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맞벌이 하느라 난 친척집에 맡겨졌다.
맞고 자라진 않았지만 거의 방치 되어 있었다. 끼니만 굶지 않는 정도
그러다 부모님은 돈 문제로 허구헌날 싸우고.. 결국 이혼
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아빠 험담을 했다
난 나름 노력해서 지금 자리 잡고 좋은 배우자도 만났는데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 느꼈던 끊임 없는 불안감.. 아빠처럼 혼자가 될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에 늘 시달렸다
아빠는 경제적으로도 무능했지만 자식들에게 애정이라곤 없어보였다
늘 지적만 하고 칭찬은 없고
집안일은 하나도 안 하고
애들은 놔두면 알아서 큰다는 소리나 하고
정서적 거리감이 남보다도 못하다
연 끊고 살려다 결혼 후 시부모님 보기에도 그래서 할 수 없이 1년에 두어번 찾아가는데
아빠가 말할 때 퉁명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변변찮은 직업 없이 긴세월 혼자 살아와서 하는 이야기도 쓰잘데기 없는 것들 뿐이고
말투도 투박해서 듣기 싫고 살고 있는 집도 우리가 하룻밤 자고 가기엔 불편한 거 투성이고
아빠 덕에 직장 낙하산으로 꽂히거나 평생 일 안 하고 사는거? 이런 건 바라지도 않으니
최소한 부모님이 사는 집에서 대학교까지 다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고
어릴 때 진짜 날 위해 학원 하나라도 알아봐 준 적 없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 선물 받는 거 이런 건 꿈도 못 꿨었는데
왜 나는 저 사람을 챙겨줘야 되나 싶다
다음날 일정 있다는 핑계로 저녁 사 드리고 용돈 30만원 주고 부랴부랴 차 타고 돌아오는데 이런 의미없는 인사치레 단지 유교적 문화 땜에 억지로 하는 느낌이다
대학교 때 친구가 가족여행 간다했을 때 난 순간 가족여행이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한 4살?을 마지막으로 가 본 적이 없다
더 살아도 그닥 행복한 일도 없을 거 같고
나도 내 배우자에게 아빠 같은 사람일까봐 두렵고
막말로 아빠한테 맞고 자란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싫어하는 게 결국 내가 나쁜 사람인 것 같아 죄책감도 들고
아빠라는 존재가 첨부터 없였다면 마음 불편하지도 않았겠지
만에 하나 내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딱히 돌아갈 곳이 없는 헛헛한 마음이다
과거의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도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