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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 와 '응'의 차이점
게시물ID : humorbest_1793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늘♡
추천 : 65
조회수 : 3572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10/07 23:08:41
원본글 작성시간 : 2007/10/07 17:36:55
몸빵걸은..몸이 안 좋아진 관계로 부득이하게 중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사도 올릴겸 예전 글 하나 퍼와서 올려 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몇 년전이였던가? 

새벽에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에게 전화를 하던 여자가 있었다. 




"오빠..저 선아예요..아시죠? 고선아." 




내가 자신을 기억 못할까봐 자신의 성까지 친절히 가르쳐 주던 그녀.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생각하는 거지만 그녀의 이름은 선아였다. 고선아. 




"오빠 목소리좀 들려주세요. 왜 아무 대답도 안하세요?" 




사실 그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곤 "어.", "아니."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아냐." 




나의 그 대답에 피식 거리며 웃는 그녀. 




"오빤 항상 어, 아니 이 두 마디만 하네요. 다른 말은 없나요?" 

"술 마셨니?" 

"아시잖아요." 




아시잖아요...그래. 이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하는 거지만,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항상 술에 찌들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그녀의 전화를 가끔씩 피하기도 했던 것 같다. 




"넌 술만 마시면 나한테 전화를 하나보구나. 
네가 제 정신일때 통화해본 기억이 없다. -_-a" 

"푸훗..오빠 저 귀찮죠? 다~알아요." 

"아니, 굳이 귀찮다기 보단.." 




왜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었을까. 

이유는 뻔하다. 실제로 귀찮았으니까 말이다. 




"오빠 밖에 비가 내려요.." 

"어 나두 안다." 

"빗소리 들어보세요." 

"아니 저기.." 




나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빗소리. 

쏴아아아.... 

결국 피식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잠시 듣고 있을 줄만 알았던 빗소리를 30분째 듣고 있으니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_-; 




술에 취할 때마다 나에게 전화를 하는 여자. 

전화통화를 할때마다 나에게 빗소리를 들려주던 여자. 

그리고 빗소리를 들려주며 정작 자신은 졸고 있는 여자..-_- 




그날도 졸고 있을거라 짐작 되던 그녀였기에, 조용히 전화를 끊으려는데.. 




"오빠..들었죠? 밖에 비가 내리네요.." 

"........." 

"들리시죠? 밖에 비가 내려요.." 




비가 내리기에 그녀도 울고 있었던 걸까? 

무슨 일인지 몰라도 내 앞에서 한참을 울어대는 그녀였다. 




"바다가 보고 싶네요." 

"바다?" 

"잘 자요.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 




이 글을 쓰며 또 한번 생각하는 거지만 그녀는 전화를 끊을 땐 항상 "미안해요" 하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었다. 




난 알고 있었다. 

바다는 그저 바다일 뿐이지만, 그녀의 바다는 나를 뜻하는 말이라는 걸. 





그 후로 난 조금씩 그녀에게 길들여져 갔다. 

비내리는 새벽도, 새벽의 전화통화도, 우스꽝스러운 그녀의 술주정도, 그녀의 아픔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그녀에게 길들여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가 날 변화시킬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그렇게 우스운 것이였다. 





그녀를 만났다. 새벽 시간에, 그리고 바닷가에서. 

그녀가 날 만나기 위해 많은 용기를 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난 철저하게 가렸을 뿐이다. 

그녀에 대한 내 마음도. 




"너도 여자긴 여잔가보다. 치마가 무지 짧구나." 

"바닷가 오면 다들 이렇게 입잖아요. 그래서 싫은가요?" 

"아,아니 뭐.." 

"풋. 오빠도 섹시한 여자 좋아하구나. 역시 남자였어. 크큭." 

"너 약 먹었니?" 

"...;;" 




술에 취하지 않은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여자다운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해변가에 털썩 주저앉는 그녀.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신문지를 깔고..-_-a 




"하여튼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없어." 

"알았어." 




깔고 앉았던 신문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에휴 됐어요." 하고 신문지를 손으로 쳐버리는 그녀. 




어쩌라고..?? -_-; 




"건배." 




그녀와 난 캔 맥주를 사와서는 바다를 보며 마셨다. 

여름. 밤. 바다. 파도소리. 캔 맥주. 그리고 그녀. 

이 글을 쓰며 생각하는 거지만 그때를 회상함에 있어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그땐 참 아름다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와 나.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웠으리라.. 




"오빠. 나 일 때려칠려구요." 

"왜?" 

"힘들어요.."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니." 

"그게 아니라 아시잖아요. 남자들이 자꾸 치근덕 대요." 

"......." 

"짜증나서 못해먹겠어. 내가 술집 여자도 아니고.." 




그녀는 바텐더였다. 

새벽늦게까지 일하고, 가끔씩 남자들이 치근덕 대거나 성적으로 수치감을 느끼게 하면 그때마다 술을 마셔댔다. 

그리곤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였다. 




"집을 나온 뒤부터 모든 게 뒤죽박죽 됐어요. 
나 이거 하려고 대학다니면서 공부한 게 아닌데.. 
많이 외로웠어요. 오빠 외롭다는 말 아시죠? 정말 외로웠어요.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고, 어두캄캄한 방안에 혼자 있다보면 정말 미쳐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어요.." 

"........." 

"근데 오빠. 나 지금은 외롭지 않아요.." 

"왜?" 




왜냐는 나의 질문에 날 향해 미소만 짓는 그녀였다. 




"오빠.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말해야 돼?" 

"오빤 비밀이 뭐 그렇게 많아요??" 

"사랑이 아닌 좋아하는 감정이라면 잘은 모르겠지만 있는 것 같기도 해." 

"참나. 대답이 뭐 그래요.." 

"그럼 넌 좋아하는 사람 있니?" 




글을 쓰다말고 잠시 피식 하고 웃어본다. 

그때 그 설레였던 시간들이 지금 나에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오빤 참 알 수 없는 사람이예요." 

"왜?" 

"다 알고 있는 듯 하면서도 전혀 모르는 것 같고, 다 드러낸 거 같으면서도 전혀 드러낸 거 같지 않고.." 

"그런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난 항상 나 자신에게 솔직해." 

"그럴까요? 그럼 지금도 솔직해요?" 

"어 지금도 솔직해." 

"맹세 할 수 있어요?" 

"맹세까진..-_-;" 

"어서 솔직해지세요." 

"알았어." 

"솔직해졌어요?" 

"어." 

"진짜?" 

"어.." 

"맹세 할 수 있죠?" 

"어..." 

"좋아요. 그럼 물어볼께요." 

"어...." 

"오빠 나 좋아하죠?" 

"어??????" 





바닷가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서로에게 거리를 두며 어색하게 해변가를 걸어다녔는데..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일어났을 쯤 우리는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걷고 있었다. 




"꿈만 같아요.." 

"뭐가?" 

"오빠와 팔짱을 끼며 걷다니.." 

"어? 어어.." 

"오빠!!" 

"어?" 

"어 라고 대답하지 말고 응이라고 대답해줘요." 

"왜 그래야 되는데?" 

"어 라는 대답은 왠지 무뚝뚝 해보인단 말야. 그러니까 알았지?" 

"어.." 

"야 이동훈!!!!!!! 죽을래!!!"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그녀 보다 그녀의 말 한마디가 먼저 생각났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어쩌면 이 말 한마디를 자연스럽게 끼워넣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바닷가 해변을 걸으며 행복해하던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욕심이겠지만 오빠를 변화시키고 싶어. 
오빠에게서 내 향기가 느껴지게. 내 향기가 묻어나는 사람으로.. 
하지만 오빤 오빠만의 향기가 너무 강해서 힘들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오빠가 좋아. 오빠의 그런 향기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향기를 가지고 있는 오빠가. 

나중에 우리의 인연이 다해서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될지라도 
나에게 머물렀던 오빠의 향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 

택시안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팝송곡. 

처음들어보는 곡이였는데 멜로디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내 옆에 앉아 그 노래를 같이 듣고 있던 그녀. 

노래를 흥얼 거리며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멀 그렇게 쳐다봐.." 

"그럼 오빠도 쳐다보면 되잖아." 

"그, 그런가..-_-a" 




하는데 갑자기 입술에 와닿는 무엇... 




바닷가에서 그녀의 집까지 가는 거리가 꽤 되는데.. 

그날 택시안에서 우린 더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라디오에서 "Scorpions의 Always somewhere 였습니다."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전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2년 하고도 몇 개월 만이였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고 말았다. 




"오빠..저 선아예요.." 

".........." 

"아시죠? 고선아.." 

".........." 

"술 먹구 이렇게 전화를 하게 되었네요..안 하려고 했는데.. 
오빠 내가 술주정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아는데.." 

".........." 

"잘 지내죠? 전 잘 지내요. 남자친구랑도 잘 지내고.." 

".........." 

"오늘 남자친구랑 한 잔 하고 택시타고 오는데..그 노래가 나왔어요. 
알죠. 그 노래...오빠도 기억하죠. 그 노래.." 

".........." 

"그때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 

"미안해요 귀찮게 해서..끊을께요. 아니, 오빠. 한마디만 해주세요." 

".........." 

"잘 지내고 있다면 딱 한마디만 해주세요. 그럼 끊을께요." 













"응." 












이글을 쓰며 마지막으로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내 귀에 꽂혀있는 해드셋에선 Scorpions의 always somewhere가 

수 십번, 아니 수 백번은 넘게 흘러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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