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유명한 시 구절인데, 저에게 참 걸맞는 구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목처럼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러운게 싫은 건 아니고,
"자세히 오랜 시간 절 지켜보다가 제 사랑스러움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저"가 싫습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_ㅠ....
2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외모는 그냥저냥 평범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애매하고!! 어중간하게!! 예쁘장한 얼굴입니다.
한눈에 봐도 예쁜 얼굴이었으면 자세히 안봐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겠지요ㅠㅠㅠ
낯가림도 심하고 다수와 함께 있으면 쉽게 지치는 내향형이라 집단에 있으면 큰 두각도 못 드러내요..
그래서 그룹에 처음 속하면 참 어중간한 위치에서 흐릿한 존재감을 가지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일대일 상황에서는 꽤나 관계를 잘 쌓아가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이게 저의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이 방법을 잘 활용하여 사회적 상황이나 위치를 잘 가꿔오고 있습니다.
이런 제 특징은 사회적 상황에서 제 자존감을 많이 높여주었습니다.
나는 장기전에 강하고 일대일로 만나면 나의 진국(?) 매력을 알아줄 것이기에 탄탄한 인간관계를 쌓아갈 수 있다.
뭐 이런 생각으로요...
근데,,,,, 이게 연애 문제로 가면 제 발목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집단에서 한 남자가 초반에는 다른 여성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이 때는 위에 적어놓은 것처럼 저는 아웃오브안중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남자가 저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이때 저도 이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다면 기쁜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괜한 거부감이 듭니다.
"아, 맨 처음에는 다른 여자 좋아했으면서 갑자기 왜? 좀 웃기네" 이런 자조적이고 짜증이 나면서 마음이 팍 식어요.
처음에 눈에 띄지 않았던 나도 좋아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걸까요?
외모만 보고 애정을 받는 사람들은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라고 말하지만,
저는 좀 반대인 것 같습니다. '결국 외모는 안됐던 거였구나. 외형은 그 사람 취향이 아니었나보네.'
'그럼 나는 결국 대타인가? 이리저리 여러 상황 재보다가 결국 타협점이 나같은 사람이었나' 이런 생각이요...
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냥 시간 지나고 나니 내가 그냥저냥 적당하고 무난한 사람이라서 고백하는거란
이상한 자격지심이 들어 그 사람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예전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여자를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너가 좋더라."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좋더라"
중요한 포인트는 뒷말인데, 저는 자꾸 앞말에 온 신경이 가요.
이런 말들이 제 마음속에 쌓여서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혹시 아웃오브안중이었던 때의 나를 내가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제 생각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고 있습니다 ㅠㅠㅠㅠ
외모가 전부가 아니고, 진정한 너를 발견해주는 사람을 만나란 말도 이해하고 있구요ㅠㅠㅠㅠ
저 또한 알면 알수록 참 괜찮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어서 역지사지해보면 얼마나 이게 얼마나 웃긴 생각인지도 알아요..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내 모든 걸 알고 난 후에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복받은 일인지도 아는데ㅠㅠㅠㅠ
왜 자꾸 이런 생각으로 마음 고생을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에효... 그냥 요즘 자꾸 이런 생각으로 심란하여 푸념 한 번 해보았습니다ㅠㅠㅠㅠ
사람 마음이란게 참 바보같다는 걸 알면서도, 제 마음이 마음처럼 되질 않네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