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그냥
같은 공간에 사람이 있는 것 조차 못견디게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한 게 한 1,2년 쯤 되었나봐요.
인류애는 계속해서 떨어져 나가다가
이번주에 절정을 찍었어요 ㅎㅎ
미국 외노자입니다.
작은 보험 오피스에서 3일,
그리고 같은 사장이 운영하는 클리닉에서 2일 일해요.
보험 오피스는 슬라브계 이민자 1명과
달랑 둘이서 일합니다.
그리고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원어민은 아니지만
아주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되질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화가난걸
저한테 하소연을 하는데
문제는 이게 하소연이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화났지만 그 사람이 없어서
나를 그 사람으로 생각하고 화낸다. 는 거죠.
너무 비약 아니냐기엔
주어만 she 이고 나머지는 다 저를 가르킵니다.
그리고 인상을 확 쓰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그 사람한테 화내듯 화를 내며 쏘아 붙입니다.
목소리도 올라가고 stupid, idiot 다 나와요 ㅎㅎ
달랑 단 둘만 있다보니
게다가 나이도 저보다 30+ 살이나 많다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할 말도 없고
ok, ill call them.
ok, ill let them know.
ok, ok, ok .
이러고 기분만 잡치는 아름다운 날들이죠.
요즘 갑자기 알러지가 심해져서
비염이라도 생긴건가 싶게
재채기, 콧물, 코막힘 때문에
거의 좀비마냥 한 달 넘게 잠을 못 자다가
결국 이비인후과를 갔어요.
그리고 그 날 아침 이비인후과 진료 때문에
알러지 약을 안 먹고 (테스트 때문에) 다녀왔다가
너무 힘들어서 조퇴했어요.
그리고 조퇴하기 직전 사장에게 문자가 왔죠.
본인, 무증상이어서 몰랐는데
월요일에 검사받고 화요일 저녁에 Covid positive 받았다고.
저는 이 사장을 화요일에 클리닉에서 봤습니다.
클리닉에는 저 포함 최소 5명이 근무하고
당연히 모두 다 함께 근무했지만
저는 이비인후과 다녀온 김에 찜찜하니 Covid test도 받았고
그 날부터 쭉 집에서 안나왔어요.
참고로 여기는 2주 격리가 아니라,
일주일,
그것도 제가 테스트한 곳에서는 3일 격리를 '권장' 했습니다.
가뜩이나 본인들은 검사도 안 받았으면서
(모두 다 밀첩접촉자. 내내 같이 일하고
저만 병원 간 김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죠)
콧물 흘리고 있으니 무슨 균덩어리 쳐다보듯
한숨을 막 쉬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작정하고 너는 감염자다, 하고 싶었나봐요.
이 알러지 때문에 고생한게 1년은 됐는데
매번 콧물에 재채기에
아침에 약 기운 돌기 전엔 늘 난리였는데
자기는 1년 내내 제가 그러는 걸 본적이 없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갑자기 제가 아픈거랍니다.
아마 코로나 걸린 것 같대요.
아 물론 저는 음성이었습니다.
화요일 오후 5시까지 5,6명이 다 같이 근무하고
수요일 아침에 사장이 양성을 받고
수요일 오후에 저는 테스트를 받았고
금요일 오전에 pcr 음성 결과를 받았습니다.
일부러 rapid 안하고 pcr 요청했어요.
어차피 동양인이라 곱게 안쳐다볼거니까.
그리고 월요일에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에 간헐적으로 나오는(?)
다른 한국인 직원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얘기 들었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을거라고, 나도 걸렸었는데 금방 나았어.
후각만 잠깐 없어졌었는데 건강하니까 금방 괜찮아질거야.
네,
저는 고 사이에
코로나 양성 받은 전형적인 바이러스 분사 동양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검사는 나만 받았는데, 니들은 왜 안받냐고 따지고 싶지만
조금만 더 버티다 그만 두려구요.
1년도 안 된 회사인데
미국 사람들
미국에서 자랐다는 한국인
다들 내로남풀이 개 쩌는거 하루이틀 겪는 것도 아닌데
이걸 계기로
가뜩이나 쌓여가던 대인기피와 인간에 대한 신뢰 상실이 화려하게 터지네요.
생각을 하다하다 더 억울하고 짜증나는 것 같아요.
오피스에서 내내 일할 때 마스크 끼고 있었더니
너는 마스크 안에서도 끼고 안불편 하냐더니,
클리닉에서 내내 혼자 kf94 한여름에도 끼고 있었더니,
자기들은 밥 먹을 때, 환자 없을 때,
출퇴근할 땐 마스크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더니
드디어 동양인 여자애가 호흡기 질병으로 병원에 다녀왔다니까
살판이 나셨어요.
그럴 거면 한국 돌아가지 그러냐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근데 유일한 제 편이 여기 있는데요.
남편은 한국도 모르고 한국어도 모르고
똑같이 동양인이라고 개무시 당해왔어서
유일하게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을 또 다른 차별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을 순 없죠.
그리고,
비행기 값도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도 없어요.
그리고 또 그런 사람도 많죠.
미국씩이나 가서 살면서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남 속 긁는 소리 말라고.
한국에서 얼마나 힘들게 사는 줄 아냐고.
그래도 한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사니 일단 부럽다고.
그러게요.
제가 배가 불렀죠.
매일매일
울다 지쳐서 잠들거나,
죽이고 싶은 사람 때문에 저주를 퍼붓다 지쳐 잠들거나,
미친듯이 들이부은 술로 밤새 토하고 정신을 놓거나,
그랬던 저의 외롭고 서러웠던 날들은
그게 무엇이고 어쨌던간에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배부른 헛소리인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