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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을 수 없는 고문관 선임 이야기3(완결)
게시물ID : military_17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whathell
추천 : 23
조회수 : 197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7/23 22:33:38

이제 필력도 떨어지고 매번 많은 양을 쓰다보니 이제는 힘듭니다ㅋㅋㅋ

오늘부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지난번에 어디까지 얘기를 했냐면, 같이 외출을 나갔는데 빈대먹은 얘기까지 였어.

이놈이 월급을 쓰지 않는 이유는 "월급을 찾아 쓸 수 없기 때문."이야. 아마 이등병때 급여통장을 잃어버렸나 그랬을거야. 즉, 월급이 엄청나게 모여있지만 꺼내 쓸 수가 없었던것이지. 이 월급은 나중에 이놈이 휴가를 갔다가 통장을 재발급 받으면서 꺼내 쓸 수 있게 되었어.

그동안의 삶..정말 비굴하더라. '선임이 보이지 말아야 할 자세'를 철저히 무시하고 '인간으로서 보이지 말아야 할 자세'를 보여주더라.

이병부터 담배는 배웠지, 먹기야 많이 먹다보니 돈은 필요한데 없으니까...분대회식때 과자를 그렇게 꽁친거였고..남이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다 피고 그러더라고. 보고있던 선임들이 한두까치씩 줘서 담배야 피웠지.

 

하여튼 이놈이 TOD를 하니까 확실히 소대 분위기가 좋아졌어. 선후임들은 이놈이랑 같이 근무를 안나가니까 속터질 일 없는거지.

근데도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고..밖에서 새던놈이 안에서도 새더라고. 일병 달고나니까 대충 중간 정도의 짬이 되어서 TOD사수로도 나가고 그랬어. 부사수는 이등병 애였는데 정말 착한 아이였어. 그놈 밑에서 일하면서 싫다는 말 한마디도 안하고 우리한테도 다 잘했어.

당연히 그놈 입장에서는 만만한 먹이감이였겠지. 게다가 워낙 꼴통짓이 몸에 밴 놈이라 TOD근무때도 꼴통 기질을 못버리더라고.

상황실 근무병력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능력이 있었어. 외우라는건 무진장 못외워서 TOD분대장한테 갈굼먹지, 눈치보지..우리까지 분위기가 싸해지더라고.

그러다가 이놈에게도 기회가 왔어. 새로 TOD 간부가 온다는거야. 이제 막 임관한 뜨끈뜨끈한 하사인데, 얘기를 해보니 사람이 참 좋더라고.

민간자원으로 부사관이 된 녀석인데 다소 고지식한 면도 있었지만 교회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했어. 화도 잘 안내고 성격이 쿨하더라고.

근데 우리 상황병, 소대장, 부소대장, TOD조장, TOD분대장끼리 얘기가 나왔어.

"과연 새로 들어온 하사가, 그놈을 개과천선 시킬 수 있을까?" 였어ㅋㅋㅋㅋㅋㅋ

나의 의견은 이거였어. "독실한 신앙심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그놈에게는 "잘 보여서 자기편 한명을 만들 수 있는 기회." 였지. 처음에 그 하사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했어.

"어루고 달래고 꾸준히 가르치면 고칠 수 있습니다." 라고. 마치 교육자의 마인드같았어.

 

하지만 곧 이 하사도 포기를 했지ㅋㅋㅋㅋㅋ해도 해도 안된다는걸 깨달은거야ㅋㅋㅋ 교회다녔다는 사람 입에서 '병신'이니, '꼴통'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것도 놀랐지만ㅋㅋㅋㅋ더 웃긴건 "나를 괴롭히려고 지옥불에서 나온 사탄 같다."는거야 ㅋㅋㅋㅋㅋㅋ그 순했던 사람이, 그놈 불러다가 갈구는게 하루일과가 되어버렸어. 현역자원 출신이였으면 욱해서 주먹이라도 날라갔을거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그놈이 또 사고를 쳤어.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 바리깡을..탭을 안끼고 그냥 밀은거야. 말 그대로 스님이 된거지. 전체를 다 밀어버렸어. 얼마나 짧게 밀었는지

그놈의 둥그러면서도 푸른빛을 띄는 두피가 보일 정도였으니말이야ㅋ. 근데 이게 문제가 되는게 뭐냐면..

차라리 초소근무를 나가면 방탄헬멧을 쓰고 있으니까 머리가 이런지 몰라. 근데 상황실 근무를 서게 되면..대대장이나 연대장이

"이 병사 머리는 왜 이모양인가?" 라고 물어볼거 아니야? 그것도 하루이틀도 아니고, 머리가 자랄 당분간은 위태로웠어.

별에 별 의견이 다 나왔어. "머리가 자랄때까지 초소근무를 내보내자.", "지휘관 순찰이 올 시간을 피해서 근무를 집어넣자." 등등.

뭐, 차라리 훈련만 받는거라면 조용히 묻히는건데, 중령대령 오는 상황실에 앉혀놓는것도 문제라 소초의 온 간부가 골머리를 썩었지.

 

그러다가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라는 말이 있듯이, 그놈도 전역 1주년이 되서 상병 진급을 한거야.

정말 대단한 일이지. 진급누락 안당하고 휴가통제 안당하고..다만, 외출통제만 두 번 당했었어. 우리 병사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어.

"이XX이가 군생활 잘하는거다. 다른 사람이였으면 징계 먹었을 텐데, 자기 할 거 다 누려가며 깽판치고서 징계 안받지 않았냐."ㅋㅋㅋㅋ

그놈도 이제 군대라는걸 조금 알게 된 모양이야. 아마 훈련받고 그랬으면 몸져 누웠을텐데, TOD하니까 편한걸 알게 된거야.

 

어느날 그놈의 인생을 뒤흔들 만한 사건이 하나 터졌어.

"저 TOD 부사관을 하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 사람일이라는게 원래 이런거야ㅋㅋㅋ편하면 더 하고싶은거지ㅋㅋㅋ 군가도 못외우고, 맨날 깨지는 놈이 뭔놈의 간부를 하겠다는건지도 웃겼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그래 잘해봐라. 잘될수도 있다." 였어. 이놈도 좀 결심을 굳게 한 것 같더라고.

근무태도가 다소 진지해졌고 사고도 많이 줄었어. 그러다가 이놈이 무슨 심경의 변화를 느꼈는지, 갑자기 안하겠다고 한거야. 그러다가 다음날 마음바뀌어서 또 한다고 했다가 결국은 안한다고 했지. 기껏 바람 불어놓고서 빼니까 허무할거야. 우리 TOD 부사관들은 허탈해하면서 분노를 느꼈어.

어떻게 보면 생각 잘한거 같아. 아무리 편하게 근무서고 돈받는다 해도, '전역'이 장땡이니까.

 

의외로 그놈 밑에서 있던 후임(위에 소개했음)이 간부지원을 해보고 싶대. 천성이 워낙 착하고 집안 사정도 많이 안좋아서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싶대. 우리 TOD조장(중사)이 그 꼴통선임한테 장난삼아 얘기를 하는거야. "이야~XX아! 너 큰일났다! OO이가 하사계급 달고오면 큰일나겠다ㅋㅋㅋ"

라고ㅋㅋㅋ내가 생각해도 정말 웃겼는데, 그놈은 표정이 너무 심각한거야ㅋㅋㅋㅋㅋㅋ "내 후임이였던 애가 하사달고 와서 날 갈구면 어떻하지?"

라는 근심에 눈에 보였어ㅋㅋㅋ 더 웃긴건 그놈이 그 후임 찾아가서 그러는거야. "너 진짜, 간부할거냐? 하지마라."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 후임애는 무사히 훈련 잘 받고 하사로 임관을 하였지. 우리 부대가 해안 빠져나가고 나서도 그 후임 아니, 그 하사는 가끔 우리 대대 주둔지에 오더라고. 서로 말은 편하게 했어. 근데 하는 얘기가ㅋㅋㅋ "내가 하사 임관하고 나서 그놈 찾아가서 엎드려뻗쳐 시켰다."고 ㅋㅋㅋㅋㅋ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봐.

 

하여튼 우리 부대가 해안경계를 마칠 즈음 우리 중대장님이 소초를 돌아다니셨어. 꽤 오래 자주 방문하셨는데, 우리소초에서 화를 내고 가셨어.

화내는거 한번도 본 적도 없고, 다음해면 전역하실 분인데 말이야. TOD근무를 서는데 부사수 후임에게 장비운용과 일지기록, 전화받는걸 다 시키고 자기는 그냥 앉아서 노는거야. 중대장이 보고 분노했지. "야 넌 하는것도 없으면서 전화도 안받냐. 이제 니가 전화받아라." 라고.

그놈도 이렇게까지 갈굼을 먹으니까 해안 빠져나가서가 걱정이였겠지. 우리 소초 간부들과 중대장이 집합해서 회의를 했어.

"그놈을 해안에 잔류시키기로." 내륙 데려가봤자 훈련도 못받을 것이고, 병력관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안될 것 같다는 의견이 공통이였어.

 

하여튼 그놈을 해안에 버려두고 우리는 내륙으로 이동했지. 그러다가 문득 그놈의 전역 소식을 들었어. 진짜 전역은 하더라고.

나도 짬을 먹어서 병장을 달게 되었고. 우리 중대장이 나한테 그러는거야. "아 그러고보니 XX이, 전역할 때 되지 않았나?" 라고ㅋㅋㅋ

내가 "네 맞습니다. 이미 했습니다." 라니까 중대장 폭소. "이야~ 전역은 하는구나." 라는 반응ㅋㅋ

이것도 추후에 들은 얘기인데, 그놈이 돈을 너무 많이 써서인지..전역신고 하고 나갈때 교통비가 없었대...그래서 한달 후임 말년휴가나갈때 같이 빌붙어서 나갔는데 그 한달 후임이ㅋㅋㅋㅋ 점심 사주고, 교통비 내줬다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 가는 순간까지 그렇게 삥을 뜯더라고.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밉기도 했지만 나름 재밌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것 같아서 고마워.

하지만 미필자 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인간상은 아니야. 원래 고문관이라는 단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그 고문' 이 아니고, '한국전쟁때

미군의 통역이나 근무지원을 하던, 한국물정 전혀 모르는 재미교포 출신의 자문위원'이래. 하지만 우리의 정신을 괴롭혔으니 전자의 뜻이 맞을 거라 생각해.

어찌보면 이미 지난일 뒷담까는거지만, 철없는 미필 동생들이 군생활 조금 편하게 영위해보겠다고 이런짓을 하면 어디가서든 인정받을 수 없다는

충격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어.

나 하나 편하게 지내보겠다고 머리 굴리고 후임들 굴리면, 소대 분위기 망치고 중대 분위기 망치는거 순식간이야.

부디 몸 건강히, 성실한 마음으로 국방의 의무에 임해주길 바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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