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를 끊었다가 다시 먹은지도 몇개월인데 한달동안 배가 사르르 아파서 너무 활력이 없고 우연히도 그 타이밍에 너무 침울해지더라고요. 좀 좋아지려고 하다가 코로나 백신을 맞고 또 기운이 없어지면서 기분도 쳐지고 배변도 들쑥날쑥했어요.
아버지가 저보고 공부하는 사람이면 이래야하고 저래야하고 뭘 하던 죽을듯이 해야한다는 말, 그리고 이건 이래야하고 난 이래야한다는 말을 해서 아까 갑자기 기분이 폭발해서 차 안에서 쓰던 마스크를 벗어서 집어던지고 아버지란 사람 진짜 밥맛이고 똥고집에 재수없다고 말하면서 마인드 컨트롤하라고 하는 사람이 아버지였으면서 참 위선적인 느낌이 들어서 마인드 컨트롤의 '마'자도 꺼내지 말라고 얘기하고 서먹하게 장을 보고 왔어요. 지금도 사실 아버지가 엿같은데 참고 사는거라고 스스로 달래려고는 하지만...
한때는 옛친구가 저보고 많이 좋아진거 같다고 했지만 몇년동안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늘 우울하던게 특정 대화 주제나 특정 자극을 받으면 막 예민하게 폭발하고 더 방어적으로 움추리게 되는 소위 비정형 우울증으로 나아진거 밖에 없네요. 대학 졸업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대학 시절에 연애는 커녕 친구 만드는 것도 데이트해보는 것도 못해보고 죽을듯살듯 하나만 잘하라는 아버지의 관념에 구속되어 살았었고 그냥 죽어야 모든게 해결이 되는건데 고통없이 죽는게 없으니까 사는거라고 그냥 하루하루를 서서 버티자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거 치고는 누가 날 괴롭히지 않으면 그냥 괜찮은거 같고 자꾸 내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나 그런 자극을 받지만 않으면 그냥 살아가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근데 막상 기대치에 대한 얘기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나 생각을 하게되면 화부터 나고 그러네요.
괜찮아진거 같은 착각일 뿐 저는 항상 안괜찮았어요.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생각이 드네요. 죽지못해 사는 만큼 그냥 버틴다는 생각으로 깨어있는거라고. 그리고 죽을듯이 해야한다는 말은 생각해보면 틀린말 같아요. 그 이전에 내가 실패해도 안전하다는 근거를 갖는게 더 중요한데 대인관계도 그런 믿음이 있어야 여유를 가지고 여러사람을 대할 수 있는건데... 저는 내향적이고 기빨리는데다가 하나만 잘 해야하고 거기서 밀리면 안되는거라는 개념이 세뇌된 사람이였어요. ISTP인 사람은 정말 사는게 힘들어요. 그리고 늘 지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