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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찾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게시물ID : animal_1793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5/6
조회수 : 59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4/09 21: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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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하루하루 그 녀석 생각을 가다듬고는 합니다.
그 녀석이 좋아서 지금까지 안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설령 다른 이유로 안 돌아오거나 못 돌아오더라도, 차라리, 그게 더 그 녀석에겐 잘 된 일일지도 몰랐습니다.
아니, 집사는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위안해야만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어코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갖가지 안 좋은 생각들이나 추측 따위를 끊임없이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집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믿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 최면적 위안을 해서라도 이쪽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나면, 불현듯 다른 쪽 마음으로 언구럭스럽게 들쑤시고 돌아다니는 생각들이 튀어나오곤 하였습니다.
먼저는, 야옹이를 잃어버리기 며칠 전, 그 녀석 발톱을 깎아 준 게 너무나 아찔하게 떠올랐습니다.
왜 하필 그때, 잘 깎지도 않던 야옹이 발톱을 깎아 줬을까?
혹시라도, 발톱이 무딘 것 때문에 녀석이 무슨 신변의 위협을 받진 않을까?
정처 없이 떠돌다가 실수로 다른 녀석들 영역에 들어가서는, 발톱으로 제대로 할퀴어보지도 못하고 피만 줄줄 흘리며 쫓겨나는 것은 아닐까?
별의별 공상이 다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정체가 딱 하나로 규명되지도 못할 답답한 감정의 덩어리들이 유감없이, 심란함과 쓰라림, 불안함 따위의 거무튀튀한 빛깔을 띠고 엉켜서는 집사를 몹시나 괴롭고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다시금 살기 위해서라도 집사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습니다.
그런 일은 정녕 없을 것이라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우리 현명한 야옹이는 무딘 발톱 대신 다른 방법을 통해 그 위기를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읊조리고, 믿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 또, 단 한순간이나마 위안과 평안의 그 오아시스 같은 마음을 되찾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또 얼마 있지도 않아 흐릿한 빛무리로 삽시간에 뒤덮이곤 하였습니다.
야옹이는 고질적으로 뒷다리를 잘 놀리지 못한다는 게 또 암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뛰어가면서도 보기엔 먼가 절뚝거리는 것 같고 기우뚱거리는 것 같은 그 녀석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연상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집사는 다시금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런 몸으로 어떻게 밖에서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어쩌자고, 그런 야옹이를 밖에다가 뻔뻔하게 풀어놨을까?
아...
어쩌자고,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했을까?
    

그러니, 이리저리 떠오르는 생각들을 상대하며 시간을 그런 식으로 죽인다는 건 집사만 죽어날 노릇이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기는커녕 오히려 심란해지기 일쑤고, 간신히 한순간의 평온에 다가서다가도 다시금 수많은 고통과 좌절 속에 내몰리기 십상이었습니다. 
이전처럼 그렇게 강도 높은 수색은 아닐지언정, 밖으로 계속해서 찾으러 다녀야만 했던 이유였습니다.
이젠 딱히 그 어떤 희망이나 소망을 품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이렇게나마 시간을 죽여 멀리, 저 멀리 과거란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 수 있기를, 그래서 이런 온갖 힘든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기를, 간신히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저 이렇게 찾아다님으로써 집사의 그 씻을 수 없는 죄가 조금은 묽어질 수 있기만을 바랄 따름이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야옹이는 감감무소식입니다.
그동안 죽었다면, 그 시체만이라도 찾길 원했고, 다행히 살았다면, 그 녀석의 얼굴이나마 한 번 보기를 간절히 소망하였습니다만, 아직도 그 녀석은 집사의 컴컴한 수렁에서만 뒹굴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그 녀석의 선택을 바란다느니, 밖에서 살고 싶다 하면 기꺼이 그러고마 허락하겠다느니, 하는 시시껄렁한 말들이 정녕 사치로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그저, 죽었든지 살았든지, 한 번만이라도 보는 것이 소원이었고, 또 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원은 어느새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면서 희뿌옇게 썩어가고, 좀이 슬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나브로 집사는 야옹이 찾는 것을 포기하고, 체념과 후회와 자책 따위로 살뜰하게 꾸며진 그 비루하고 황량한 거미줄 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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