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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좀 들어주실래요?
제 어릴때 기억은 오빠와 아빠가 밤마다 저를 만져대고 제게 낯선 신체부위를 들이미는 것으로 점철되어있어요
아빠가 일을 나가면 오빠가 그랬고, 오랜만에 집에 온 아빠는 애들도 다 컸는데 같은방에서 재우면 되겠냐며 저만 거실로 데리고 나갔었죠
엄마는 일하느라 너무 바빴어요 아빠는 친구들하고 술마시고 놀러다니고 집에 돈을 안주셨는데 애는 셋이나 있었으니까
밤마다 너무 싫고 끔찍해서 자는척했어요 잠들면 뻗어오는 손, 덩달아 역겨워지는 내몸
눈을 뜨면 더 끔찍할 것 같아서 한 번도 눈을 안 떴어요
엄마는..아들아들 하는 분이셨어요 아빠가 제몫을 못 하는 사람이라 오빠만 보고 살았어요
오빠가 고등학교에 가면서 처음으로 자는 방이 분리됐어요 그때까진 세 남매가 같이 잤어요 집이 너무 좁았거든요
그 이후로는 그런 일은 없었지만 항상 오빠가 싫고 아빠가 싫었어요 끔찍했어요
그래서 항상 싸웠는데, 엄마는 오빠를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좀 굽히라고 오빠가 집안의 가장인거라고 항상 저를 혼내셨죠
대학을 가면서는 일부러 집에서 먼 곳을 골랐어요 기숙사로 나가서 살았고 오빠가 군대에 갔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어릴때 이후로 그런 적이 없다고, 이제 괜찮을거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듯 말하면서 살았어요 집에서 나갈 능력이 안돼서
아빠와는 이혼하고 따로 살게 되면서, 오빠가 직장을 멀리로 얻어 집에서 나가 살게 되면서 차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어른이 되고 언젠가 동생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동생은 알고있었대요
근데 자기한테도 그럴까봐 가만히 있었대요
처음에는 너무 밉고 화가났는데, 생각해보면 둘 다 그런 경험을 할 필요가 없긴 하겠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동생은 훨씬 더 어리고 작았는데 아무것도 못했겠지 생각하니 또 그렇더라고요
사실 괜찮을 리는 없어요
그 시절 이후로 이미 더럽혀진 몸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방탕하게 살았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도 저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고요
결국 누구를 만날 수 없는 사람으로 자랐구나 생각하면서 이십대 후반 이후에는 줄기차게 이어오던 연애를 끝냈어요
만나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집은 작고, 모은 돈은 없고
엄마는 오빠가 집을 사야하니 우리가 모은 돈을 보태주자는 이야기만 해요
여전히 오빠가 집에 오면 거실에 쪼르르 누워서 자요
한때는 끔찍하고 역겨웠던 감상도 이제는 무던해졌죠
근데 얼마 전에 엄마가 이불을 깔다가 갑자기 그러는거에요
근데 오빠는 저쪽에서 자라고 할까? 저기 아래쪽에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아니 너네 오빠가 그럴 사람은 아닌데 요새 그런 말 많잖아 막 성폭행하고
그런 이야길 하면서 엄마가 별 쓸데없는 이야기 하긴 하지 한다는 식으로 웃곤 다시 이불을 펴는데
막 가슴에 뭐가 커다란게 얹힌 것 같았어요
엄마가 살아온 세월도, 버텨온 세월도 너무 힘들었다는거 아는데
그 걱정을 너무 늦게 한 것은 아닌가
이미 늦었다는 걸 말해야 할까
이제와서 이야기해서 뭐가 달라지지?
내 마음 편해지자고 그 어릴때 그랬었어 하는 이야기를 해도 되는건가?
일하고 돌아와 늦은 밤 눈만 붙이고 새벽같이 일을 나가던 엄마는 그러고 싶어 그런 것도 아닌데
애들 셋 돌봐달라고 맡길 친척도 친구도 없어 청춘을 고생고생해가며 바친 엄마도 한량같은 아빠가 남긴 생채기를 안고 살텐데
평생 믿음직한 큰아들로 의지하고 살아온 저 새끼의 짓거리를 그때도 아니고 이제와서 내가 말하면
그러면 뭐가 달라지지
속이 너무 안좋았어요
이제 눈물도 안 나거든요
단지.. 단지 그냥
가슴이 너무 답답해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