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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산보하는 기분이 어떠니, 야옹아?
게시물ID : animal_1790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5
조회수 : 4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05 2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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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그 발정이 심한 듯하였습니다.
보통 3-4일이면 끝나던 발정기가 이번에는 일주일까지도 지속되고 있었고, 그 강도 또한 무척이나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집사는 매번 잠을 깨기도 하고 설치기도 하면서 제대로 자질 못하였고, 매번 그 녀석을 안아 올려 쓰다듬어 주고 비비고 하면서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그 녀석에게 할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진짜 야옹이의 제 짝을 찾아 나서야 되겠다, 라는 절박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평소같이 독서 모임을 하던 한 애묘인에게 그것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을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만난 모임에서 그 애묘인은 자신이 현재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아직은 생식기에 접어들지 않은 새끼라며, 야옹이의 현재 상태를 무척이나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사실, 집사는 그 애묘인의 고양이를 잠시 데려와 임신을 시킬 작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애묘인은, 자신이 봉사하고 있는 유기 동물보호 센터 같은 곳에 가서 한 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 조언해 주었습니다.
집사 또한 가끔 그런 선택지를 꼽아보고 있었던 차라, 그 제안에 바로 그러마 하고는, 이야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그런 선택지와는 별도로, 이 녀석에게 바깥 외출을 조금씩 시켜둬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 집사에게 어떤 확실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년 겨울 초입에 그 녀석에게 자신의 거주구역을 선택할 기회 부여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고 난 뒤부터는 무시로 그런 생각을 품어 왔었습니다.
다만, 그것의 실행을 위해 추운 겨울이 끝나기만을 기다려 왔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그 녀석에게 바깥세상을 보여줘야만 했습니다. 
아마도, 야옹이가 이 답답한 골방에서 한 세상을 살아낸다는 게, 그리고 저기 저 너머로 젖과 꿀이 흐르는 세상을 창으로만 대리 경험해야 된다는 게, 하물며, 이토록 버겁게 울어대며 자신의 단짝을 찾는 처절한 몸부림이 이 사막 같은 공간에서 허무할 정도로 녹아내린다는 게, 집사는 견딜 수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 녀석에게 처음으로 현관문을 허락하였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낯선 기운을 느껴서인지, 다가올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이 녀석은 현관문 주위에다 코를 대고 킁킁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기도 하고, 살짝살짝 집사를 돌아보기도 하는 게, 밖의 살천스러운 풍경이 마냥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수 분을 보낸 뒤, 그 녀석은 잠시나마 현관문을 등지고 건물 층계참으로 스리슬쩍 이동하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는 이윽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런 녀석을 보며, 처음치고는 제법 신중하면서도 대범한 외출이었다고 집사는 나름 자평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현관문을 열고 내보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연습을 시키던 어느 날 오후, 그 녀석을 내보내고 난 다음 이제는 온전히 신경을 쓰지 않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집사는 태연한 척 집사의 일에 열중하였습니다.
야옹이가 나간 길을 따라 간간이 우리 집 밖 층계참의 동정을 살피곤 할 때보다도 더욱더 많은 인내력과 독립심이 요구되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십여 분이 지나도 이 녀석은 돌아올 생각조차 않고 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집사는 다시 찾아 나섰습니다.
그 녀석은 바로 위층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위층을 우리 집으로 잘못 착각하여 거기서 그렇게 앉아 있는 듯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동안 길을 잃어버린 양 불안하게 떨리던 그 눈빛이 집사를 보자 희미하게 동요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혹한 바다를 경험한 듯한 그 녀석을 조심스레 안고 내려오면서, 고양이는 도대체 공간 기억력 따위가 얼마나 되는지 참으로 궁금하였습니다.
아니, 몇 분 전의 시공간적 상황조차 기억하질 못하는 건가?
그러니, 집사는 이내 또 다른 결심을 주저하듯 해야만 하였습니다.
이 녀석을 밖에다가 홀로 내버려 두면 절대 안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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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naver.com/ha_eun_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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