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밑을 지나가다 뭔가 검은 덩어리가 제 머리위로 떨어지더니 툭 터졌어요
옷과 가방이 시커멓게 물들었는데 그안에 덩어리가 섞여있었어요
떨어진 위치와 방향을 생각해보면 다른데서 튄건 아니에요 위에서 거의 직각으로 떨어져서 맞은거니까요
건물위에서 던진것도 아니고 분명히 나무 아니면 전신주에서 일직선으로 떨어진걸로 추측하는데요
문제는 뭔가 덩어리가 섞인 시커면 물체였다는거죠
새똥은 저도 많이 봐서 알지만 갈색에 흰색이 섞이죠
게다가 끈적하고 새는 요소를 요산의 형태로 배출하기에 특유의 냄새가 난단말이죠(나름 생물학과)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편의점에서 티슈사서 닦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생각했어요
새똥은 분명히 아닌데 대체 무엇일까
한가지 가능성은 노후화된 전선에서 떨어진 고무성분이 삭아서 생긴 덩어리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집에 다 도착해서 색이 옅어졌어요
만약 그게 노후화된 고무에서 떨어진 물이라면 색이 옅어지거나 그런 덩어리가 질리가 없을거 같았죠
하나의 가능성은 그 나무가 벚나무였어요
버찌 열매가 지금까지 푹푹 썩어가다가 어제 온 폭우로 떨어질랑 말랑 하다가 하필 제가 지나갈때 떨어진거죠
근데 그렇게 생각하자니 씨앗이 없었어요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나니 고등학생 시절 생각이 나더라구요
장난꾸러기 남자애 하나가 참새 한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죽은걸 발견해서
나뭇가지에 거미줄이랑 새를 같이 둘둘 감아서 교실로 들고 왔더라구요
그걸 빙빙 휘두르다가 결국 거미줄이 끊어져서 바닥에 새가 철퍽하고 터졌는데
그 안에서 터져나온 액체 그 질감과 색
네 오늘 맞은 액체랑 비슷했어요
죽은 새나 고양이 같은게 나무위에 걸려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비온 직후라 그 체액이 뚝뚝 흘러나오고 있는 밑을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다가 맞은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