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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부대 하나를 없애버린 지휘관
게시물ID : military_179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성피로증
추천 : 13
조회수 : 174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3/25 19:35:50

특전사는 전시 적진 깊숙히 침투하여 적의 내부를 교란하거나 요인을 암살하는 등의 비정규전을 치루는 부대입니다.

편제는 팀 단위로 구성되어 4개의 팀이 모여 하나의 지역대를 구성하는데

한 개의 지역대가 적의 한개 지역을 담당하게 되죠.

이런 특수구조때문에 거의 모든 훈련이 팀단위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팀장의 역활이 대단히 중요하지요.


아마 많은 분이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셨을텐데요.

제 1화에 등장하는 소블 대위는 이지중대를 정말 잘 훈련시키지만, 실전에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부사관들이 중심이 되어 중대장 거부운동을 벌리죠.

전시 항명은 즉결처분인걸 잘 알면서도 그럴정도니 얼마나 팀장의 역활이 중요한지 짐작이 가실겁니다.

그 이지중대가 바로 특전사의 1개 팀입니다.

우리나라의 특전사도 같은 구성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전사에 바로 소블같은 지휘관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전 전체 특전 여단중에 정예로 꼽히던 여단의 야외종합전술훈련에서 팀 하나가 거의 전멸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해발 1200고지인 민주지산의 8부능선에서 일어난 참극이지요.


때는 진달래 곱게피던 춘삼월이었습니다.

천리행군으로 불리는 특전사의 FTX는 일반 보병부대의 거의모든 훈련이 집약됩니다.

공중침투로 일컬어지는 강하로 시작되는 팀 훈련이 하루 하루 거듭되며 병사들은 피로와 체력의 한계로 극한의 상황까지 몰립니다.

거의 40여 kg에 이르는 닉샥에 개인장비와 팀장비를 꾸려넣고 하루에 수십키로씩 이동하며 요인구출, 매복, 레펠, 폭파, 사격등의 훈련을 하다 마지막 일주일은 가상의 적진인 작전지역에서 최종목적지인 부대복귀까지 탈출하는 천리행군을 시작합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특전요원들에게 이 마지막 일주일은 바로 지옥과 다름없는 주간입니다.

해질녁에 출발하여 밤새 걷고 걸어서 해뜨면 숙영지에서 야영하는 천리행군은 출발 하루만에 모든 대원을 지치게 만들죠.

그들이 민주지산에 도착했을때는 행군 5일차였으므로 최악의 상태였던겁니다.


그래도 군가를 불러가며 이틀앞으로 다가온 부대복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그들앞에 갑자기 때아닌 폭설이 내리칩니다.

기온은 급강하하고, 잔류냐 철수냐의 기로에서 무엇보다 팀장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닥칩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지급된 방한복은 여러가지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것때문에 평소에 사제품을 챙기던 부사관들이 더 큰 희생을 한거나 다름없죠.

날이 따뜻하니 군장무게를 줄이기 위해 한겨울에 늘 챙기곤 했던 사제 보온장구를 모두 버리고

지급되는 보급품만을 챙겼던 겁니다.

또한 상황이 발생하면 특전사령부에 타전하여 즉각조치를 받아야 함에도 팀장은 적절한 보고를 하지 않았고,

보고를 받은 대대장 역시 상황을 가볍게 판단한겁니다.

..

결국 잔류를 선택한 이 팀은, 그날 밤 팀장을 포함하여 대원의 절반을 잃게됩니다.

저체온증으로 6명의 특전대원이 사망하게 된겁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전역자들은 경악합니다.

해당 부대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표어가 일기당천입니다.

거대한 암석에 적힌 그 표어를 보며 특전대원들은 스스로를 가혹하리만치 단련시켜왔습니다.

언제든지 사나이 태어나 한번죽지, 두번죽나? 라는 미음가짐으로

고된 훈련을 밥먹듯 해온 병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진달래피는 춘삼월의 끝자락에 민주지산 8부능선에서 동사를 하다니....

지휘관의 무능과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방한복때문에 말입니다. 


그 사건 이후, 한 때 최강 공수여단으로 불리웠던 제 * 공수 여단은 역사속에서 사라집니다.

1998년 4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때늦은 강원도 폭설 소식에 불현듯 생각이 나네요.

어디선가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을 모든 병사들이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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