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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무기력증이 다시 도졌다.
게시물ID : gomin_17945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pvZ
추천 : 3
조회수 : 51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22/04/08 0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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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내가 원인이다. 단 한번도 남이 원인인 적이 없었다.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계속 따돌림을 당했지만 그건 내 탓이었다. 소극적이고 말수 없고 예민했던 내 탓이었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보다 나 혼자 책을 보는 게 더 좋았던 내 탓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내가 싫었다. 항상 했던 생각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화목한 가정, 말수는 없지만 성실하고 가정적이었던 아버지, 가족을 위해 일과 가정을 최선을 다해 꾸렸던 엄마, 자기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했던 동생. 오로지 나만 지랄 맞았다. 나만 없었으면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할텐데. 

내가 마시는 공기 마저 아까웠다.  

나는 꾸준하게 우울하고 부정적이고 나를 싫어했으나 변덕스럽기도 했다. 나는 늘 내가 싫었으나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웃는 연습과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할지를 늘 연구했다. 잘 바뀌지 않았다. 요령이 없었다. 좌절했다. 그리고 다시 노력했다. 

대핟 가서도 비슷했지만 좋은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바뀌려고 또 무던히 노력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에는 나는 너무도 활발하고 사회성 좋고 친절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었다. 가면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어렵지만 포기하는 것도 생겼고 인정하는 것도 생겼고 예전에 비해서는 사회생활의 노하우를 알았다. 

내가 조금은 좋아졌다.예쁘지 않지만 예뻤다. 싱그럽고 눈빛이 반짝반짝했다. 나이 서른 다섯이 돼서야 나는 내가 좋았다.  

  일도 자리를 못 잡고 오랜 사랑도 떠나보냈던 시기가 있었다. 
우울증이 다시 도졌다. 실제로 몸도 아파 수술도 했다. 

아주 힘들었지만 잘 버텨냈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 꿈을 키울 수 있지만 몸이 힘든 곳으로 이직을 했다. 결혼을 했다. 아이도 낳았다. 더 나은 조건으로 가기 위해 대학원을 갔다. 퇴사를 했다. 

다시 우울증이 도진다. 불안하다. 무기력하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 능력에 늘 의문이 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오늘은 정말 웃어주지 못했다. 일찍 데리러 가지도 못했다. 돌멩이처럼 가만히 놓여만 있던 날이다. 

알고 있다. 뭐라도 해야한다는 걸. 
날이 밝으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시간이 무섭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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