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필력이 좋지 않지만 어찌어찌 쓴 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 신체
164 59인 남학생입니다. 네 뚱뚱한거 압니다. 그래서 매일 1시간씩 줄넘기랑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구요. 원래는 163에 70까지 나갔었는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저가 여자라도 이런 사람 좋아하는건 무리가 있을거 같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군입대 전엔 클라이밍을 일주일에 한번 갔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제대 후에도 하려고 합니다.
늘 집안에만 있다보니 냄새도 잘 못맡다가 어느날 부모님이 너무 냄새가 심하다고 하길래 한번은 하루 2번을 씻었습니다. 그러더니 별 말씀 안하더군요. 그때부터 하루에 2회 이상 씻기 시작했습니다.
갈색으로 염색한 파마도 해보고, 노란색 펑퍼짐한 옷도 사서 입고 가보고 그랬습니다. 당연히 무반응이었겠지만 전 그거에 또 상처받았습니다. '도대체 내가 노력했는데 왜 아무도 안알아주는거야'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더라구요 '니같으면 니같은 ㅂㅅㅅㄲ가 옷하나 입었다고 잘생겼다고 칭찬해줘야하냐? 당연히 해야하는 걸 한거지' 이런 생각이 스스로 들었고 더욱 주눅들었습니다.
2. 나름의 노력
사람을 만나기 위해 한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사람들은 나쁜 냄새를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샤워 하루 최소 2회, 빨래는 자주합니다.
'사람들은 뚱뚱한걸 싫어'하기에 72->60까지 살을 뺐습니다. 지금도 매일 줄넘기랑 팔굽혀펴기를 하지만 58~60 왔다갔다 하는중입니다.
'사람들은 예의바른걸 좋아'하니까 예의를 갖추어 말합니다. 예를 들어 '혹시 그 책 어디서 구하셨어요?'같은 말도 '죄송하지만 혹시 저가 그 책이 필요해서 그런데 어떤 곳에 가야 그런 책을 구할수 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누가 봐도 병신같은 말투로 말을 하죠... 무조건 높임말을 써야한다는 강박도 있습니다. 가끔 반말이 튀어나오면 그걸 고치기 위해서 자꾸 고민합니다..
'언젠가 누군가와 여행을 가게 된다면'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하루 20분씩 일본어 공부를 하고, 2종 면허를 땄습니다. 지금은 1종 면허까지 준비중입니다. 왜냐면 남미는 2종 수동 자동차가 많거든요.
타로도 볼 줄 압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저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고싶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별이랑 별자리도 봅니다. 밤에 언젠가 누워서 별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글을 씁니다. 예를 들어서 '아 나 센치하네'라는 말을 했다면, 그 말이 어떤 뜻인지 확실히 알고 나도 언젠가 그 말을 써야지, 그리고 누군가가 그 말을 또 했을 때 제대로 이해해야지!라는 생각에 그 단어의 뜻, 어원, 역사까지 공부합니다.
시간날 때마다 책도 읽습니다. 최근 한 분께서 '이기적인 유전자'를 추천해주셔서 지금 30장 정도 읽었습니다. 사실 이미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라는 책을 읽고 있어서 이 책 다 읽고 추천해주신 책을 읽을 계획입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모르는 것들은 어디 적어두었다가 했다가 사전 찾아보고 연관된 주제를 찾아보는데, 아이돌, 가수, 예능, 연예인은 제외입니다.
최근 한 후임의 조언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영화를 좀 더 공부할 계획이 있습니다.
3. 심리적 문제
사람들에게 양가감정을 느낍니다.(전에 상담사가 해주셨던 이야기)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면 '더 다가와주세요'라는 마음이 들면서도 '왜 다가오는거에요? 제발 당신은 절 알고나면 실망할거에요'라는 마음도 같이 듭니다. 뭔 병신같은 소리냐하겠지만, 진짜 그렇습니다.
상대에게 먼저 말도 꺼내지 않고, 수동적으로 행동하며, 상대가 묻는 말만 단답으로 대답합니다. 왜냐구요? '쟨 왜 나한테 말을 거는거야?'라는 생각과 '사람들은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해. 그냥 입다물고 들어나주자. 그리고 나같이 재미없는 사람은 발언권이 없다는 걸 명심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니 당연히 사람들과 대화가 안통합니다.
물론 감정의 교류가 없는 일적인 면에서는 말을 조금 잘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선임들이 저보고 '있으면 노잼인데 소대안에서 가장 엘리트'라는 평가를 해주셨다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하고 같이 있으면 서로 불편합니다. 어떤 모임에 가도 전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깊게 박혀 있어 먼저 다다가지 못할 뿐 아니라, 대답도 단답이니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래서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 주제가 저에게로 돌려지면, 전 애써 '도대체 왜 저 사람들은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걸까? 차라리 다른 효율적인 거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저가 일부러 대화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립니다ㅠㅜ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데 너가 나에게 관심을 안가져주는구나... 넌 왜 나에게 말을 먼저 걸지 않니?', '나도 사랑 받고 싶어. 사람들이랑 놀고 싶어', '누군가 날 꼭 안아줬으면 좋겠어(성교 이야기가 아니며 그냥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음)'같은 당사자에게 직접 할 수 없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상대에게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그런데, 전 그걸 입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남자고, 성인이니까요. 그냥 계속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빼면 누군가 날 좋아해주겠지(남녀 무관), 내가 더 공부하면 누군가 날 좋아해주겠지 이런 생각에 잠도 깊게 잘 못잡니다.
많이 예민하기도 해서, 남들은 별 신경안쓰고 하는 눈빛 움직이는거 하나하나, 한숨 소리, 발의 끝이 향하는 위치. 이런 것들이 눈에 잘 보여서 의미부여를 하며 더욱 고통스러워 합니다. '심리적으로 가까워 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발끝이 그 사람을 향한다'는걸 보고 '어 저 사람은 날 싫어하나?'라는 생각을 한다든지 그럽니다 ㅠㅜ
'어차피 날 좋아해주지 않을거야'라고 제마음대로 믿으면서 혼자 밥먹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책읽고, 혼자 놀러다니고 그럽니다.
문제는 이러고 그냥 마음편하게 있으면 되는데 그게 아닌겁니다.
'어차피 날 싫어하는 저 사람'들의 눈치를 봅니다. '나를 더 싫어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궂은일, 어떤 일도 나서서 합니다. 호구죠...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저를 만만하게 보기 시작하는데, 저가 뭘 말하려고 하면 '나대지마'라고 의견을 묵살하거나, 누군가 저에게 'ㅇㅇ아, ~했니~?'라면서 애기부르듯이 저를 대하거나, 어떤 모임에도 저를 끼워주지 않습니다. 아마 저같아도 저를 보면 저새끼는 노잼이니까 굳이 연락해서 귀찮아지지말자라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혼자 놀러가서도 '아..내가 이 음식점에 들어가도 될까?'라고 고민을 한참하다가 들어가거나, '내가 여기서 사진찍으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생각하며 그냥 풍경사진만 남겨버립니다. 분명 머리속으로는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길에서 발가벗고 오줌싸거나 피를 철철 흘리면서 쓰러져있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나에게 관심이 없다'라는걸 알지만.. 몸은 주눅들어있습니다.
첫 수능에서 부경대를 합격헀습니다. 그런데 '여자애들이 날 분명 싫어할거야. 난 OT에 가면 아싸에 개씹찐따 확정이지'라고 하면서 대학에 가지 않고 수능을 다시 쳤었습니다. 대부분 '내 성적이 조금만 더 올랐다면 더 좋은데 갔을텐데'하며 재수를 결심하는 반면, 전 '사람을 만나지 않기 위해' 수능을 쳤습니다..
'사람들은 어차피 나한테 관심도 없고 날 좋아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강해서, 고민도 잘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물어보는 것만 대답해줍니다. '감히 내가 상대방에게 뭘 물어보는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다들 저보고 영혼없다, 반응이 없다, 벽과 대화하는 거 같다라면서 금새 저를 돌아서버리고, 전 거기에 또 상처를 받습니다. '믿을 사람 하나 없구나'하면서 말이죠. 분명 저 잘못인데 말입니다.
병원을 안가본건 아닙니다. 병원에서는 '주요 우울삽화(만성 우울증)'말곤 딱히 저에게 큰 특이사항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 의지로 약도 끊고,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상담사에게조차 저 마음을 제대로 못여는 저를 보며 미칠것 같았습니다. 결국 항상 듣는 말은 '세상은 너 생각보다 아름답고 너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한다'입니다..
이런 정신상태에서 학업, 알바 등을 하다보니 사람들에게 이만저만 피해를 끼치는게 아닙니다.
전 분명 아무 감정없이 설거지를 했는데, 누군가는 나보고 화났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또 엄청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데(물론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저를 완벽하게 만들어야했기 때문입니다) 'ㅇㅇ아, 좀 쉬면서 해라'라던가 '너 많이 바빠?'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군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입니다.
'색안경을 끼지 말고(사람들이 널 무조건 싫어한다 생각하지말고) 상황을 보고 판단하라'
'내성적인 사람으로 살지 말라'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라'-가장 많이 들은 말
'난 너가 날 싫어하는 줄 알았다' -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말
'넌 눈치는 좋은데, 일부러 눈치없게 행동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 이것도 이해안됨. 왜냐면 전 항상 눈치를 봅니다.
'감성적인 타입이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 감사합니다.
사람앞에서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 싶습니다.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조금 나아진거 같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저가 어떻게 행동해야 사람들에게 저의 진심을 전해 진심어린 친구 한 두명을 만들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 눈치 안보고 살 수 있을까요?
이런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대하는 저, 혹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또 사람들을 믿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