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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6년, 심리상담2개월 직장인 우울증환자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7893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lxa
추천 : 10
조회수 : 101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21/06/20 19:52:05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정신과 약을 먹을정도로 우울하고 힘들다면, 비싸더라도 심리상담은 꼭 받아야하는것같다 느꼈습니다. (저는 심리상담센터 관계자도 무엇도 아닌 환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제 이야기를 이제부터 드리려 합니다.

벌이가 좋지 않아 비싼 심리상담을 미루고 미루다 두달전부터 10회 긁고 다니고있습니다.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한건 26, 일을 시작하고부터 2년뒤였습니다.
집안사정이 좋지않아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취업을 해서였을까요? 24살, 첫회사에서 성희롱, 월급밀림(한달에 50씩 분납까지 해봤음) 사대보험 미납, 최저임금에 무료 야근, 잔업(당시 월급 120이었으니까 포괄임금도 못할정도의 최저임금이었어요) 을 당했습니다.
그때는 그러는건줄 알았어요. 같은 남직원이랑 엮으면서 모텔가라, 너 브라선 보인다 등 성희롱 당해도 그때는 그게 팀장이 저랑 친해지려고 농담하는건줄 알았죠(지금생각하면 얼척이 없음)

하지만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일은 사장의 '너는 일도 못하는데 싸가지도 없어서 짜르려고했다' 였습니다. 그때부터였을겁니다. 어느 회사를 들어가도 싸가지 없이 보이지 않기 위해 착한사람 코스프레를 하고 내 의견을 표출안하고 나를 숨기고 더이상 사람들이랑 농담도 할수 없게 되었죠. 상대방이 농담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생각하다가 굳어버려 그 상황이 썰렁하게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두 부류로 나뉘게 됩니다. 더이상 넝담하지 않는사람, 절 우습게보고 끝까지 놀리는사람.

근데 제가 만난 동료들은 후자가 더 많았습니다. 놀림을 받아도 맞받아치지 않고 예에...ㅎ 거리기만 하고 속으로만 앓으니 자존감은 계속 낮아졌습니다.
결국 정신과를 방문하게됩니다. 자살하고싶다. 사람이 너무 싫다. 처방받은 약은 에드파 5mg 입니다. 3년?정도 후 약에 내성이 생겨 10mg으로 늘리고 지금까지 복용중입니다.

약을 먹은 후로는 감정 컨트롤을 잘 하게 되어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아니, 없어진것처럼 보였습니다.
놀림을 받아도 이젠 정말로 괜찮아진겁니다. 화를 내고 나를 지켜야 할 때, 맞서야 할 때 진짜로 예에..ㅎ 거리면서 괜찮아진겁니다. 이건 부자연스러운일이었습니다.
결국 6년간 밟혀도 꿈틀거리지 않는 지렁이가 되어 일바보가 되어 살아왔습니다.

헌데 두달전? 약을 먹어도 우울한 감정이 계속 저를 좀먹습니다. 그때그때 화와 슬픈 감정 컨트롤은 되지만 죽고싶다는 맘이 떠나질 않습니다. 정신과선생님도 약을 안바꿔주고 용량을 늘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래. 죽더라도 돈이나 다 쓰고 죽자. 얼마 안되는 벌이에 미루고 미루고 미뤄왔던, 돈ㅈㄹ이라 생각하던, 그런건 연예인들이나 고위연봉자만 받는거야, 라고 욕하고 부정해왔던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게되었고,

그동안 나는 나자신을 지켜야하는 상황에 맞서지도 않고, 맞서는 방법도 오랫동안 잃어버린 총 잃은 병사, 이빨잃은 늑대가 되어있었다는것을 깨닫게 됩니다.

상담센터에서 제가 분노하는것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사고해야하는지 배워나가고있습니다.

새치기 당할때 저는 매우 분노하는데, 그럴땐 그사람을 욕하지 말고 질서를 지킬 정도로 제 정신을 잘 유지하고 있는 나자신을 칭찬해주자.

직장 상사가 화를낼때 저는 제 자존감을 깎는데, 이럴땐 직장상사를 마냥 욕하는게 아니라, 저인간이 저렇게 미ㅊ놈인데, 내가 지금 괜찮다고 느끼는 이 회사를 다니기 위해서는 저 사람이랑 함께해야해. 저사람은 이런 회사에서 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야. 라는 통합적 사고를 해야한다는것.
또한 업무를 과도하게 시킬 때 주변인들에게 알려서 내가 이런일을 이렇게 하고있다는걸 어떻게라도 어필할 것. 화날땐 예전처럼 피하지 말고 10초 생각해도 좋으니 무슨말을 꺼내야할지 생각해보기. 그리고 꿈틀대보기. 이대로 가만히 헤헤거리다보면 나자신을 잃게된다.

등등이요.

생물적 유전적으로 뇌에 질환이 있는분들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망가진 분들은, 원인이 직장같이 외부에 있다고 확신이 든다면, 저는 정신과보다 심리상담을 더 적극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자살율 1위 한국, 국가에서도 정신과 의료보험만이 아닌 심리상담 의료보험이 더더욱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요새 점점 미쳐돌아간다는 걸 느낍니다. 한달에 한번, 약을 타러 정신과에가면 사람들이 오픈 전부터 줄을 서고 있습니다. 저 담당 원장님은 토요일엔 초진을 전혀 받고있지 않습니다. 사람 폭발에 질병파악에 오래걸려서요. 상담시간도 10분 이내.(이거 ㄹㅇ 입니다) 
정신과에 약먹는사람들이 이리도 많습니다. 토요일에 한번 가보시면 압니다. 미쳤습니다.
하지만 심리상담센터는 시간당 1-2명이 방문합니다. (방문자 명단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마저도 초진 말고 예약된사람들. 

기억하세요.. 정신과약은 화내야할 상황, 우리가 전투태세에 들어가야 할 상황에도 화를 안내게 만드는 약이라는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심리상담 받고있어도 내일 출근 두려운건 매한가지네요 ㅎㅎ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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