 자꾸 서운하게만 받아들여져서 나도 속상하다, 
오빠 성격에 이런 내가 이해 안 될 거란 거 나도 오빠 성격 모르는 거 아니니까 잘 안다, 
머리론 이해하지만 나는 나라서 이런 점이 서운하다. 당장 고쳐달란 말 아니고, 
오빠가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내가 이런 점을 서운하게 느끼는게 내가 잘못되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치만 서로 좋아해서 만나는 거니까 내가 노력하는 만큼 오빠도 노력해주면 안되겠냐. 
화내거나 따지려고 전화한 거 아니다. 
그냥 혼자 참고 넘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 대화하고 서로를 좀 느끼고 타협점을 찾고 싶어서 전화했다. 

알았어, 네 성격에 너도 이런 부분이 많이 버거웠겠구나, 한 마디면 될 것 같은데 
이 때부턴 남친의 역공이 시작되요. 그냥 내가 서운해하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되는 것 같아요. 
나는 '니가 이래서 내가 서운했어. 이건 누구라도 서운할만한 일이야. 넌 그러면 안됐어' 이게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고 상황이 이러이러해서 이런 부분이 서운했어, 이게 네 잘못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서운했다는 걸 알고만이라도 있어줬음 좋겠어. 나도 너한테 맞추도록 노력할게' 인데... 
돌아오는 남친 반응은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고, 
자신감 없어하냐는 반응이거나 넌 뭘 그렇게 잘 했냐는 반응이예요. 
분명 내가 먼저 속상하고 화나서 이야기 꺼냈는데 얘기하다보면 내가 사과하고 있어요. 
그럼 그제서야 '아니 뭐 니가 미안할 건 아니고'하고 목소리가 누그러들어요. 

남친 논리는 이래요. 여유를 좀 가져라. 왜 이렇게 사람이 조급하니.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니가 있는 그대로 믿으면 이럴 이유가 없다. 
니가 니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 행동을 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서운하다고만 여겨지는 것 아니냐. 보고 싶다는 말 뭐 굳이 해야해? 
사랑하니까 만나고 있고, 딱히 헤어지자니 질렸다느니 말 나온 적 없으니, 
만나는 동안엔 사랑하는 거고 사랑하니까 보고 싶은 건 당연한 거지. 
뭐하러 일일이 니가 보고 싶다고 할 때 마다 대꾸해야해? 

한 번은 제가 오빠 인생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나는 오빠가 내가 어떤 의미라고 편지도 쓰고 이야기도 하고 자주 표현했는데, 
오빠는 늘 듣기만 할 뿐 대꾸가 없더라고. 나도 가끔은 듣고 싶다고. 
(그래서 늘 편지 받고 싶어했던건데 생일날 써준다고 큰소리 빵 치더니 편지는 개뿔... 
그런 마음이 담긴 문자 한 통 받아본 적이 없네)
그랬더니 뭘 굳이 그런 걸 시시콜콜 알아야 하냐고 하대요. 
제가 서운한 걸 표현할 때 마다, 그냥 내가 서운하다고 아무생각없이 투덜거린다고 생각할까봐
나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노력했는데 잘 안되더라, 하고 설명을 하는 편인데 오빠는 그런게 없어요. 
나도 오빠가 나를 위해서 어떤 걸 노력하고 있는지, 나의 어떤 점이 오빠한테 좋고 어떤 점이 버거운지 
좀 대화하고 싶은데.. 생색내는 것도 아니고 뭐하러 그걸 굳이 얘기하냐는 거예요.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생색일 수도 있겠지, 하고 넘겼는데 전 아직도 이게 잘 이해가 안되요.
이건 뭐 남친 논리랑 남친 사고방식대로 생각하다보면 제가 아주 미친 년 같아요. 
그래서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이 열 마디라도 그 중 두 마디도 제대로 못 꺼낼 때가 많아요. 
대화하다 남친 논리에 기가 눌려서 말이 쏙 들어가요. 굳이 입 밖으로 꺼내면 싸우자는 말 밖에 안되요. 
상대가 안 한다고 나도 안 해놓고 '너 왜 그거 안 해'하고 말하는 거 초딩짓 같아서, 
그래도 전 꿋꿋히 혼자 애정표현 잘 해요. 자기 오늘도 많이 힘들었지, 고생 많았어 어쩌구 하면서 
그냥 자기가 있어서 참 행복해 어쩌구 문자 보내면 당연히 답장이 없어요^_^.... 
질문하질 않으면 답장이 잘 안와요... 어쩌다 답장이 와도 '응 나도' 이정도면 엄청 황송한 거예요. 

남하고 비교하는 일은 치사한 것 같지만, 연애하면서 여자한테 이렇게 무관심한 남자 처음 봤어요. 
물론 연애하면서 남자가 여자한테 해주는 배려들이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매너좋다고 하는 남자들의 행동)
당연하게 해야하는 거라고는 생각치 않아요. 오히려 제가 전 남자친구에게 과분하게 많이 받았구나 싶어요.
가방 무겁대도 먼저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한 적 없고, 밥 시켜도 제가 반찬 챙길 동안 
자기 젓가락만 까서 혼자 먹고, 같이 있어도 혼자 핸드폰으로 게임만 하고, 씻고 나서 밥 먹고 나서 
옷 갈아입고 나서 뒷정리 하나도 안 해요. 물론 제가 치울 때 도와주지도 않아요. 
시키면 그냥 일곱살 애기처럼 하는 시늉만 하거나 TV본다고 귀찮다고 싫어해서 
아예 같이 하는 거 포기하고 저 혼자 해요. 혼자 젓가락 까서 밥 먹을 때도 이젠 그냥 
자주 못 보니까 입 오물거리고 먹는거 보는 순간이라도 기뻐서 궁둥이 두들겨주고 나는 나 알아서 먹어요. 
우리 기념일인데 어디 놀러가야지, 생일인데 뭐 해야지, 이런거 절대 없어요. 
저도 상대방이 하자고 하기 전엔 딱히 생색내서 뭐 하자고 조르는 성격은 못 되서 별로 상관은 없어요. 
선물해주면 격하게 좋아하는 기색은 절대 없어도 남 생각해서 빈말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저 성격에 
'이게 뭐야 싫어'라는 말 안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넘겨요. 
만난 지 1주년 되던 날엔 그동안 자기 챙기느라 수고했다고 문자 메세지 한 통 달랑 왔어요... 
그런 날이라도 앞으로도 함께 오래 같이 있고 싶다란 말 같은 거 한번쯤 듣고 싶었는데, 
이건 뭐 회사직원한테 보내는 문자도 아니고...
빈 말이라도 남 얘기 할 때라도 '에이 그래도 남자가 그럴 땐 여자한테 이렇게 해야지~ 
여자 속을 너무 몰라줬네' 이런 말 하는 거 들어본 적이 없어요. 
여자들만 공감할 수 있는, 혹은 남자가 여유로울 때 한번쯤 져줄 정도의 시시콜콜한 감정들
제 남친 앞에선 다 시덥잖은 개소리정도 인 것 같아요... 


다른 얘기할 땐 정말 머릿 속에 뭐 이렇게 많은게 들었나 싶을 만큼 말도 잘 하는데.. 
고등학교 중퇴하고 검정고시 치고 줄창 일만 했지만 사람 참 박학다식해요. 말도 야무지게 잘 하고. 
특히 남하고 말싸움할 때, 남 무안주기, 남 할 말없게 만들기 이런 대회 있으면 1등일 것 같아요. 
 
이쯤 되면 도대체 왜 만나냐, 남자가 다른 여자 있는 거 아니냐, 이런 궁금증 드실 것 같아요. 
솔직히 답답한 마음에 잠도 못 자고 밤새 생각나는대로 적는거라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_-;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 만날 성격은 못 되요. 짐작되실지도 모르겠지만... 
연애하기 전에도 느낀 거지만 가장 큰 문제가 여자한테 일단 관심이 별로 없어요. 
먼저 누구한테 관심보일 성격이 못 되요. 
다른 남자들처럼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하면서 웃겨주거나, 폭풍매너로 관심을 이끌고 뭐... 
그런 성격 못 되요. 피곤해해요. 퇴근하면 집에서 게임하기 바쁘고, 주말에도 혼자 티비 보고 
방에서 널부러지기 바쁜데 어디 가서 여자 만나고 그럴 틈이 없음..... 
자발적으로 뭐 해야지~ 하고 생각도 못 하고, 뭘 나서서 같이 하자고 해도 
열개중에 한두개 겨우 따라줄까 말까 하는 그 성격에... 이렇게 징징대는 나한테 
헤어지잔 말 한 마디 없이 만나준 것만 해도 정말 영광인 것 같아요. 

어제는(어제 밤에 남친이랑 전화끊고 적기 시작한 건데 벌써 새벽이...)
남친이 출근하는 날인줄 알고 아침에 전화를 했는데 한 통도 안 받더라구요. 
자더라도 전화는 받는 사람인데.. 요즘 몸이 안 좋대서 혹시라도 출근 못 하면 어쩌나 싶어서 
두어통 더 걸어보고 문자 한 통 남겼는데 오후 2시에 답장 왔어요. 
오늘 쉬는 날인데 할머니가 머리 아프게 자꾸 깨운다고... 
아, 오늘 쉬는지 몰랐다구 나도 계속 전화했는데 미안하다고 하니까 답장이 없어요. 
오후 6시쯤에 전화했어요. 티비 보고 있대요. 별말 안 하고 끊었어요. 
8시쯤에 다시 전화했어요. 엊그제 오유에서 본 아기 동영상이 너무 예뻐서 
남친이 아기 안 좋아하는 건 알지만 왠지 이건 뻑 갈 것 같아서 보내줬었는데 역시나 답장이 없었거든요.
연락이든 뭐든 내가 뭘 하자고 하기 전엔 별 반응도 없고~ 
전화 했다가 싸웠어요. 그냥 장난 반 진담 반 말 던지면서 풀고 싶었는데 
왜 또 이러냐고, 시비 털려고 전화했냐고 혼났어요. 
아무리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해도, 행동만 보면 정말 나는 그 사람한테 무슨 기분내고 싶을 때나 
한번씩 차고 싶어지는 외출용 악세사리 같아요. 진짜 그런 기분 들어요. 

헤어지고 싶을 만큼 짜증나는 것도 아니고, 격하게 사랑하거나 크게 애틋하지도 않고...
없으면 안되겠다 싶을 정도는 아닌데, 징징대는 거 상대해주기 벅차서 헤어지자고 할 정도는 또 아니고. 
내 인생에서 이 여자 아니면 안되겠다, 하는 그런게 저희 오빠한테는 없나봐요. 
민망하고 오그라들어서 표현을 잘 못 하는 건지, 아님 정말 내가 서운할 때 드는 생각들처럼 
날 '그럭저럭' 생각해서 표현할 건덕지가 없는 건지... 남친한테 이렇게 물으면 폭풍썽질 내요. 
아니라고 말해도 믿질 않는데 자기 보고 어쩌란 거냐고. 이런 얘기 나올 때 마다 그게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곧이 곧대로 자기 말 믿어주지도 않으면서 맨날 똑같은 소리 한다고. 
제가 늘 자기 마음을 혼자 멋대로 왜곡한대요. 사랑하니까 만나는 거고, 헤어지니 마니 
무슨 말 한 적도 없는데 혼자 와서 자기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느니 저러고
그게 아니라고 해줘도 며칠 뒤에 또 저런다고...ㅋㅋㅋㅋㅋㅋㅋ 아, 쓰다보니 나도 내 꼴이 웃기네.
정말 남친 관점으로 봤을 땐 나만한 또라이가 없는 것 같아요. 
그치만 따뜻하게 말하면서 내가 서운했던 거에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동조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내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 남친의 비위에 거스르지 않고 내 마음을 순수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열 마디 넘는 말을 쏟아내면 남친은 무조건 Yes, No로 끝나버리고, 부연설명따위 없고... 
내가 낸 문제는 서술형인데, 얘는 무슨 혼자 객관식 문제 찍는 것도 아니고.... 아ㅏㅏㅏ 빡쳐.
별로 대화가 속시원히 안되요. 저는 남자친구에게 맞추기 위해 이것저것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제가 너무 제 방식을 고집하고 많은 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남녀사라는게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대체로 다투는 문제는 비슷비슷하고 공감가는데 
내 입으로 이렇게 구체적이게 뱉어놓으니 참 유치하고 덧도 없고 답도 없네요. 


지금 앞에 있으면 얼굴 다 쥐어뜯어주고 싶을 만큼 밉고 속상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힘든 것 보다 그 사람이랑 있을 때 좋은 게 더 커요. 
왜 인진 모르겠지만 꼭 저 사람이랑 알콩달콩 행복해지고 싶어요. 
저한테 너무 많은 의미를 준 사람이라서 그런가봐요. 이 욕심을 못 버려서 이렇게나 긴 하소연을 했네요. 

주위에 이런 갈등 겪고 계신 분이나 체험하신 분 혹은 극복하신 분 누구라도 좋아요. 
남친이랑 대화가 안되니 답답한 마음에 여기다 토해놓고 가요. 
친구들도 이제 남친 이야기 하면 답도 없다고 짜증만 내요.
얘기하고 싶어요, 오늘만큼은. 오늘은 유독 참는 것도 잘 안되네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조언 듣고 싶어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해요. 
그래도 혼자서라도 써놓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네요 ㅎㅎ..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