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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에 적어놓고 가끔 꺼내 읽어보는 구절이나 시
게시물ID : readers_17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아드네-
추천 : 3
조회수 : 5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03 22:43:04
불행은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수



다반향초.
차를 반쯤 마셔도 차의 향기는 처음 그대로이다.



"여자들은 다 제각기 다르니까요. 하지만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편이 좋을 때도 있지요. 그들이 돌아오기도 하니까요.
어떤 여자들은 뒤에 핏자국과 붕대조각을 남기며 무릎으로 기어가 자갈돌과 아스팔드에 살을 다 긁히면서 돌아와
마침내 옛 연인의 차갑고 매끄러운 스페인식 타일에 닿기도 하지요.
어떤 여자들은 훨씬 쉬운길을 택합니다. 집까지 다 와서 무릎을 꿇고, 사포로 무릎을 문질러 먼거리를 온 척하는 거지요.
어느 쪽이든 긁힌 생채기와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절대 돌아오지 않고, 다시는 소식도 보내오지 않는 여자들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피부와 로션을 갖고 있어서 회환이나 회개로 생채기가 나지 않는 여자들이지요."
아폴로니오가 한 말은 그게 다였다. 메르세드가 어떤 종류의 여자인지에 대해서는 암시 한마디도 흘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천천히 이쪽을 향해 오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붕대를 감느라 잠깐 발을 멈추었지만 결국은 집 현관에 와 닿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지막 코스를 되도록 부드럽고 폭신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종이로 만든 사람들 중, 살바도르 플라센시아



우연히 큰 행운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 행운을 앞에두고 갑자기 겁쟁이가 되버려.
행복을 잡으려면 불행을 이겨내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거야.
소중한 걸 발견했을 때는 그것 때문에 다른 커다란 걸 잃게 되더라도 절대로 그걸 놓치지 말고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단 말야.
정말로 소중한 걸 만나지도 못한 채 죽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
어리광 피우는 건 그 정도면 됐어.
-시모츠마 이야기 중, 타케모토 노바라



꺾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나오조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사초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 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더딘사랑, 이정록



혼자일때의 고독은 기분 좋은데
둘일때의 고독은 왜 이리도 끔찍한 것일까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중, 에쿠니 가오리



달빛 속에서 흐느껴 본 이들은 안다

어째서 달빛은 서러운 사람들을 위해
밤에만 그렇게 쏟아지는지를

달빛이 마냥 서러워
새들도 눈을 감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세상을 껴안을 때
멀리 떠난 친구들은 더 멀리 떠나고
아직 돌아오지 않는 기별들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듯 멀어만가고

홀로 오솔길을 걸으며
지나온 날들을 반성해 본 사람들은 안다
달빛이 서러워 오늘도
텅빈 보리밭에서 통곡하는
종달새들은 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세상을
힘껏 껴안으며 터벅터벅
걷는 귀가 길이
왜 그리 찬란한가를 아는 이는 안다
-달빛, 조태일



세상의 그 누구도 스스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태양의 한 부분이다.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떠내려가면 그만큼 유럽은 작아지며, 모래톱도 그렇고,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저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나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중, 존 단



결심하라. 그러면 홀가분할 것이다.
-롱펠로우



순간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나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해왔다.
이 세계에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 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하다해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런 슬픔은 다른 어떤 형태로도 바뀌어지지 않고 다만 바람 없는 밤의 눈처럼 마음에 조용히 쌓여가는 그런 애달픈 것이다.
-상실의 시대 중, 무라카미 하루키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 왔는가
햇빛어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
그 집의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닿아왔다

나는 불안하였다
아주 상냥하게 네가 왔다
마침 꿈 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은은히, 동화에서처럼
밤이 울려 퍼졌다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주먹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나는 취한다

어린아들이 호도와
불빛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듯
나는 본다 네가 밤 속을 걸으며
꽃송이 송이마다 입맞추어 주는 것을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마리아 릴케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봤지만, 삐뚤삐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울리며
-빵집, 이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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