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남이 수학 전공과입니다. 근데 기본적으로 우주, 생물, 생리, 수학, 과학이론 등등 두루두루 지식이 해박하고 관심도 많아 보입니다.
물론.. 똑똑한 사람을 누가 싫어하겠습니까만은... 처음에는 일상적으로 잘 얘기하다가 대화가 자꾸 산으로 갑니다.
그 애에게 손 크기가 큰것같다 하면서 외계인 사진 보여줬더니 외계인의 존재를 믿느냐 해서 저는 있을것같다, 그냥 정말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견해에서 얘기를 하면 본인은 갑자기 지구밖에 외계 생물체가 살기위해선 섭씨가 몇도에서 몇도가 구성되고 산소 농도 수소농도 환경이 이러이러 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전문 용어들로 도배된 긴 영어 에세이를 작성하길래 한두줄 읽다가 말았습니다.)
그때는 저는 얘가 이쪽으로 전공한줄 알고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범생이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어느날은 벌레 얘기하다가 거미는 참 어메이징하다, 다윈의 진화 이론을 믿느냐 하길래 뭔가 기시감이 들어서 너한텐 말안해줄거야! 하고 장난스럽게 넘겼죠.
어제는 생활 리듬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소화 시간과 에너지에 대해 의사로 빙의해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얘가 자기 나라(포르투갈)에선 합법인 담배와 비슷한 대마초 weed를 피는데 인체에서 일어나는 과정? 과 피우는 것을 선택한 이유,
또 본인은 유전학의 결과들이 헛점이 많아서 안믿는다며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
저는 '아.. 이 너드 또 시작됐네' 라고 생각하면서 한숨만 나오더군요.
본인도 제가 답을 안하고 있으면 자기가 또 지겹게 해서 미안하다 그런거에 대해서 더 얘기안하겠다 이러는데
솔직히 사람 습관이라는게 안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은연중에 나오게 돼있기 때문에 분명 본인 나름대로는 통제한다고 통제한 여전히 긴긴 논문들을 계속해서 볼 생각을 하니 지칩니다 ㅠㅠ
본인은 자신의 생각을 그냥 나누고 싶었다고 하는데, 근데 그것도 그런쪽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한테나 해야지..
저는 그런 전문적인 지식이 없거니와 강의처럼 상세하게 듣고싶은게 아닌데.. 아는지 모르는지...
그런 너드력만 빼면 정말 재밌고 마음에 드는 친군데, 대체 상대가 듣기 지루해 할 걸 알면서도 왜이렇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요?
사실 그동안 저한테 본인 스스로를 어필하길 자기는 남성적이고 지적이고 강한 남자다는 식으로 말을 계속 해왔었는데
그저 본인이 이렇게 많이 알고있고 똑똑하다고 자랑하고 싶은 행동중에 하나일 뿐인가요,
아니면 이 여자가 얼만큼 똑똑한지 테스트를 해보는 걸까요? 재밌는 반응을 보이는 상대를 찾아 토론 배틀을 겨루어보고 싶은걸까요?
(사실 아는 거 하나 반박해보려다 결국은 논리로 밀려버려서 또 시도하고 싶진 않더군요..ㅠ)
제가 대화 주제에 자꾸 흥미없다는 반응을 보이면 썸남도 저에게서 흥미가 떨어지겠죠?
대체 저는 "우와 그렇구나" 하는 것 외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