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지금 저는 성인입니다.
옛날 중고등학교 때의 일인데 아직도 마음의 상처로 남아..
어떤 분들에게는 정말 별 거 아닌 걸 수도 있어요ㅠ
저는 학창시절에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과목 간 큰 편차도 없었습니다 (결국 특출 나게 잘하는 게 없었다는 ㅎㅎ)
타고난 공부 머리가 없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머리 빨(?)은 중1 때까지 였고,
중2 때부터는 정말 진득하게 앉아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오로지 자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부득이하게 그래야만 했었던 면도 있는데요ㅠ
아빠는 꽤 오래 다니던 직장이 있었는데 직장 생활을 그렇게 성실히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사기업이었는데 공무원 같은 태도로 다니셨다 해야 하나ㅎㅎ
그 후엔 잠깐 사업을 하셨고, 그게 잘 안 되서 정리를 한 게 제가 6학년 때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이런 표현 써서 죄송하지만 한량의 삶을....
매일 집에서 TV만 보면서 밥 차리거나 빨래하거나 설거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친구 분들이랑 술 마시는 건 매우 좋아해서~ '허구헌날'까지는 아니지만 왕왕 친구 분들 만나서 즐거운 시간 보내다 들어오셨죠
가세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중학교 땐 낡은 주택으로 이사 가게 되면서..
저는 어린 나이에도 불안감을 느꼈고.. 부모에게 기댈 수 없다는 걸 깨닫고ㅎㅎ 중2 때부터는 독서실까지 끊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과외는 꿈도 못 꿨고, 집 근처 조그만 보습학원 한달 8만원짜리 다녔습니다. 아무리 십 수 년 전이어도 8만원이면 그렇게 비싼 학원은 아니지 않나요 ㅎㅎ
아빠는 제가 다니는 학원은 고사하고 문제집, 최근 교육정책 이런 거에 1도 관심 없으면서,
제가 독서실 다니거나 집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칭찬은 커녕 ㅎㅎㅎ
"사람이 공부만 하면 되겠냐~ 놀 줄도 알아야지~"
"영어 읽을 줄 알면 뭐하냐~ 외국인이랑 대화도 못 하면서~"
이딴 소리나 하니까 정말 화가 났습니다.
아빠가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다면 저도 중학생 때부터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 거에요.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맞지만 저도 신나게 놀고 싶었겠죠... 아무 걱정 없이 ㅠㅠ
저는 '믿을 건 나의 능력 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한테 잘 해줘야지' 이런 생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눈치 없이 저딴 소릴 해 대니 정말 짜증났습니다...
공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절대 아닙니다.
이상한 자부심 같은 게 있어서 본인은 인생을 즐긴다고 착각하는 게 좀 심했습니다.
보통의 학생들은 부모님이 저런 말 하면 고마워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아빠가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수행해 내지 못하니까 공부에 집중하게 된 건데 저런 말을 하니 속상했어요
아직까지도 누가 비슷한 말을 하면 맘 속에 있는 상처가 건드려지는 느낌이에요ㅠㅠ
별 것도 아닌 고민인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