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딴 걸 소설이라고 썼냐, 진짜 못 썼다."
내가 화장실을 갖다 온 동안 한 남학생이 내가 책상에 올려둔 노트를 읽고 한 말이었다. 그 애는 내 소설을 아이들에게 선동까지 해가면서 최악의 망작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소설을 쓰지 못했다. 욕할 게 무서웠다. 사람들이 나를 욕할 까봐. 내 소설을 욕할 까봐. 못했다. 아직도 소설을 쓰는 동안 막히면 그의 말이 떠올라서 죽고 싶어진다. 나는 정말 소설을 못 쓰는 걸까. 몇 년 동안 소설을 써왔지만 이 때까지 연재에 성공한 건 카카오페이지에 올린 단편 하나 뿐. 그 녀석을 죽여버리고 싶다가도 그의 말이 맞을 까봐 걱정된다. 아무도 내 소설을 읽으려고 하지 않을까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