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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유부남이 되버린 짝남에게
게시물ID : gomin_17944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Foa
추천 : 20
조회수 : 149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22/04/04 22:38:29

짝남아 안녕?

스무살 때 널 대학에서 처음 봤던 그 순간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한데

너랑 나는 이제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랑 결혼한 지 벌써 1년이 넘었구나.

 

너는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20대 초반 그 시절 몸이 불편한 나에게 참 편견없이 대해줘서 고마웠어.

네가 처음 나에게 편견없이 말 걸어준 그날 밤 나는 밤잠을 못 이루고 정말 행복해했어.

 

하지만 너에게 저녁식사 제안을 하기엔 내가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았어.

내 몸은 날이 갈수록 점점 안좋아졌고, 결국엔 학교를 휴학해야 할 정도로 나는 너무 약해져 버렸지.

 

결국 나는 휴학기간 중에 수술을 받아야 했고, 8시간여 동안 수술대에 올라있어야 했었지.

그래도 나는 편견없이 대해줬던 너를 생각하며 수술 후 고열에 시달려도 행복했어. 

퇴원하면 너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어.

 

그러나 나는 퇴원 후에 장애등급이 나왔고, 장애인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 복학했어.

그런데 복학 후에 바쁘게 지내다가 너도 나랑 비슷한 시기에 군대일로 휴학을 하고, 

나랑 비슷한 시기에 복학했다는 사실을 얼마 안 되어 알게 되었지.

 

동시간대에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왜였냐구? 너는 제대한 후에도 항상 멋져보였지만 이미 장애인이 되버린 나는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거든.

 

그리고 장애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나에겐

네 허락없이 페이스북 친구추천에 뜬 네 사진을 부모님께 보여드려도 사진 속 남자랑 결혼이라도 한다면 가족들 얼굴 볼 생각 하지 말라는 차디찬 대답만 돌아오곤 했었지. 나는 집에서 그런 대답을 들으면서, 너와 같은 해에 대학을 졸업했어.

 

난 장애라는 산을 넘으려고 어떻게든 졸업 후 직장인이 되려고 노력했어.

그 결과 계약직이라도 경험해 볼 수 있었지만, 그게 끝이더라.

...응, 그게 끝이었어. 나는 지금도 초라한 사람이더라.


그 사이 너는 번듯한 직장인이 된 지 10년이 넘었고, 작년에 너처럼 눈매가 예쁘신 여성분이랑 결혼을 했더라.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울었어.

울고 울고.....또 울었어. 데이트 신청 한 번 안 했으면서 너를 마음속에만 담아뒀던 나를 수없이 원망했어.

나는 10여년전처럼 너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어.

 

지금은 아직도 초라하지만 나만이 사랑해 줄 수 있는 나를 이제 받아들이려고 해.

짝남아 너도 행복하게 살길 바래. 내가 많이 많이 좋아했었어. 

앞으로도 잘 지내길 바래~ 나도 앞으로 잘 살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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