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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게시물ID : animal_1792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3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08 2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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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새벽 일찍, 밥을 지어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야옹이를 찾아볼 심산이었습니다.
이 자식을 일단은 찾아놓고, 따져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니가 좋아서 안 돌아오는 거야? 아니면, 어쩔 수 없어서 못 돌아오는 거야?
그러니 일단은 이놈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어젠 우리 집 부근만 찾아다녔지만, 오늘은 우리 동네 전체를 찾는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게 정말 내키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 녀석이 다른 고양이들 영역에서 쫓기고 쫓겨 저 멀리까지 축출된다면 우리 동네 전체를 대상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돌아 볼 물리적 지역 범위는, 그러니, 어제보다 훨씬 더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더 야옹이를 찾을 확률 또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집사는 이 선명하게 비치는 태양빛에 그저 안도할 뿐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요인이나 가능성은, 최소한 지금만큼은, 집사의 이지러진 슬픔 한 쪽 귀퉁이에다가 처박아 놓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새벽의 그 상쾌한 공기까지도 지금은 야옹이를 찾아가는 집사의 마음속에 한 줄기 상쾌한 청량수처럼 불어댈 필요가 있었습니다.
구역을 대충 설정해두고, 천천히 저기 구석, 여기 틈새 따위를 주의 깊게 쳐다보고, 찾아보고 하면서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런 구석탱이에 과연 잘도 숨어 있구나, 싶을 정도로 고양이 녀석들은 덩그러니 걸려서, 앉아서, 누워서는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대충 보면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어디 구석에서나 뾰족이 자신의 형체를 틔워내고 있는 것은 다문 식물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이 피워내는 그 느릿하고 느긋한 몸놀림, 자세 따위를 지켜보면서, 지금 당장 마음이 급한 집사조차도 순결한 위안을 받는 진귀한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러니, 정성을 담아 관조하고 공명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되는 것 또한 다문 식물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기분이 나아지면서, 집사는 또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사는 고양이들 또한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이전에 야옹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한 것을 집사 또한 선택할 거라던 결심 또한 생각났습니다.
무턱대고 자신의 안위조차도 고려 없이 막 살아간다면 그 녀석의 선택 또한 일정 부분 제한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다시 말해, 그 자신의 가치대로, 그 자신의 본능과 본성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요구하는 대로 그렇게 야옹이가 살아 간다면야, 그것은 분명히 전적으로 존중받을 만한 선택임을, 집사 또한 승인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일단은 이 자식을 찾아서 물어보고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발가락 때만도 못한 고양이 한 마리 찾아내기란 매우 요원한 헛 짓거리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몇 번을 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다시 한 번 절망하며 체감하였습니다.
매번 나오는 고양이는 딱 정해져 있고, 그 녀석들은 이미 그 지역을 차지하고 있거나 그 지역에 전적으로 동화되어 있는 녀석들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녀석들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야옹이의 경우엔 절대 사람이나 동물들의 눈에 띄는 곳으로 나오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또한 이 녀석이 제대로 숨을 작정으로 숨으면, 여기에선 찾아낼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 또한 익히 경험한 바의 확장으로 쉽게 분명해졌습니다.  
결국 이러한 생각의 귀결은, 당장은 이 녀석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만에 하나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몇 주 뒤나 몇 달 뒤, 자신의 영역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고 난 다음의 일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집사는 힘없이 거리를 걸어 다니며, 계속해서 헛 짓을 하고 있는 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헛 짓을 또 차마 그만둘 수 없어서, 계속해서 헛 짓을 하고 있는 꼴이었습니다.


먼저는, 마음을 비우고,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찾다가 헛헛해서 지쳐 돌아오면, 다시 방 안에서 헛헛해지고, 또 그래서 헛헛해서 뛰쳐나가면, 또 찾다가 헛헛해지고, 의 유한 반복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가다듬고, 그렇게 또 시간을 흘러보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저, 때가 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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